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조행기

반짝이는 가을 햇살이 가득한 가학지

소석(笑石) 2011. 10. 25. 11:07

 

   ▲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장흥 가학지

 

10월의 끝자락인 오늘(10.22)은 낚시동호회 납회일 입니다.

3월초 시조회를 시작으로 주말이면 어김없이 회원들과 함께 낚시터를 찾아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여름이 가고 가을이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매년 정기 출조시 마다 날씨가 좋지않아 회원들이 고생을 많이 해서

이번은 좋은 날씨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납회일을 조금 일찍 정했으나

전날 오후부터 내린 늦가을 비가 출발시간인 새벽 4시가 되도록

바람과 함께 내리고 있습니다.

 

   ▲ 삼산 방조제의 정남진 전망대

 

출조 장소인 장흥 가학지에 도착할 무렵 비는 그쳤으나

바람은 점차 강해져 당초 예정했던 둑 밑 포인트는 포기하고,

산 밑에 자리를 정한 후 채비를 마치고 나니 아침 9시가 훌쩍 넘어 갑니다.

 

동쪽 산 밑에 자리한 탓인지 세차게 부는 북서풍에 낚시대가 날아가고,

출렁이는 물결에 찌놀림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지만

잔 새우에는 잔챙이라고 잔챙이들이 설칩니다.

 

   ▲ 마름이 사그러든 산 밑 포인트

 

정오를 지나면서 바람은 조금 잦아들었지만

서쪽으로 넘어가는 가을햇빛이 수면위에서 눈부시게 반짝이는 바람에

눈을 뜰 수가 없어 8대중 햇빛이 반사되어 찌를 볼 수가 없는 5대는 포기하고 

3대를 떡밥 낚시로 바꿔서 집중적으로 노려보지만 별로 신통치 않습니다.  

 

한 낮이 되자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이 쾌청한 가을 날씨를 보이자

낚시꾼들이 가을 붕어 손맛을 즐기기 위해 하나 둘 자리를 정하더니

12만평 규모의 저수지에 울긋불긋한 파라솔 꽃이 피었습니다.

 

   ▲ 낚시용 햇빛 가리개를 쓴 모습에서 중동사람의 냄새가 난다.

 

장흥 가학지는 지금까지 출조 경험에 의하면

밤낚시 보다는 오전 낚시에 월척이 나타나는 곳으로

간혹 4짜도 낚인다고 하지만, 우리 동호회에서는 37.5cm가 기록입니다.

 

큰 새우 미끼에 월척이 입질을 보이는데

현지에서 자생하는 백새우를 채집해 보면 주로 손톱만한 잔새우로

중치급 이상도 입질을 하지만 주로 잔챙이들이 설쳐대고,

짝밥(떡밥, 새우)을 쓰면 중치급 정도까지 많은 마릿수를 볼 수 있습니다.

 

   ▲ 빨갛게 익은 맹감나무 열매 

   ▲ 야산에 핀 분꽃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자 종일토록 불던 바람은 거짓말 같이 잠잠해 지고,

달도 없는 밤하늘에 별만 총총히 떠있는 것이 밤낚시 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지만

초저녁에 잠깐 중치급이 낚이더니 다시 잔챙이들이 설쳐댑니다.

 

   ▲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가학지

 

그렇게 밤은 깊어만 가고 

지척을 분간 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별과 함께 캐미불이 장관을 만들어

가을 밤 정경이 정말 감탄스러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저수지 안에는 어림잡아 30~40여명의 낚시꾼들이

대물을 꿈꾸며 캐미불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초조한 긴장 속에서 보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 해가 지자 수면 위에 캐미불 꽃이 피어나고 

 

지난밤 대물을 만나기 위해 거의 뜬눈으로 지새운 채

대물 입질이 들어오기를 마음속으로 빌며 학수고대 하고 기다렸지만

어느새 어슴푸레하게 새벽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해가 뜨면서 다시 살아나는 아침 조황에 기대를 걸어 보지만

아침시간을 빨리 지나가고 해가 중천에 올 때까지

한번은 입질이 오겠지 하며 끈질기게 기다렸지만 끝내 대물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새벽이 밝아오도록 뜰채는 써보지도 못하고

 

가을철 대물을 만날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인

마름의 줄기와 뿌리는 삭아 내리고 아직 잎이 드문드문 남아있는 곳에 자리는 정했지만

미끼는 무조건 큰 새우를 써야 되는데 채집망에 들어 온건 잔새우들 뿐이어서 

2~3마리를 꿰어 사용했어도 아쉽게 별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회원들 모두가 씨알이 5~9치급된 붕어를  20여수씩 골고루 낚았고

그 중 한 회원은 붕어 70여수에, 아침에 월척 2수를 수초에 걸려

놓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 1박 2일동안 월척은 없어도 풍성한 조과를 올린 붕어사랑님

 

이 가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가을이 가기 전에 굵은 새우를 미리 준비해서 다시 도전 한다면

4짜급도 노려볼 만한 장소입니다.

 

   ▲ 신묘년 납회에 참석한 회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