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낚시 이모저모

낚시인의 고민, 낚시터 휴식년제가 시작된다

소석(笑石) 2013. 1. 28. 10:50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無心)한 달빛만 싯고 뷘 배 저어 오노라.

 

이 글은 조선 초기 성종임금의 형으로

서책과 산수를 가까이하여 문장과 풍류에 뛰어 났으나

34세에 요절한 월산대군의 시조로

 

월산대군은 세조의 장손이자 숙부인 예종이 즉위한지 얼마 안 되어 죽게 되자

왕이 될 기회가 있었으나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권신들의 농간에 의하여

동생인 자율산군(성종)에게 왕위를 양보한 비운의 왕자 입니다.

 

이로 인하여 정치와 물욕을 버리고

서책과 산수 그리고 음악과 술을 벗 삼아 낚시를 즐기며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삶을 살면서 현실을 떠난 자연 속에서 읊은 시조입니다.

 

이 시조 중 "달빛만 싯고 뷘 배 저어 오노라"에서

고기는 아니 물어 빈 배에 고기 대신 달빛을 가득 싣고 돌아오는 모습은

아무런 욕심이 없는 물욕에서 벗어나 자연인으로서 풍류를 즐기던

그의 태도가 잘 묻어나 있습니다. 

 

 

 

옛 선인들이 산자수명한 곳을 찾아

바람을 읊고 달을 보고 시를 짓고 흥취를 자아내며 즐기던

음풍농월(吟風弄月)은 사라졌지만

아름다운 자연의 정취를 사랑하고 낚시를  즐길 줄 아는

진정한 낚시인들의 모습은 살아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낚시 인구가 많이 늘어나면서

그 행태를 보면 고기를 잡는 어부 인지, 레저로 낚시를 즐기는 낚시인 인지,

자연생태계 파괴자 인지, 구분이 안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낚시는 물론 고기를 잡는데 그 목적이 있다지만

어부가 아닌 이상 낚시의 묘미는 고기를 잡는 일련의 과정에 있는 것이지

물가를 찾아 자연을 훼손하고 정서를 헤치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지난밤을 하얗게 새고 이른 새벽 낚시터로 달리는 들뜬 마음과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 속에서 찌를 통해 물속의 고기와 소통하면서 순간의 맛을 즐기고,

가느다란 낚시대 끝에서 전해지는 짜릿한 쾌감 속에서

도시생활에서 쌓여만 가는 스트레스를 풀고 삶의 즐거움을 누릴수 있는 행복을 찾는 것 입니다.  

 

 

신안군이 낚시터 휴식년제를 금년 7월부터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애초에는 전면금지를 한다고 하여 낚시단체나 동호회에서야단법석을 떨었지만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다행 인 것은 14개 읍면을 6개 권역으로 나누어

5개 권역은 낚시를 금지하고, 1개 권역씩 돌아가면서 1년간 허용한다고 하지만

말만 권역별 휴식년제 일 뿐 전면 금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일부 몰지각한 낚시인들이 저지른

불법 쓰레기 투기행위나 과도한 떡밥 사용에서 오는 환경과 수질오염,

논둑을 망치거나 농작물에 손상을 주는 행위로 인한 농가 피해 등으로

전체 낚시인들이 매도당해 생긴 자업자득 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며,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이것을 보고 더 늘어난다면

낚시 가방을 메고 이리저리 방황을 해야 하는 사태가 생길 것 같으며,

 

이제 낚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생각을 버리고  

"낚시를 하는 참뜻이 고기를 잡는데 있지 않고 세상 생각을 잊고자 하는데 있다" 는

취적비취어(取適非取魚)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