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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태공의 달빛 사냥

소석(笑石) 2013. 7. 25. 12:44

한여름 대지를  뜨겁게 달구었던 태양이

검푸른 먹구름 사이로 고운 오렌지 빛 노을을 수놓고

어둠에 밀려 자리를 내주려 하려다

 

아직도 기운이 남았는지 

기세가 등등하고 강열한 힘을 발산하며

쉽사리 어둠에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기세를 뽐내며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 같던 해는 사라지고

어둠의 자식들인 태공들만 물가에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이 밤이 오기를

낮 동안 뜨거운 태양아래서

얼마나 고대하며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밤은 찾아오고

이들이 소망을 담은 캐미 불을 하나둘 밝히자

하늘에는 별들이, 물 위에는 캐미 불이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오늘은 음력 유월 열사흘 밤

다 차지 않은 보름달이 구름사이로 얼굴을 내밀어

수면 위로 달빛을 쏟아내자 달이 품은 세상이 나타나고

 

푸르스름한 달빛을 이불삼고, 

바람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어 있는 삼라만상은

마치 달빛이 조각을 해 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빛납니다.

 

 

자정이 넘어가자

하늘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게 개면서

먹구름 사이로 들락날락 하던 달이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자

 

달빛에 희미해진 캐미 불을 두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던

태공의 눈빛이 점차 생기를 잃어가면서

깊은 상념 속으로 빠져듭니다.

 

 

밤하늘에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 한 은하수 사이로

둥근 달이 떠있는 

아름다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물 위의 마름 잎 물방울에

달빛이 부딪혀 부서지면서 생기는

어둠속에서 달빛만이 만들 수 있는 현상입니다. 

 

 

한 줄기 바람에 달빛이 흔들리자

보이지 않는 끈에 이끌린

하얀 물체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솟구쳐 오릅니다.

 

달빛 사냥!

초자연적인 현상인지 착각인지

달빛이 만들어낸 사막의 신기루 같은 현상입니다.

  

 

아직 서산은 멀었는데

가지 마란다고 아니 갈 것도 아니지만

구름이 만든 산 너머로 달이 넘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이제 달도 서산으로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고

달빛도 점점 약해지자

어둠 속을 노려보던 태공에게 긴장감이 흐릅니다.

 

 

 서산으로 넘어가려면 한 뻠이나 남은 시각

밤새도록 함께해준 나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인지

달빛이 요술을 부리고 있습니다.

 

어둠과 달빛의 조화!

이 아름다운 자연의 조화를 넋을 잃고 바라보다

달빛과 함께 희미해져가는 캐미 불에 눈길을 돌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