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불법더위로 난리법석을 떨던 지난해 6월,
바람 한 점 없는 계곡지 에서 밤새도록 입질 한번 받지 못한데다
개구리 울음소리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나니
머리는 하해지고, 몸은 천근만근,
얼른 이곳을 벋어나고 싶다는 생각 외는 아무 생각도 없고,
모처럼 오랜만에 시간을 내서 물가에 왔는데
붕어 얼굴도 보지 못하고 집으로 가기에는 너무 아쉽기만 합니다.
아침 해가 중천에 떠있는 시각,
고흥 호에 도착하니 이미 무더위는 시작되고 있고,
뜨거운 햇볕을 피해 갈대밭에 자리를 정하고 나니
드넓은 호수에서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이 가슴을 뻥 뚫어 줍니다.
넓은 호수가 주는 편안함과 간간히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에
어제 밤의 피로가 엄습해 오면서 나도 모르게 눈꺼풀은 저절로 감기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몰라도 비몽사몽간에
눈앞에 벌어진 기묘한 광경에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낚시대 휨이 보통 큰 녀석이 아닙니다.
파라솔 밖으로 나온 두 태공의 어정쩡한 모습이 비슷하기는 하나
왠지 허전합니다.
태공의 마음은 태공이 안다고
순간적으로 똑같은 반응을 보이며
빈손에 전신의 힘을 모아 버티는 시늉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손맛은 보지 못할지언정
이런 즐거움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눈으로만 바라보고 개폼이라도 잡았으니 조금은 위로를 받을것 같습니다.
아차! 뜰채 들고 달려야지.
▲ 임진년 유월 고흥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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