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꽃마당

초여름을 두드리는 철쭉꽃

소석(笑石) 2012. 4. 25. 15:22

 

 

 

   ▲ 연분홍색 철쭉꽃

 

봄꽃이 늦게 핀다고 안달대더니

개나리, 매화, 진달래, 벚꽃들의 잔치도 끝나가고

어느새 봄의 끝물이 살포시 다가오고 있습니다.

 

온 산을 붉게 물들이던 진달래 꽃잎이 내려앉은 자리에

봄비 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연분홍색 철쭉꽃이

가냘픈 꽃잎에 송글송글한 물방울을 머금고 피어있는 모습이

붉고 화려해서 그런지 도도하면서도 청순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 비를 흠뻑 맞고 고개숙인 철쭉꽃

 

진달래꽃과 철쭉꽃은 비슷해서 구분하기가 어렵다고는 하나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중에 나는 그윽한 향과 빛을 내는 꽃으로

꽃잎은 화전, 떡, 차, 비빔밥 등에 넣거나 술을 담가 먹을 수 있는 꽃이라 하여

참꽃이라 하지만

 

 

   ▲ 언뜻 보면 진달래꽃과 흡사하지만 위쪽 갈래조각에 적갈색 반점이 산재해 있습니다.

 

철쭉은 꽃과 잎이 동시에 나는 강렬한 향과 빛을 발산하는 꽃으로

꽃받침 주변에서 끈끈한 점액이 묻어나는데 새순을 갉아먹는

벌레들의 침입을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며,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다하여 개꽃 이라고 합니다.

 

 

   ▲ 바위틈에 핀 철쭉꽃 

 

꽃말이 "사랑의 기쁨"인 철쭉꽃은

삼국유사에 수로부인의 설화가 깃들여 있습니다. 

 

옛날 신라 선덕왕 때 강릉 태수로 부임하는 순정공을 따라 그 임소로 동행하던 수로부인은

인물이 절세가인인데다가 꽃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들 일행이 바닷가에서 쉬게 되었을 때 그 주위에는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 있었습니다.

 

마침 철쭉꽃이 몇 길이나 되는 절벽위에 한창 피어 있는 것을 본 수로부인은 

시종들을 보고 누가 저 꽃을 꺽어 올 자가 없느냐고 하니 아무도 하겠다는 이가 없었는데

때마침 소를 몰고 지나가던 한 노인이 그 말을 듣고 그 꽃을 꺽어다 부인에게 바칠 때

 

붉디붉은 바위 끝에 / 잡고 온 암소를 놓아두고/

나를 부끄러워 아니 한다면 / 저 꽃을 바치겠나이다. 라는

헌화가의 가사도 함께 받쳤다고 합니다.

 

이 헌화가(獻花歌)는 신라 때 향가에 기록된 유명한 시라고 합니다. 

 

 

   ▲ 자주색 입술연지 같은 꽃봉오리 

 

철쭉꽃이 지면 봄이 떠나간다고 합니다.

진달래에 이어 철쭉꽃의 향연이 끝나고 나면

이 봄도 화려한 꽃들은 벌과 나비에게 생명의 꿀을 아낌없이 내주고,

온 몸을 불사르고 나서 새 생명을 잉태시키고 여름으로 내달을 것 같습니다. 

 

 

   ▲ 진분홍색 꽃이 핀 철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