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섶에 내리는 새벽 이슬을 피하느라
가녀린 풀잎 뒤에 신방을 차린
이름 모를 나비 한 쌍이 한 몸이 되어
아침이 되도록 깨어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행여나 잠에서 깨어 날 가봐
살금살금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풀잎을 제쳐봅니다.
평소 같으면
나풀거리며 벌써 날아갔을 법도 한데
가녀린 풀잎을 부여잡고 사랑 놀음에 빠져
살며시 다가간
나에 대한 존재도 의식하지 않은 채
자손번영을 위해 목숨을 건
본능적인 자연의 순리를 보면서 가슴이 찡해집니다.
나비의 사랑은
암수 나비 한 쌍이 만나면
다른 나비가 없는 곳으로 피해가면서
둘 만의 사랑을 즐긴다고 합니다.
살랑살랑 공중을 날면서
서로가 스치듯 만났다가 떨어지기를 계속 하는데,
흔히 그것을 보고 나비가 짝짓기를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잘못입니다.
사실은 수컷 나비가
암컷을 자극하고 흥분 시키기 위해 쌍방이 나는 것으로,
수놈의 항문 근방에 있는 돌기를 암놈의 긴 더듬이에 문질러
사랑의 향수(성 페로몬)를 뿌리는데,
그것을 한 시간이 넘게 계속하다가
이때다 싶으면 암놈이 안전한 곳에 내려 않고
짝짓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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