꾼들이 머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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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가리 씨앗의 행복한 여행

잔한한 수면사이로 갈바람이 지나가자 차가운 바림에 얼굴은 시리지만 이 때를 기다리는 식물이 있다. 갈대 숲 사이에 자리한 초라한 덩굴식물이 마른 씨방주머니를 열고 갈바람에 씨앗을 연신 날려 보내고 있다. 바람이 더 강해지자 은빛갈기를 연신 흩날리며 씨앗이 하나 둘 꼬리를 물고 씨방에서 빠져나와 바람에 날려 둥실둥실 떠가는 모습에서 박주가리 씨앗의 종족번식 여행이 경이롭기만 하다.

꽃마당 2019.11.04

열매가 쥐의 꼬리를 닮은 쥐꼬리망초

11월은 가을에서 겨울로 기우는 달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남녘 끝은 푸르름을 간직하고있는 산속 숲에는 가을 꽃인 꽃향유, 미역취, 이고들빼기 등이 한창이다. 이 꽃을 사이로 깨알만한 연한 자홍색꽃이 저를 보아주라는듯이 눈을 부아리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열매가 꼭 쥐꼬리처럼 생겼고. 보잘것없는 풀이라고 해서 망초를 붙여 쥐꼬리망초라고 하지만 너무 작고 볼품이 없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꽃 사진을 확대해서 들여다보니 별로 예쁜편이 아니다,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쥐이지만 쥐꼬리망초 외에도 쥐와 관련된 풀꽃 이름이 꽤나있다, 열매가 방울처럼 달려서 "쥐방울덩굴" 꽃 잎이 작은 손 같다고 "쥐손이풀" 뿌리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쥐오줌풀" 겨울이 시작되는 길목 11월 여수에 동백꽃이 하나 둘 피고있어 덤으로 올린다.

꽃마당 2019.11.02

노오란 미소가 앙증맞은 이고들빼기

나는 지금 무선산 둘레길을 걷고 있다. 매일 걷는 길이지만 인적이 드문 이순간만은 오로지 나혼자만의 길이다. 오늘도 피고지기를 몇 번째 인지 모르는 작고 앙증맞은 이고들빼기 꽃이 노오란 꽃망울을 터뜨리고 어제 그자리에서 여전히 나를 반겨준다. 깊어가는 가을에 이곳저곳 풀섶이나 길가에 군락을 지어 피거나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지천으로 피어있는 모습이 아직도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는 풀섶에 노오란 물감을 콕 찍어 놓은듯한 한 폭의 유화를 보는듯 하다. 꽃말이 순박함인 이 꽃은 꽃 잎이 사람의 앞니 모양을 닮았다하여 이고들빼기라 한다. 오늘은 가을의 끝 절기인 서리가 내린다는"상강"으로 남녘의 동백꽃이 피기 시작했다.

꽃마당 2019.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