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조행기

겨울 잠에서 좀처럼 깨어 날 줄 모르는 붕어터

소석(笑石) 2012. 2. 14. 10:55

 

   ▲ 고흥 거군지 산 밑 포인트

 

금년 겨울은 유난히도 춥고 길기만 합니다.

예년 같으면 설이 지나고 나면 날씨가 풀리면서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에서 대부분 저수지들이 해빙이 되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고, 겨울동안 활동을 멈추고 있던 붕어들도

해빙과 동시에 움직임을 시작하고 먹이활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를 노린 부지런한 꾼들의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들이 보이면서 

어느 지역에서 터졌다는 즐거운 비명이 들리게 되면

겨울동안 낚시대를 접고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꾼들이 출조를 나설 텐데

겨울이 길어서 그런지 아직은 잠잠하기만 합니다.

 

   ▲ 동쪽에 해가 뜨고 있지만 아직 서쪽 하늘에 걸려있는 하현달

 

그렇다고 주말을 무료하게 보내기에는 모처럼 풀린 날씨가 가만 놔두지를 않습니다. 

이리저리 망설이다 지난 2월 5일 고흥 거군지 에서

하루 종일 눈이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6~9치급 10여수를 낚은 것에 미련이 남아

2월 12일 다시 한번 출조를 하였습니다.

 

이 곳에 도착하니 길 하나를 두고 나란히 위치한 수로는 모두 얼어 있으나

저수지는 어제 날씨가 따뜻했던 탓에 대부분 녹아 있습니다.

얼음이 얼어있으면 어쩌나 했던 우려는 해소되었으나

꾼들은 하나도 없고, 물색이 맑아 걱정이 앞섭니다.

 

   ▲ 물 속이 훤히 드려다보이는 포인트

 

지난주와 같이 산 밑 포인트에 자리를 정하고 대를 편성하는 중에

갈대밭 주변 얼음 위를 수달 두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이 눈에 거슬립니다.

"수달이 돌아다니면 붕어가 긴장을 하여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데"

걱정이 또 하나 생겼습니다.

 

겨울 햇볕은 따뜻하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이 몹시도 추워

난로에 의지한 채 입질을 기다려 보지만 찌 놀림은 약하고,

챔 질을 해도 잔챙이들이 입질을 하는지 헛챔질이 대부분 입니다.

 

   ▲ 파란 하늘에 떠있는 새털구름

 

아침 해가 올라오면서 기온이 많이 오르자

겨울철 수초낚시터로  많이 찾는 저수지에 인접한 수로에

수초낚시를 온 꾼들이 얼음이 언 현장을 확인하고 허탈한 마음으로

저수지에 자리를 잡기도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는 등 어수선 합니다.

 

오전 내내 겨우 6치급 2수를 하고나니 허탈합니다.  

오후가 되면서 수온이 오르고 물색이 조금은 살아나는 것 같아

떡밥을 써보는 등 적극적으로 공략을 해보지만 전혀 입질이 없습니다. 

 

   ▲ 지렁이를 물고 올라온 6치급 붕어

 

철수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중얼거리고 있는데

지나가던 꾼들이 잠시 멈추고 곁에 와서 살림망을 확인 하고나서

자기 일행들은 붕어 얼굴도 보지 못했는데 여기서 붕어 얼굴 봤다고

푸념 섞인 말을 하고 떠납니다. 

 

반짝 풀린 날씨에 욕심을 내서 출조를 했으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막상 철수를 하려니 허탈하기만 합니다.

아직은 고흥권 조황이 살아나지 않고 있는것 것 같습니다.

 

   ▲ 봄을 기다리는 나뭇잎을 견사의 망으로 엮어 만든 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