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일상의 모습과 글

무선산의 청설모

소석(笑石) 2012. 3. 8. 11:48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주위를 둘러보니

시커먼 털을 가진 청솔모가 나무가지 사이를 자유자재로 건너다니다

왠 이방인인가 하고 빤히 쳐다보더니 금새 사라져 버립니다.

 

매번 산에 올 때마다 만나지만

같은 다람쥐 과의 포유류인 다람쥐에 비해 귀엽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새까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것을 보면 섬뜩 하기도 합니다.

 

 

왠지 오늘은 흔적 없이 사라진 직업인  

세상의 모든 때를 대신 뒤집어 쓴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카만

도시의 검은 천사 굴뚝 청소부 모습이 떠오릅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예전에는 집집마다 섶을 때

굴뚝에 끼는 검댕이를 1년에 한두 번은 쑤시고 털어야 했기 때문에

시커먼 털북숭이 솔과 대나무를 쪼개 만든 굴렁쇠 같은 걸 들고

재래식 가옥이 있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징소리를 울리며 뚫어! 뚫어! 을 외쳤다고 합니다.

 

 

온 몸에 검은 털을 가지고 있는 청설모는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을 하며 나무 구명에 집을 짓거나

큰 나무 줄기나 마른 나무 가지 사이에 까치집 모양 집을 짓고 삽니다.

 

먹이는 각종 나무 씨를 먹으며 잣나무 씨를 제일 좋아하고,

딱정벌레나 새알, 새끼 등을 먹습니다.

 

겨울잠을 자지 않는 청설모는

가을에 나무 밑이나 그루터기, 돌 틈 따위에 먹이를 묻어 두고

먹이가 부족할 때는 찾아 먹는 습성이 있는데

건망증이 심해 절반도 채 찾아 먹지 못해 남아 있는 먹이는

새나 벌처럼 종자를 숲 이곳저곳에 퍼뜨리는 역할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