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조행기

하늘에선 눈이 내리고 얼음 위에선 붕어가 춤을 춘다

소석(笑石) 2012. 2. 7. 10:46

 

   ▲ 함박눈이 내리는 고흥 거군지

 

어제가 입춘이고, 정월 대보름을 하루 앞둔 2월 5일(일요일)

계속되는 한파에 저수지 마다 얼음이 얼었을 걸로 예상은 되지만

물가가 그리운 나머지 고흥권 겨울철 포인트로 금년 첫 출조에 나섰습니다.

 

지난주에도 강한 한파가 몰아쳐 2월 2일 서울의 최저 기온이 영하 17.1도 까지 내려가 

2월 기온으로는 35년만의 가장 낮은 기온이며,

여수가 영하 9.2도를 기록 하는 등 추위가 좀처럼 물러날 줄 모르고 있습니다. 

 

이 날 새벽 여수에서 출발 할 때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어 걱정이 앞섭니다.

"겨울철 안개는 해동비가 내린다."는 속담처럼 다른 계절에 안개가 끼면 날씨가 좋지만

늦겨울 안개는 얼어붙은 것을 녹여주기 위해 해동비가 온다는 뜻으로

 

아니라 다를까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신양지에 도착하니 저수지는 꽁꽁 얼어 있고, 비가 아닌 눈이 내립니다.

저수지를 뒤로하고 거군지로 가는 도중 몇 군데 들러 보았지만

저수지도 수로도 꽁꽁 얼어붙어 말라비틀어진 잡초와 함께 황량하기만 합니다.  

 

   ▲ 꽁꽁 얼어버린 고흥 신양지 

 

신양지 초입에 들어서니 멀리 파랗게 보리가 자란 들판의 수로와 저수지에

낚시꾼들이 타고 온 것으로 보이는 차량들이 보이고,

현지에 도착하니 산 밑 포인트 일부 수면만  얼음이 녹아있습니다.

 

이 곳에서 밤낚시를 한 3명의 낚시꾼들이 보입니다. 

피로감이 역력한 채 아침 낚시를 하고 있는 낚시꾼들에게 지난 밤 조과를 물어보니

밤새도록 입질 한번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 얼음이 얼지 않은 산 밑 포인트 

 

산 밑에 자리를 정하고, 수심을 체크해 보니 2.5m 정도이며,

대를 편성하고 외바늘에 지렁이를 달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9치 급이 낚이는 등

아침이 되면서 기온도 올라가고 조황이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어느덧 가루눈은 함박눈으로 변해서 내리고,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어 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오랜만에 나 혼자서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정취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 눈이 수북히 쌓인 갈대 이삭 

 

드디어 나에게도 입질이 왔습니다.

9시 30분경 녹지 않은 얼음 가장자리에 세워 놓은 3.2칸 대 찌에서 어신이 들어옵니다.

 

몇 마디 올리지도 못한 찌를 기다리다 못해 챔질을 하고나니

7치급 붕어가 얼음 위로 미끄러지면서 나옵니다.

"임진년 첫 출조 에서 첫 입질에 낚은 첫 붕어 입니다." 

 

   ▲ 얼음 위에서 팔닥거리는 붕어 

 

드문드문 이어지는 입질 또한 크지를 못하고,

한 두 마디 올리다 말지만 몇 수를 하고 나서 11시경 붕어사랑님 자리에 가보니

아직 입질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 입질은 언제 들어오려나? 

 

그 때 건너편에 자리한 아쭈리님의 큰 소리가 들립니다.

낚시대 휘어짐이 보통 크기의 붕어가 아닌 것 같아 단숨에 달려가 보니

아주 탐스럽고 튼실한 9치급 붕어가 발버둥을 치고 있습니다. 

 

   ▲ 체고가 이쁜 토종붕어 

 

함박눈은 온 세상을 삼켜 버릴 듯이 쉴 새 없이 내리고,

점심을 눈을 맞으며 선채로 먹은 후 따뜻한 커피 한 잔에 몸을 녹이고 나서

파라솔을 준비하지 못한 탓에 눈을 그대로 맞으며 잔뜩 웅크린 채로

9치급 붕어를 구경했으니 내심은 월척을 기대하며 찌를 응시해 보지만 

 

   ▲ 점심 때가 되니 배가 고픕니다.

 

오후 내내 6~7치급 3수로 만족해야 했으며

3시가 넘어가면서 눈은 그쳤지만 기온은 내려가고

입질이 없어 철수를 해 봅니다.  

 

오늘 날씨가 해가 뜨고, 

겨울 햇볕이 온 저수지에 퍼져 수온이 상승했다면

좋은 조황을 기대해도 좋았을 텐데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 오리나무의 겨울눈과 꽃이삭에 생기가 도는 걸 보니 봄이 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