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조행기

임진년 월척을 향해 닻을 올리다

소석(笑石) 2012. 3. 6. 16:10

 

   ▲ 봄기운이 전해지고 있는 장흥 지정지

 

오늘은 임진년 한 해의 무사와 월척의 꿈을 비는 시조회 날 입니다.

한겨울 동안 아쉬운 출조를 접고 웅크리고 있던 동호회 회원들이

입춘이 지나고 우수.경칩이 되면서 봄기운과 함께 하나 둘 출조를 나서다

봄의 소리가 붕어 입김을 통해 전해진다는 소리에 들썩거립니다.

 

이른 봄이라 조과는 크게 기대 할 수 없지만

한 해 첫 손 맛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해의 조과가 결정된다하여

시조회를 서둘렀으나, 주말마다 기상여건이 좋지 않아 한 번의 연기와 고심 끝에

경칩을 이틀 앞 둔 3월 3일 1박 2일 일정으로 장흥 지정지로 향합니다.

 

   ▲ 일명 봄까치꽃이라고 부르는 큰개불알풀꽃

 

매년 시조회 때마다 궂은 날씨로 애를 먹었는데 금년에도 예외는 아닙니다.

낚시꾼들이 제일 싫어하는 동풍에, 최고 풍속은 초속 8~9m,

더군다나 일요일은 봄비까지 내린다고 합니다.

 

동풍은 계절풍으로 봄바람이라고 부르는데

봄에는 산들바람이 불어 처녀가 싱숭생숭해지고,

가을에는 소슬바람이 불어 남자가 외로움을 탄다하여 남자의 계절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뱃사람들은 샛바람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동쪽을 순우리말로 "새"라 하여 "샛바람', 서쪽은 "하늬"하여 "하늬바람",

남쪽은 "마"라 하여 "마파람', 이라고 하며,

북쪽은 '노'라고 하는데 낚시꾼들이 제일 싫어하는 북동풍으로 "높새바람'이라고 합니다. 

 

이 바람이 불면 바다나 민물에서 너울을 높게 만들고, 수온이 내려가면서

물고기의 활동성이 떨어지고, 예민해져서 낚시가 잘 안된다는데

오죽했으면 "동풍에 조기 대가리 깨진다"는 속담이 있을까?

샛바람에는 돌처럼 딱딱한 조기 대가리도 당해내지 못한다는 말로 걱정이 앞섭니다.

 

   ▲ 생기가 도는 버들가지 겨울눈

 

아침 해가 떠오르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이른 새벽입니다.

어둠의 터널을 헤치고 가다보니 짙게 드리운 새벽안개가 어둠을 거두어가고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 아침을 맞이합니다.

 

   ▲ 자욱한 새벽 안개가 속으로

 

양떼구름이 잔뜩 깔린 하늘아래 야트막한 산과 인접한 저수지의 아침은

차디찬 공기와 함께 고요 속에 잠겨있습니다.

비록 동풍은 불지만 물색은 그런 데로 좋아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포인트라면

좋은 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아무리 수온변화에 먹이활동을 하지 않고 깊은 곳에서 은신을 한다고 하지만

배고픈 놈은 있게 마련이고, 움직이기는 싫지만 입 앞에 떨어뜨려주는

먹이를 외면하기에는 인내가 부족한 붕어도 있기 마련입니다.

 

   ▲ 장흥 지정지 초 봄 초인트

 

저수지 주변을 돌아다니며 몇 번을 탐색하고, 자리를 옮기다 보니 배가 고픕니다.

금년 시조회에서 첫 월척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어디가 좋을까"

이런 저런 생각과 각자의 노하우를 살려 포인트를 잡느라 마음이 바쁜 나머지 

배가 고픈 줄도 몰랐었는데 이제야 늦은 아침을 먹으면서 "화이팅"을 외쳐 봅니다. 

 

   ▲ 회원들의 무사와 월척을 위하여 ! 

 

모든 채비를 세팅 하고나니

어느새 물색은 맑아져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8대의 낚시 대에 첫 미끼로 지렁이를 2~3마리씩 꿰어 달아놓고  

회원들의 동정을 살펴보기 위해 나서봅니다.

 

   ▲ 봄기운이 완연한 들풀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초목들은 생기가 돌고 물이 올라

겨울눈에서는 새싹이 나오고, 꽃눈은 부풀어 오르는가 하면

삭아 내린 잡초 속에서도 봄기운이 꿈틀대고 있으나

저수지 물속은  봄기운이 살아나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 곧 터질 것 같은 홍매화 꽃망울

 

오후가 되면서 심한 바람에 찌 들은 요동을 치고,

초 봄 입질이라 시원하게 올려주는 입질을 기대 할 수 없어

찌를 향해 뚫어져라 시선을 집중하다 감각적인 챔 질에 8치 급 한 수를 했습니다.

 

   ▲ 감각적인 챔질에 올라 온 8치급 붕어

 

어른거리는 물결과 흔들리는 찌를 계속 쳐다보고 있노라니

눈은 피곤하고 시선을 집중 할 수 없어 잠깐씩 고개를 들고 바라보면

출렁이는 수면 위를 부드럽게 떠돌며 자맥질을 하다가 날아가는

물오리가 오늘만큼은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 봄을 기다리고 있는 고치솜

 

잔뜩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얼굴을 비추다 들어가기를 반복하던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갈 무렵이 되어도

붕어를 낚았다는 회원들의 소식은 오리무중입니다.

 

   ▲ 장흥 지정지의 석양

 

서쪽 하늘에 아직 붉은 기운이 남아 있을 무렵,

이른 저녁을 먹고 캐미불을 달다  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찌가 이상하여

무심결에 챔 질을 했더니 9치 급 붕어의 짜릿함이 전해져 옵니다.

 

   ▲ 운이 좋아 낚은  토종붕어

 

어둠이 내리면서 심하게 부는 바람소리와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바람에 부대끼면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파라솔과 심하게 흔들리는

찌불에 마음은 혼란스럽기만 한데 기다리는 입질은 없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하나 둘 텐트로 모여들어 난상토론을 하다 조용합니다,

이 밤도 그렇게 깊어만 갑니다.

 

   ▲ 어둠이 내린 장흥 지정지

 

다음날 새벽 5시경 텐트 밖으로 나와 보니 바람은 많이 약해졌고,

지난밤에 입질이 있었는지 2대의 낚시대 찌가 갈대밭으로 이동을 해 있어

잡아 당겨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간신히 물 밖으로 걷어 올려 정리를 하고나니 아침이 훤히 밝아옵니다.

 

   ▲ 아침이 열리고 있는 장흥 지정지

 

얼마 후 갈대밭 옆 2.8칸 대 쌍바늘에 떡밥을 달아 놓은 찌가

2마디 정도 올리더니 옆으로 슬슬 걸어갑니다.

순간적으로 월척 이라는 생각이 퍼뜩 나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한 템포를 늦추어

챔 질을 하는 순간 세상 밖으로 나오기를 거부하며 앙탈을 부리는

9치급 붕어의 당찬 거부의 몸부림이 전해져 옵니다.

 

   ▲ 정상적인 입질과 챔질에 낚은 붕어는 한 수 이지만 시조회 목적 달성은 했습니다. 

 

올해 첫 출조 모임인 시조회에서 월척은 보지 못했지만

토종붕어의 당찬 힘과 찌맛, 손맛을 보고나니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립니다.

 

   ▲ 여수시청 민물낚시회 회원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