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달래꽃이 활짝 핀 장흥 지정지
어둠속에 잠든 세상을 깨우는 새벽 여명에
희미해진 빛을 발하며 서쪽 하늘에 걸려있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오늘도 1박 2일 동안 머무를 곳을 향해 구름에 달 가듯이 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여곡절 끝에 열리는 정기 출조 날 입니다.
비록 인원은 적어도 모처럼 날씨도 좋고,
월척의 손맛만 볼 수 있다면 즐거운 낚시가 될 것 같습니다.
▲ 만수위를 보이고 있는 지정지
꽃샘추위도 오는 봄을 막을 수 없었는지
밭두렁에는 하루가 다르게 들꽃들이 피고 있고;
마른 무가지의 꽃봉오리들도 연신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봄꽃 개화시기를 뒤이어 온다는 산란 특수를 맞보기 위해
한 달 넘게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출조를 하고 있지만
폭발적인 조황을 만나지 못하고 빈 작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 광대나물꽃
싱그러운 아침햇살이 쏟아지는 장흥 지정지에 도착하니
따스하고 훈훈한 봄바람이 아닌 "봄바람은 품으로 기어든다."는 속담처럼
쌀쌀한 북서풍이 가슴을 파고듭니다.
앞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지난 주말 출조에서 철수 중에 만난 우유를 풀어 놓은 듯한 물색이 아른거리는 포인트에
자리를 정하고 대를 편성하고 나니 보트 한척이 다가와 우리 앞에 자리를 잡습니다.
▲ 초봄 좋은 조황을 보이는 포인트
낚시대를 편성하는 도중에
찌도 올리지 못하는 잔챙이들이 깔쭉거리고,
손가락 한 마디정도 되는 수백 마리의 붕어 치어들이 무리를 지어
찌 주변을 돌아다니며 눈을 어지럽게 합니다.
▲ 바글거리는 붕어 치어 떼들
저수지와 인접한 야산에 연분홍색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 곳에서는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난 고사리가 아기의 앙증맞은 손가락을 말아 쥔 듯한
모습을 하고 불쑥 솓아 있습니다.
▲ 솜털이 보송보송한 고사리
오랜만에 찾아온 봄 날씨에 이끌리어 물가를 찾은 낚시꾼들이 속속 들어오고,
늦은 오후가 되자 새벽에 함께 출발하지 못한 회원들도 합류를 하고나니
갑자기 저수지가 시끌벅적 해 집니다.
▲ 황혼 무렵에 도착한 회원들
기다리더 회원들이 도착을 하자
오후 내내 찜통에서 익어가던 삶은 돼지고기를 건져내서
도마에 바로 썰어서 먹으니 그 맛이 일품입니다.
야들야들 하게 너무 잘 삶아져서 그런지
기름기가 적고 담백하면서 졸깃한 삶은 고기가
묵은 김치와 된장, 그리고 마늘과 만났으니 환상적인 궁합입니다.
▲ 먹기도 전에 침이 꼴닥 넘어가는 삶은 돼지고기
여기에다 한 가지 빠트리면 안 될 한 가지가 있습니다.
소주 한잔 곁들여 놓으니 웃음꽃이 절로 피어나고,
오늘의 월척을 위해 저수지가 떠나가도록 화이팅을 외쳐 봅니다.
▲ 월척을 위하여!
정기 출조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과 사람과 맛이 한데 어우러져 즐거운 시간을 갖다 보니
해가 서쪽 하늘에 붉은 노을을 남기고 넘어가고 있습니다.
▲ 밤낚시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인데
부드러운 미풍이 조용히 흐르는 밤하늘에 보름달이 떠오릅니다.
보름달이 뜨면 낚시가 안된 다는데,
차라리 구름이라도 끼어있으면 조금은 낫다고 하지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보름달과 함께 별 빛이 쏟아지고 있어
걱정이 태산같이 밀려옵니다.
▲ 지정지의 월출
하늘에는 보름달이 대낮처럼 밝혀 주고 있고,
저수지 수면에 떠 있는 캐미불은
마치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밤입니다.
보름달을 품은 수면은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하 기만한 적막감 속에서
금방이라도 찌가 스믈스믈 솟아오를 것 같지만,
간혹 미끼를 갈아 주기위해 낚시대를 던져 넣는 소리 외엔
고요하기만한 밤이 흐르고 있습니다.
▲ 8대의 캐미불
입질 한번 받지 못한 밤은 속절없이 자꾸 깊어만 가고,
회원들이 텐트 안으로 하나 둘 몰려들어
낮에 못다 푼 회포를 푸는지 깊어가는 밤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 이야기꽃이피는 텐트
새벽이 밝아 오려면 아직 멀었지만
멀리 마을에서 들려오는 새벽닭 우는소리와 개 짖는 소리에 잠이 깨어
새벽 입질을 기대하며 미끼를 싱싱한 새우로 교체하고 다려 보지만
새벽이 깨어나도록 조용하기만 합니다.
▲ 아름다운 새벽 풍경
차디찬 새벽공기 속에서 시간은 덧없이 흐르기만 하고
몰려오는 추위를 난로에 의지 한 채 꾸벅꾸벅 졸다가
낚시대를 건져보니 수염을 길게 단 새우가 싱싱한 채로 올라옵니다.
▲ 아직은 새우미끼가 빠른 것 같습니다.
어제 밤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던 보름달이 서쪽으로 넘어가자
오늘의 찬란한 태양이 동쪽에서 떠오릅니다.
▲ 지정지 일출
따사로운 봄볕이 저수지에 퍼지고 있습니다.
봄볕은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이 얇아져 살갖이 잘 타고 거칠어지며, 가을 햇볕은 보약과 같다하여
"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는 고약한 시어머니 심보가 생각납니다.
그러든 말든 따뜻한 햇볕이 저수지에 골고루 퍼져 수온이 상승하면
붕어들이 먹이를 취하러 연안으로 나와 활발한 입질을 보여
그 때를 노린다면 좋은 조황을 기대해 볼만도 합니다.
▲ 내림낚시로 재미를 보고 계시는 고문님
한여름 이면 좋은 포인트가 되어주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던 수양버들 나무에 꽃이 피었습니다.
한껏 물이 오른 나무가지에 꽃을 달고 하늘거리는 모습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찾아봅니다.
▲ 꽃이 핀 물속의 왕버들
지난 출조에서 낚았던 7짜 잉어가 눈에 가물거려
찌에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옆에서는 밴뎅이 만한 붕어가 자주 올라오자
젖갈감이 올라온다는 소리에 폭소가 자주 터집니다.
아무래도 이번 출조 에서도
월척급 손맛을 보기는 힘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운 철수를 시작해 봅니다.
▲ 지난주에 이어 두번째 잉어낚시에 도전하고 있는 붕어사랑님
낚시장비를 설치 할 때 보다 철수 할 때는
기운도 없지마는 힘이 배나 더 드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조황이라도 좋으면 힘이 덜 들 텐데, 괜히 짜증이 날 때도 있습니다.
철수를 위해 낚시 장비를 챙기는 도중에 갑자기 돌풍이 불자
이 바람에 날아가는 텐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간신히 붙잡아서 엉금엉금 걸어오는 모습이
행글라이더를 타려는 사람 같습니다.
▲ 낚시보다는 행글라이더를 해볼까?
이래서 낚시꾼들이 저수지 주변 주민들로 부터 원성을 듣습니다.
오늘도 저수지 주변 청소는 우리 몫입니다.
▲ 저수지 주변 청소에 나선 회원님들
1박 2일 동안의 출조에서
붕어 얼굴도 보지 못한 회원님도 있었지만
물 냄새만 맡고 가는 것도 큰 즐거움이요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 철수 준비를 마치고
낚시 바늘에 걸려 올라 올 때마다
젓갈감이니, 기차표니, 붕순이니 등 놀림을 당했던 붕어들 입니다.
붕순이와 얽힌 일화가 하나 생각납니다.
붕순이가 월척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저거 먹어두 돼?"
'아가야 저거 먹으면 큰일 난단다.
너희 아빠도 작년에 저 새우 먹다가 시퍼런 불빛이 글쎄 하늘로 데려 갔단다."
"엄마 저기 저 아저씨는 지금 저쪽 거 먹으려고 다가가는데?"
"저 아저씨 말이냐?
저 아저씨는 부부싸움에 엄청 두들겨 맞고
이 세상에서 살기 싫다고 저 세상 가서 새 장가 가겠다고 저러는 거야.
아가야 잘 봐 이제 곧 올라 갈 테니."
▲ 붕어사랑님 살림망
오늘도 나는 지정지 저수지에 그림자만 남기고 갑니다.
사진 찍느라고 고생한다고 고급 찌를 주는 회원은 있지만,
사진 찍어주는 회원은 한 분도 없습니다.
▲ 내 사진은 언제 찍어보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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