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조행기

물밀듯이 밀려오는 허탈감에 빠지다

소석(笑石) 2012. 5. 7. 16:02

   ▲ 장흥 가학지 북쪽 제방

 

노란 송홧가루가 흩날리는 초여름 날 입니다.

제법 세찬 바람이 부는 저수지 수면은

출렁이는 물결에 햇살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습니다.

 

오늘 기상여건을 감안한 포인트에 자리를 잡고

잔뜩 부푼 마음으로 찌를 세워 보지만

보이지 않은 물속에서 한참 자라고 있는 수초에 걸려

찌를 세울 수가 없습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지만

한 길 물속도 들어가 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습니다.

 

수심 속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3번의 자리 이동과

수백 번에 걸쳐 체크를 하고나니

구술 같은 땀은 흐르고 기진맥진(氣盡脈盡) 입니다.

 

간신히 낚시대 6대를 편성하고 떡밥을 달아 던져 놓고 나서

잠시 후  집어를 위해 첫 번째 낚시대에 떡밥을 다시 달고

재 투척을 하고 보니 찌가 들어가지를 않습니다. 

 

거기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두 번째 낚시대는 제방 돌에 바늘이 걸려 원줄이 끊어지는 불상사를 겪고 나니

이번에는 기진맥진이 아니라 낚시를 할까 말까 진한 회환(回還)이 밀려옵니다.

 

   ▲ 이 제방 끝이 포인트인데 - - - 

 

아침 해가 환하게 웃으면서 동쪽 하늘로 떠오릅니다.

이때까지도 불상사는  계속되고 있고,

낚시대를 건져내고, 던져 넣기에 앞서 "제발" 이라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이제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어 6대 중 5대를 접고

찌가 잘 들어가고 입질이 들어오는 1대만 집중적으로 집어를 하고나니

찌가 자리를 잡자마자 바로 입질이 들어옵니다.

 

그러나 낚여 올라오는 붕어마다

온 몸이 상처투성이요, 금방이라도 산란 할 것 같은 상태입니다.

까만 눈을 깜박이며 애원하는 눈빛에서 마음은 약해지고,

혼란스럽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찌맛과 손맛에 푹 빠져 있었던 지라

밀려드는 허탈감을 잠시 억누르고,

내 자신을 위로하면서 집으로 아쉬운 발길을 돌립니다.

 

   ▲ 소나무 새가지에 핀 꽃 (노란색은 수꽃, 분홍색은 암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