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흥 대분지 전경
어느새 가을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지만
오늘(9월 22일)을 분기점으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음을
상기시켜주는 절기상 추분(秋分) 입니다.
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유혹하는 가을은 24절기 중 6절기로,
이미 입추(立秋), 처서(處署), 백로(白露)가 지나고,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秋分)이 지나면,
찬 이슬이 내린다는 한로(寒露),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霜降)
까지를 말합니다.
▲ 가을 향기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왕고들빼기
최근 들어 씨알 좋은 붕어들의 잦은 입질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조황 소식에
그동안 뜸했던 출조로 손맛에 배가 고팠는지 굶주린 하이에나 꾼이 되어
고흥 녹동에 있는 대분지로 가을 붕어를 만나러 가고 있습니다.
가을 붕어는 겨울을 나기 위해 왕성한 먹이 활동을 하기 때문에
씨알은 굵고, 힘이 좋아 전율을 느꼈던 예전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가을 햇살을 가득 품고 있는 저수지에 도착해 주변 환경을 살펴보니
대형 병원과 마을이 인접해 있어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 갓 낚시 채비에 열중인 아쭈리님
저수지 안은 수면을 따라 1m 정도의 수초가 자라고 있으며,
수심을 체크해 보니 수초 근처가 2m가 넘어 수초를 따라 갓 낚시를 하기로 하고,
짧은 대 위주로 8대(2.8칸 5대, 2.4칸 3대)를 편성하고 나니
따사롭던 가을 햇살이 한 낮을 지나 늦은 오후의 마지막 빛을 내리 쬐이고 있습니다.
▲ 채비를 마치고 밤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첫 미끼를 달기 위해 미리 물속에 넣어 둔 새우 채집망을 건져 보니
약간의 새우와 많은 참붕어가 들어 있습니다.
이놈들이 오늘 밤 대물을 유혹해 준다면 좋을 텐데 - - - - -
▲ 오늘 밤 대물을 유혹할 참붕어
오늘 하루의 소임을 다한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석양빛에 긴 그림자를 남기고,
저수지를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 아름다운 저녁 노을
이 시간이 되면 꾼들이 바빠지는 시간 입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고 "아내 표 도시락" 으로 이른 저녁을 먹으면서
반주도 한 잔 하고 파이팅을 외치고 나서 한다는 말이
"왠지 오늘 밤 감이 좋습니다."
"그럼 오늘 밤 조황은 어떨까요?"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점쟁이도 저 죽을 날도 모른다는데, 물속의 붕어 마음을 어떻게 알리요."
▲ 조사님들 너무 좋아 하지 마세요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에 반달이 떠오릅니다.
평산 송기섭씨의 월광별 월척 통계에 의하면
반달(상.하현달)일 때가 가장 조황이 좋았고, 다음이 초승달,
보름달 일 때는 저조 했었고, 무 월광 시에는 극히 저조한 조황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 갈대 너머로 반달이 떳습니다.
초저녁 혼란스러운 찌 놀림에 몹시 피곤합니다.
전형적인 대물 입질인 두세 마디 올리는 놈, 물속에 잠겨 옆으로 슬슬 걸어가는 놈,
묵직한 찌 올림을 하는 놈, 그리고 잔챙이 입질인 예신도 없이 쭉 올리늘 놈,
깔짝거리며 경박스럽게 노는 놈 등 애간장을 태웁니다.
정확한 챔 질 타이밍을 찾기 위해 매번 챔 질을 해보지만 헛챔질이요,
한심스럽게 잔챙이들 놀음에 놀아나고 있습니다.
그러는 중에도 4~6치 급 잔챙이 4수를 했습니다.
▲ 밤새도록 애간장을 태운 찌불
거기다 저수지에 도착 했을 때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저수지에 인접한 대형 병원의 간판에 불이 들어오자
맞은편에 자리를 하고 있는 나는 눈이 부셔 찌를 제대로 볼 수가 없어 난감합니다.
피곤한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가는데
떡밥을 달아놓은 2.4칸 대 낚시대 입질이 심상치 않습니다.
"찌불에 예신이 들어오더니 2~3마디 올려놓고 잠깐 멈춥니다."
"또 잔챙이가 놀아나는구나 하면서 중얼거리고 있는데"
"이제는 찌불이 물속에 잠기면서 옆으로 슬금슬금 걸어갑니다."
"이번에는 입질이 좀 다르다는 감이 들어 챔 질을 해 봅니다."
"갑자기 쉭쉭 소리가 나며 물속으로 빠져 들어가던 낚시대가
허공을 가르며 새털처럼 가벼운 느낌으로 전해집니다."
고무풍선에 바람이 빠지듯이 기운이 쑥 빠집니다.
그래도 6치 급 붕어가 바늘에 달려 따라옵니다.
첫 번째 입질에 6치 급 붕어가 물었고,
두 번째 입질에 월척 급이 물었으나 빠져 나가
월척 급 붕어는 보지 못했지만 손맛은 본 것 같습니다.
▲ 밤에 보는 갈대도 제법 운치가 있습니다.
밤이 깊어 가면서 잔챙이 입질도 뚝 끊기고 배가 고픕니다.
야식을 먹으면서 아쭈리님이 새벽 2시 까지는 기다려봐야 한다는 말에
비 오듯이 내리는 밤이슬을 맞으며 기다렸지만 소득은 없습니다.
▲ 파라솔 위로 무수히 내린 이슬
어느덧 달도 기울고, 병원의 간판 불도 꺼진 깜깜한 새벽녘,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어둠속 찌불을 노려보지만 미동도 하지 않고,
파라솔에 내린 이슬이 비처럼 떨어지는 소리만 새벽 정적을 깨웁니다.
▲ 어둠 속 저수지를 지키고 있는 병원
새벽 여명이 밝아오는 세상은
밤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것들이 은빛 세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슬방울이 맺힌 낚시대 너머 고요한 수면에 물안개가 피는 광경은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입니다.
▲ 물안개과 이슬이 빚은 은빛 세상
▲ 수면에 투영된 희망의 빛, 새벽 여명
▲ 이슬을 머금은 강아지풀
오늘의 시작을 알리는 아침 해가 찬란하게 떠오릅니다.
눈 부신 아침 햇살 속에서 참붕어 미끼에 7치 급을 한 수 했지만
잔챙이들만 설치고 다시 잠잠해 집니다.
▲ 눈부신 아침 해는 변함없이 떠오르고
▲ 참붕어를 물고 올라온 아침 붕어
이번 출조는 가을 붕어의 당찬 손맛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설레 임을 갖고 출발 했지만,
살림망을 확인해 보니 4~8치 급 30여수로, 빈작 입니다.
▲ 씨알은 잘아도 튼실한 가을 붕어
지난밤에 대지를 촉촉이 적시며 무수히 내렸던 이슬이
아침 햇살에 사라지자 철수를 마치고 나니
해가 중천에 떠있는 파란 하늘은 금방이라도 금이 갈 듯이 맑고 투명합니다.
그리고 가을 햇살이 가득한 농촌 들녘은
3차례의 태풍에도 불구하고 생채기 하나도 없이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유난히도 누렇게 익은 벼들로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습니다.
▲ 가을 햇살이 부서지는 황금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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