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시연꽃으로 유명한 장흥 해창지
봄은 어디만큼 오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입춘과 우수가 지나고 며칠 있으면 만물이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인데
봄이 오는가 싶으면 기습적인 한파와 폭설로 기를 꺾어놓지만
이 속에서도 은근한 봄의 느낌은 곳곳에서 감지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들녘이나 야트막한 산 끝자락에 가보면 개울가의 얼음이 풀리고,
겨우내 움츠렸던 초목들이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양지바른 곳에서는 들꽃이 꽃망울을 맺기 시작하고,
나무 가지에도 물이 올라 겨울눈과 꽃눈에 생기가 돌고 있습니다.
▲ 초봄 들녁에 가장 먼저 피는 큰개불알풀꽃(봄까치꽃)
옛날 중국 사람들은 우수 입기일 이후 15일간씩 세분하여 그 특징을 나타내었는데
즉, 첫 5일간은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다음 5일간은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마지막 5일간은 초목에 싹이 튼다고 하였습니다.
우수 무렵이 되면 그동안 얼었던 강이 풀리므로 수달은 때를 놓칠세라
물 위로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아 먹이를 마련하고,
원래 추운 지방의 새인 기러기는 봄기운을 피하여 다시 추운 북쪽으로 날아가며,
그렇게 되면 봄은 어느새 완연하여 마지막 5일간 에는 풀과 나무에 싹이 틉니다.
▲ 꽃눈이 부풀어 오르고있는 진달래
물가에서 물고기를 기다리는 것은 수달만이 아닙니다.
낚시꾼들도 이 무렵이면 해빙기 호황을 맡 보기 위해
분주하게 이곳저곳 수로나 저수지를 찾아 분주하게 출조를 하게 됩니다.
지난주(2월 25일)에는 강풍이 예상된다는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동호회원 4명과 함께 장흥지역을 찾았습니다.
흐린 날씨에 기온은 많이 올랐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은 거세져
저수지 마다 포인트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 얼음이 풀리고 개울가에 드러낸 새싹
첫 번째로 찾은 지정지에서는 세찬 바람에 갈대와 수초가 자라고 있는
포인트를 포기하고, 바람을 등지고 할 수 있는 제방 아래 자리를 정했으나
오전 내내 입질 한번 받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였습니다.
겨우 네 번째 만에 가시연꽃으로 유명한 해창지에 도착하니 늦은 오후입니다.
포인트 물색을 위해 저수지를 둘러보니 갈대밭 언저리 물색이 탁하고 좋습니다.
세찬 바람 속에서 간신히 파라솔 텐트를 설치하는 등 밤낚시 준비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해는 서산마루에 한 뼘쭘 높이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 서산마루로 기울고 있는 해
햇볕이 약해지면서 기온은 내려가고, 세찬 바람에 체감온도는 더 내려가 몹시 춥습니다.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텐트로 가는데 어느새 물색은 맑아 지고있어
오늘 저녁 붕어 얼굴이나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밤이되면 낮 동안 불던 바람도 잠잠해 지는데 더 강해지고,
밤낚시의 유일한 불꽃인 캐미를 찌에 달고 한 시간여를 기다리는 동안
요동치는 물결에 따라 찌불도 흔들리면서 바로 서보려고 노력을 해보지만 번번이 허사요,
그러다 지쳤는지 모든 것을 물결에 맡긴 채 수면 위로 한 번도 상승을 하지 못합니다.
악천후 속에서도 자리를 지키던 동호회원들이 초심을 잃어버리고,
하나 둘 긴 한숨과 함께 텐트로 돌아가는 소리가 납니다.
초저녁부터 낚시를 포기하고 나니, 밤은 길기만 하고 딱히 할 일도 없습니다.
▲ 오늘 밤을 위해 준비는 단단히 했는데
그래서 오랜만에 만난 벗들과 함께
"일배일배복일배(一杯一杯復一杯, 한잔 한잔 또 한잔) 하다 밖으로 나와 보니
시리도록 차거운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유난히 반짝이고,
서쪽 하늘엔 그리움의 눈물을 담아 보름달이 된다는 가냘픈 초생달이 걸려있습니다.
문득 술은 해진 뒤에 마셔야 제격 이라고,
우리선인들은 "완월장취(玩月長醉) 달을 벗 삼아 술을 마시며 오래도록 취함"란
말을 지어 내기도 했다는 글이 생각납니다.
▲ 서산으로 넘어가는 초생달
밤새도록 강풍이 지칠 줄 모르고 거세게 불어대자
물가에 설치해 놓은 파라솔 텐트가 날아가지 않을까 하고 얼마나 걱졍을 했는지
밤새도록 뒤척이다 텐트가 날아가는 꿈을 꾸는등 어수선한 밤을 보내고
새벽 여명이 밝아오는 6시경 텐트에서 나와 물가로 나가보니
강풍은 여전히 불고 있고, 가장자리에는 얼음이 얼어있으며,
지난밤 걱정을 많이 했던 파라솔 텐트는 하나도 흐트러짐이 없이 서 있습니다.
▲ 지난 밤 강풍에도 끄떡이 없는 파라솔 텐트
그래도 밤새 입질이 있었는지 몇 군데 찌들의 이동이 있었고,
새 미끼로 갈아주기 위해 낚시대를 건져보니 빈 바늘만 올라옵니다.
그렇지만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를 보이자
해가 뜨면서 살아나는 입질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1박2일 동안 붕어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들녘과 저수지에서는 봄기운을 부르려고 꿈틀대고 있어
다음 주말을 기대하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립니다.
▲ 인근 과수원의 청매화 꽃봉오리
'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술궂은 꽃샘바람이 삼산호를 어지럽게 맴돈다 (0) | 2012.03.13 |
---|---|
임진년 월척을 향해 닻을 올리다 (0) | 2012.03.06 |
겨울 잠에서 좀처럼 깨어 날 줄 모르는 붕어터 (0) | 2012.02.14 |
하늘에선 눈이 내리고 얼음 위에선 붕어가 춤을 춘다 (0) | 2012.02.07 |
반짝이는 가을 햇살이 가득한 가학지 (0) | 2011.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