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조행기

이번 출조도 몰아치는 강풍속의 고행이다

소석(笑石) 2012. 4. 4. 14:51

 

   ▲ 매번 찾아도 그리운 곳입니다. 

 

겨울속의 봄인지, 봄속의 겨울인지 모르게 봄이 가고있습니다.

3월달 내내 그랬지만 금요일에 봄비가 내리고 나면 주말에는 찬바람을 동반한 강풍이 불어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이다 무조건 떠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봄비가 내리고 나면 훈훈한 남풍이 불어 기온이 올라가

말라붙어 죽은 것처럼 보이는 나무나 풀에게 새생명을 탄생시켜 줍니다.

그러나 찬바람을 동반한 북서풍이 부는 꽃샘추위가 찾아옵니다.

 

오늘을 정기 출조 일정을 정해놓았으나 예상치 못한 강풍을 동반한 꽃샘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취소를 하고,

지난 일주일간의 기다림이 아쉬워 무작정 나서봅니다.

 

가는 차 안에서 오늘을 어디로, 자리는 어떤 곳에, 채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임 끝에 보성 금강 휴게소에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나서

애라 모르겠다. 또 지난주에 이어 장흥 지정지로 달립니다. 

 

   ▲ 보성 금강 휴게소에서 만난 홍매화

 

다행히 세찬 바림이 불지 않고 있는 저수지에는

우리 일행보다 먼저 온 낚시꾼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물색도 예상했던 것보다 좋습니다.

 

봄 포인트로 가장 좋은 갈대와 뗏장수초 밭에 자리를 정하고,

기상여건이 변했을 때 장소이동을 위하여 낚시대를 3~4대만 편성 하고나니

잔챙이들이 설치기 시작합니다. 

 

   ▲ 비록 잔챙이지만 즐겁습니다.

    

이런 때를 보고 천우신조(天佑神助)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3월초 시조회를 시작으로 연이은 3번째 출조시 까지 붕어 얼굴도 보지 못하다가

그 정성에 감동했는지 하늘이 돕고 용왕신이 도와 4번째 방문에서 대박을 터트렷습니다.

 

한 척도 안 되는 바늘에 걸린 대물잉어와 사투 끝에

2.5칸 대 낚시대가 두 동강이 나고, 뜰채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70.2cm짜리 잉어를 맨손으로 잡아 올렸습니다.

 

   ▲ 나는 언제나 저렇게 활짝 웃어볼까?

오후가 되자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합니다.

물이 오른 수양버들이 꽃을 피운 채 봄 햇살을 맞으며 길게 늘어뜨린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에서 봄기운이 물씬 묻어납니다.

 

하지만 수양버들 가지가 심하게 흔들리면 흔들릴수록 마음이 심난 해 집니다. 

오늘의 기상여건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이 바람을 피해 자리를 옮겨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 헝클어진 수양버들 가지처럼 뒤숭숭 합니다.

 

오후 중반 무렵이 되자 바람은 앞에서 점점 더 거세게 몰아쳐 얼굴을 때립니다.

낚시대가 받침대을 벋어나 물속으로 처박힐 정도로 불어대자

도저히 안되겠는지 일행들이 바람을 피해 둑 밑으로 자리를 옮겨 갑니다.

 

   ▲ 바람 앞의 등불 입니다.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저수지 둑 너머 서쪽 하늘로 넘어가던 해가 손톱 끝만큼 남겨놓고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바람도 잔잔해 지기를 마음속으로 빌어 봅니다.

그리고 오늘 밤에는 멋진 찌 올림과 함께 대물과의 상면을 고대하면서

밤낚시 채비를 서둘러 준비합니다.

 

   ▲ 낚시꾼들을 설래이게 하는 저녁노을 입니다.

 

저수지에 내린 온 어둠을 등허리에 이고,

앞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을 않고 의자에 가만히 기대어 보지만

코끝은 싸하고 가슴속을 파고드는 찬바람에 등골이 오싹합니다.

 

멀리서 반짝이는 마을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고 오늘따라 집이 그리워집니다.

그렇다고 낚시를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들 수도 없고,

이 긴 밤을 보낼 일이 난감합니다. 

 

   ▲ 점점이 떠 있는 불빛에 현혹되어

 

새벽 3시경 간밤에 언제 바람이 불었냐는 듯이 잠잠해지자

서둘러 텐트에서 나와 자리로 가봅니다.

어젯밤에 8대의 낚시대중 거두어 놓은 6대의 찌는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고,

새우를 달고 찌를 세워놓은 2대는 캐미불만 깜박거리고 있습니다. 

 

미끼를 새롤 달아 주기위해 건져보니 그대로 달려 있습니다.

나머지 낚시대에도 캐미를 끼우고, 미끼를 달아 던져놓고 

기다려 보지만 꼼짝도 않습니다.

 

새벽 여명이 밝아오자 옆에 자리한 다른 일행들이

지난밤 바람과 추위와 사투를 벌이다 얼마나 지쳤는지

초췌한 얼굴로 철수를 준비 합니다.

 

   ▲ 오늘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여명

 

영하권으로 뚝 떨어진 새벽기온에 몹시도 춥습니다.

난로 온도를 최상으로 올려보지만 파라솔 텐트를 설치하지 못해

차거워진 몸을 녹혀 주기는 역부족입니다. 

 

   ▲ 새벽 추위를 난로불로 이겨보려 하지만

 

아침이 밝아오고 바람이 잠잠해 지자

어제 강풍을 피해 둑으로 자리를 옮겼던 일행들이

다시 자리를 옮기느라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 이 고생을 왜 하는지 몰라

 

어제 오후 늦게 새우채집을 위해 담가놓은 새우망을 건져보니

미끼로 쓰기에 크기도 적당하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새우가 많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나 오전낚시에 새우에는 전현 입질이 없었고,

지렁이에만 잔챙이들이 설쳐댔습니다.

 

   ▲ 너무 아까운 새우들

 

아침 해가 떠오르자 연안의 물색이 우유를 풀어 놓은 듯 좋습니다.

하지만 막상 철수를 하려고 하니 진한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새우미끼도 좋고, 물색도 좋아지고 있어,

오늘 대박이 터질 것 같은데 말입니다.

 

   ▲ 환상적인 물색입니다.

 

오랜만에 잔챙이지만 붕어 얼굴도 보고, 손맛도 봤으니

돌아가는 길이 허전하고 이 빠지지는 않지만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합니다.

 

   ▲ 반가운 얼굴들

 

1박 2일 동안의 고행에서 오는 피로감과

등에 짊어진 가방의 무게만큼 가는 발길이 무겁다고

다시는 오지 않는다고 해놓고 

 

   ▲ 다시 오려면 뭐하려 가져가 놔 두고 가지

 

저 둑에 놓고 온 가방과 장화를 찾으러 가야지 하는

변명 아닌 변명을 앞세워 한 주일을 기다리다

이번만큼은 고행이 아닌 짜릿한 손맛을 기대하며 집을 나섭니다.

 

   ▲ 주인 잃은 장화와 가방

 

이번 주말 출조를 못하면

오늘을 기다려온 일주일이 아쉽고,

또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기다림 속에서 보내야 합니다.

 

가지 않고 후회하기 보다는

모든 잡념과 생각을 버리고 그 곳에 가면

또 다른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민들레의 꽃말은 행복, 감사하는 마음 입니다.

      민들레처럼 살다보면  행복이 저만치 민들레 홀씨되어 날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