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조행기

산란 특수는 만나지도 못하고 봄이 가고 있다

소석(笑石) 2012. 4. 17. 10:38

 

   ▲ 시조회를 시작으로 6번째 도전한 장흥 지정지

 

더디게만 오던 봄이 뻥튀기 튀기듯이 갑자기 찾아 왔습니다.

일번 주말도 산란 후 특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장흥 지정지를 찾았습니다.

 

아침을 맞는 낚시터에는 웬일인지 꽤 많은 낚시꾼들이 보이고,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드디어 붕어가 터졌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납니다.

 

   ▲ 낚시터 뒤 도로에 만개한 벚꽃과 밭두렁에 핀 복사꽃 

 

당초 생각했던 자리는 먼저ㅊ온 꾼들이 차지를 했고,

마음이 급한 나머지 장비 일부만 챙겨서 

비탈길을 걸어 한참 만에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는 물가에 도착하고 나니

일주일 동안 기다렸던 물 냄새가 물씬 풍겨 옵니다. 

 

   ▲ 다른 버드나무에 비해 키도 크고 잎이 넓은 왕버들 

 

먼저 와 있는 낚시꾼에게 조황을 물었더니

밤낚시를 했는데 입질 한 번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한순간에 맥이 확 풀리고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면서 무기력해 집니다.

 

다른 곳에 자리한 낚시꾼들도 조황이 마찬가지 입니다.

살림망도 물에 담그지 못한 꾼들도 있고,

대부분 꾼들이 아침을 서둘러 먹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준비하고 있어

 

우리도 낚시대를 피기 전에 이동을 하려던 것을 접고

당초 생각했던 자리로 다시 이동을 하고나니

낚시를 시작하기도 전에 기진맥진해 집니다. 

 

   ▲ 작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 아름다운 자태에 기운을 얻습니다.

 

초봄부터 매주 금요일 이면 비가 내리고. 주말에는 강풍이 불어

출조시 마다 애를 먹었는데,

이번 주에도 금요일에 비가와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다행히 바람은 약하지만 북서풍이 불어 체감온도가 낮아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 가슴을 파고드는 찬 북서풍에 방한복으로 무장을 하고

 

어제 저녁 밤낚시에서 입질도 받지 못했다는 꾼들의 말에

마음은 뒤숭숭하고, 낚시대 3대를 펴놓고 떡밥과 지렁이를 달아 던져 놓고 나니

금방 잔챙이들이 요동을 칩니다. 

 

   ▲ 7호 바늘에 올라온 2치 정도나 되는 젖갈감 

 

얼마나 잔챙이들이 많은지 헛챔질은 다반사고,

등지느러미에 걸려 올라오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드물게 7~8치 급도 낚입니다. 

 

   ▲ 8치급도 낚았습니다 그려 

 

오후 들어 지정지에서 붕어가 가장 잘 낚인다는 남서풍이 불고,

물색도 좋지만 바람 방향만 북서풍에서 남서풍을 바뀌었지

오전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 물색은 이렇게 좋은데  

 

수면 밑에서는 침수 수초인 물수세미와 마름의 새줄기가

낚시바늘에 걸려 올라오는 것을 보면 

햇빛을 받은 물 밑 수초가 활발한 광합성을 보이기 때문에 

붕어가 몰려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데 그렇치도 않는것 같습니다.

 

    ▲ 뿔 2개가 양쪽으로 난 씨에서 줄기가 나오는 모습이 가오리를 닮은 마름

 

저수지에 어둠이 내리고 낮 동안 불던 바람도 잔잔해 졌습니다.

달도 없는 어둠속에서 3명의 회원이 미끼를 떡밥과 새우로 교체하고

25개의 캐미불을 밝히고 찌불 잔치를 시작해 봅니다.

이제는 대물과 상면할 일만 남았습니다. 

 

   ▲ 찌불 잔치는 열렸는데 

 

찌불 잔치는 밤 10시가 되도록

어둠을 지붕삼아 찬 이슬을 맞아가며 손님을 기다렸는데

한 마리의 붕어도 찾아오지 않고 그렇게 흘러가 버렸습니다.

 

그래도 물살을 가르고 펄떡이며 나를 향해 다가오는

대물과 기필코 상면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새벽 5시경 텐트 밖으로 나와 보니

동쪽 하늘엔 싸늘한 초생달이 저수지를 밝혀 주고 있고,

캐미불은 수명을 다 했는지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 동쪽하늘에서 희미해져 가는 초생달 

 

초저녁에 꿈틀거리며 살아있던 새우는 밤새도록 바늘에 찔려 물속을 지키다

생명을 다 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무어라고 말 할 수 없는 씁쓸함이 묻어납니다. 

 

   ▲ 밤새도록 새우망에 있었던 새우를 다시 물속으로 보내기가 아쉬워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수온이 오르면서 물색은 좋아지고

잔챙이들이 다시 입질을 하기 시작하지만

1박 2일 동안 피로가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 살림망에 잔챙이만 가득합니다. 

 

이번 출조는

"글쎄 그렇지 뭐"

"다음 주말은 어디로 가야하나" 라고 중얼거리면서

또 멍청이 같은 낚시를 하고 갑니다.  

 

   ▲ 마치 많은 나비들이 날아와 앉아있는 것 같은 청미래덩굴 새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