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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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이슬을 머금은 강아지풀

가슴에는 조그마한 소망의 꿈을 품고, 등에는 온 세상의 어둠을 짊어진채 지난밤을 까맣게 새고 나니 어느 집 닭 울음소리와 함께 낚시터 건너 야트막한 산등성이 위로 새벽 여명이 밝아 오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 들에게 새로운 생명의 숨결을 불어 넣어주는 생명의 빛이요,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 희망의 빛 사이로 꼬리를 내린 강아지풀이 보송보송한 솜털에 새벽이슬을 머금고 함초롬히 서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새벽을 맞으며 서있는 모습에서 그 옛날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지만 강아지처럼 귀엽고, 만져보니 그렇게 탐스럽고 부드러울 수가 없습니다. 잔뜩 이슬을 머금은 꽃 이삭을 툭 하고 건드려 보니 푸른 솜털 위로 깃털처럼 사뿐히 내려앉았던 수정 같이 맑고 투명한 이슬방울들이 사방으로 날..

꽃마당 2012.10.09

하얀 꽃잎 끝에 붉은 홍조를 띤 고마리꽃

▲ 홍조를 띤 고마리꽃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내려 쬐이는 약수터 주변에 손톱만큼 작고 앙증맞은 하얀 꽃에 이끌려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 니 작지만 아름다운 꽃입니다. ▲ 순백의 고마리꽃 하나의 꽃으로만 알았는데 여러 개의 아주 작은 꽃봉오리가 모여 피는 꽃으로, 흰 꽃 사이로 꽃잎이나 꽃봉오리 끝에 붉은 홍조를 띤 꽃들이 마치 천사의 날개를 단 순결하고 수줍은 새색시 같은 꽃입니다. ▲ 그냥 지나치기는 아쉬운 고마리꽃 양지바른 들이나 냇가 등 습기가 많은 곳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지저분한 생활용수가 배출되는 곳에서 자라는 고마리는 발달된 뿌리로 물을 정화시켜 주는 자연 정화기능을 하는 고마운 식물이라는 의미에서 "고마운 이"라고 부르다가 고마리 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하며, 나쁜 환경에서도 무성..

꽃마당 2012.10.04

배꼽티 입은 며느리 배꼽을 닮아 이쁜 며느리배꼽

예전에는 여인네들이 보따리나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갈 때 적삼 끝이 둘둘 말려 올라가 어쩔 수 없이 가려진 배꼽이 드러난 색이바랜 흑백 사진을 종종 보곤 했는데 요즘 젊은 며느리들은 배꼽티를 입고 이쁜 배꼽을 자랑하려는 듯이 드러내놓고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며, 그것도 성이 차지 않는지 심지어 피어싱 까지 하고 다닙니다. 우리 주변의 들이나 길가에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로 꽃은 보기 힘들지만 가을이 되면 녹색에서 남색, 청색, 흑색으로 익어가는 열매는 눈에 잘 띱니다. 꽃이 아주 작고, 잎과 비슷한 연녹색을 띤 백색의 꽃을 피우기 때문에 눈에 잘 띠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꽃잎을 살짝 열었다 닫기 때문에 꽃을 보기가 쉽지 않고, 꽃이 핀다는 것을 모르는 이도 많다고 합니다. 며느리배꼽은 약 2m가량 덩굴로..

꽃마당 2012.10.02

잎과 꽃이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꽃무릇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엇갈린 운명의 꽃으로 하나의 꽃대에 여섯 송이의 붉은 꽃이 한 무리를 이루어 피는 가냘프면서도 화려한 꽃이 가슴 시리게 합니다. 꽃무릇은 가을과 함께 붉고 화려한 꽃을 피우다 지고 나면, 푸를 잎이 돋아나 겨울을 나고 나서 여름이 시작되면서 시들다 잎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나면 가을바람과 함께 다시 꽃이 핍니다. 하나의 꽃대를 중심으로 핀 6개의 꽃들은 뒤로 말린 6개의 꽃잎과 실 같이 길게 나와 하늘을 향한 6개의 수술이 붉은 화관을 이룬 요염한 자태는 보는 이의 넋을 빼앗아 갑니다. 붉고 가느다란 수술 끝에 달린 노란 꽃밥이 "툭" 하고 터지면 그리운 잎을 찾아 하늘로 승천 하려 하지만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피어있는 동안 주변의 빛을 빨아들일 듯 붉은 광채를 발하다 약..

꽃마당 2012.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