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흥 가학지 전경
산과 들에 5월의 흰장미라는 찔레꽃 향기가 가득하고,
아직은 설익어 풋풋한 빛을 발산하고 있는 초여름 입니다.
평소에는 1박 2일 정도로 밤낚시를 즐기는 편이지만
요즘 들어 주말이면 바쁜 일정에 출조를 포기하고 있었는데
밤에는 입질이 뜸하고, 아침에 월척급 붕어가 낚인다는 조황 소식에
하루 일정으로 장흥 가학지를 찾았습니다.
▲ 제방에 핀 찔레꽃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 이어서 그런지 서늘하다 못해 찬 기운이 느껴지는
잔잔한 수면위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밤새 내린 이슬로 촉촉이 젖어있는 저수지에
3~4명의 꾼들이 아침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 저 꾼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여름 낚시의 큰 걸림돌인 침수수초 마름이
저수지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가늘고 긴 줄기 끝에 잎을 달고
수면에 떠있는 모습이 군데군데 보이고 있어 걱정이 앞섭니다.
아니나 다를까 찌를 세우는데 무척 힘이 듭니다.
주로 떡밥에 입질을 보인다는데 알 수 없는 물속의 수초 때문에
입수를 잘 하던 찌가 갑자기 멀대 같이 멍청히 서 있거나
한 쪽으로 누워버려 집어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 찌 맞춤에 힘은 들어도 멋진 풍경에 감탄이 나옵니다.
고즈넉한 저수지에 잉어들이 간간히 정적을 깨트리며
물 위로 모습을 나타내고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승천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솟아오르며 몸부림을 치다
결국은 오르지 못하고 물속으로 풍덩 빠집니다.
잉어가 급류를 뚫고 도약해 용문을 지나 용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을
어변셩룡(漁變成龍)이라고 하는데
용문(龍門)은 중국 황하 상류의 협곡으로
잉어가 알을 낳기 위해 황하 강을 거슬러 오르다 이곳에 이르러
엄청난 급류 때문에 더는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지 못하지만
잉어 무리가운데 가장 힘이 센 놈이 용문을 뚫고 지나가
용으로 변한다는 전설이 있는 곳으로,
이에 연유하여 모든 난관을 돌파하고 입신출세의 가도에 오르게 된다는
등용문(登龍門) 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 저 섬에 갈수만 있다면 - - -
지난 주말 출조에서 가물치와 잉어를 몇 수 했다고 해서
도착하자마자 넣어 둔 새우 채집망을 확인해 보니
생우, 참붕어가 활동을 하지 않는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 머지않아 빨간 산딸기가 열릴 것 같습니다.
오전 내내 잔챙이 입질도 없고 한가롭기만 하지만
저수지 들녘은 내일 모레가 소만(小滿)이라 그런지
농부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소만은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절기로
이때가 되면 여름의 문턱이 시작되는 계절로
농가에서는 보리이삭은 익어서 누런색을 띄고, 모내기 준비에 바빠지며,
산야의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연두색 잎은 초록색으로 갈아입고 있으나
대나무는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하는데
이는 새롭게 탄생하는 죽순에 영양분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봄철의 누런 대나무를 가르켜 죽추(竹秋)라고 합니다.
▲ 한우 사료용 보리짚이 들어있는 곤포 사일리지
구름 사이로 간간히 비치는 초여름 햇살이 살랑대는 바람과 함께 너무 좋습니다.
아직은 설익은 여름이지만 왕잠자리 한 쌍이 멋진 짝짓기 모습으로
눈앞에서 어른거리며 날아다니는 나른한 오후 입니다.
▲ 날개를 펴고 잠시 쉬고있는 나비
이제는 월척급을 볼 수 있다는 미련을 버리고,
잔챙이 손맛이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벼운 찌맞춤으로 바꾸고
찌가 입수를 잘 하는 공간에 집중적으로 집어를 하고나니
잔챙이들 입질은 들어오지만 헛챔질이 다반사 입니다.
▲ 등에 바늘이 걸려 올라온 잔챙이
이제 이곳은 물속에서 한참 자라서 올라오는 마름 때문에
본격적인 모내기가 시작되고 배수가 이루어져
보조 제방이 드러나는 6월 중순경이 되어야 좋은 조황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기대와 달리 형편없는 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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