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라솔 텐트안에서 대물의 꿈을 꾸면서
가을은 귀뚜라미 소리와 함께 깊어만 가고
설악산에는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언젠가부터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새벽어둠은
나의 절친한 친구가 되어가고 있고,
어쩌다 만나는 새벽안개는 나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합니다.
새벽어둠을 뒤로하고 점차 밝아오는 세상을 향해
오늘은 또 어디로 가는 걸까?
언제나 그렇듯이 토요일 새벽이면 지난번 출조에서 못다 이룬
월척의 꿈을 실현 시키기위해 물가로 가고 있습니다.
누구나 꿈은 가지고 있지만
꿈을 실현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면 결국 꿈은 이루어집니다.
▲ 풀잎에 들고 있는 빨간 단풍도 아름답습니다.
이번에도 늘 함께하는 회원들과 함께
지난번 출조에서 아깝게 준척 3수에 그친 장흥 가학지에 도착하니
아침 해가 새벽어둠을 헤치고 떠오릅니다.
▲ 새벽 여명에 점점 밝아오는 가학지
수면위로 잔잔하게 부는 북서풍을 맞으며
대를 편성하고 나니 해도 많이 올라오고
저수지에 따스한 가을 햇살이 퍼지면서 입질이 들어옵니다.
입질은 자주 올라오는데 현지에서 채집한 새우가 잘아서 그런지
잔챙이와 잡어들이 입질을 해대는 바람에
찌 놀림이 경망스럽고 헛챔질이 많아 잔 새우 2~3마리를 써보지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 손톱만한 잔새우에 올라온 8치급 붕어
그러는 중에도 중치급 붕어도 종종 올라오지만
잦은 미끼 교체에 서서히 짜증이 날 무럽
3.2칸대 찌가 2~3마디 올리다 옆으로 살짝 끌리면서 사라집니다.
오늘 중치급 붕어들 입질이 대체적으로 이래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챔질을 했는데
챔질을 하는 순간 대어라는 생각이 퍼뜩 납니다.
흔히들 대어의 중후한 입질에
입은 마르고, 손은 떨리고, 심장이 멋을 것 같으며,
챔질 후에 이 대어를 잡았든 못 잡았든 상당한 시간이 흘러도 진정을 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환상적인 찌올림의 매력에 빠져들어 보지도 못한 단순한 챔질에 걸려든
어림잡아 4짜 정도 되어 보이는 대어가 수면을 가르며 잠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은색 비늘이 가을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뜰채를 준비하지 못한 탓에 가슴을 졸이며 간신히 끌어 올려놓고 보니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전형적인 가을붕어 입니다.
붕어낚시의 세 가지 맛인 찌맛, 손맛, 눈맛을 함께 느끼는 행복한 순간 입니다.
▲ 이 순간 만큼은 행복합니다.
낚시는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6월부터 가학지를 찾은지 다섯번째 만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월척을 낚은 성과를 올렸습니다.
▲ 은빛 비늘이 반짝이는 37.5cm급 토종 붕어
요즘 낚시잡지를 보면 전국의 대물 터에서 잡은 5짜 붕어가
큼직한 사진과 함께 소개되고 있은 것을 보면
월척급 붕어는 예전의 중치급 정도로 취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도 월척은 낚시인의 꿈입니다.
월척을 만나기 위해서는 예전의 경험과 정보를 활용한
잦은 출조에서 포인트를 정하고 나면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느긋하게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낚시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입질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포인트를 옮기거나 자리를 이탈하고, 과도한 음주를 해서
함께한 회원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대물낚시 미끼인 새우에서 콩, 옥수수로 바꾸어 보거나
떡밥, 지렁이 등으로 자주 바꾸다 보면 마릿수는 채울지 몰라도
바람직한 채비가 아닙니다.
그리고 대물이 출몰하는 초저녁, 자정 무렵, 새벽녘, 아침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안될 경우 다음 출조로 미루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되지 않을까요?
▲ 저수지 둑위의 이 꾼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후시간 때는 잡어들만 설치고,
짝밥(새우, 떡밥)을 쓰는 붕어사랑님은 마릿수로 재미를 보고 있지만,
아쭈리님은 아침에 9치급을 한 수 하고 입질이 없자
인근 습지로 원정을 가서 빈손으로 돌아오는 등 별 조과 없이 하루가 넘어갑니다.
▲ 억새 너머로 해는 지고
오늘의 소명을 다 한 해가 지고,
저수지에도 어둠이 내리고 보름이 가까워졌는지 보름달에 가까운 상현달이 떠오릅니다.
아쭈리님은 소리 없이 월척을 한 수 하고, 붕어사랑님은 여전히 마릿수를 보이고 있지만
나는 몇 번의 입질에서 헛챔질만 하다 지금은 조용합니다.
▲ 해가 지고 난 후 나타난 상현달
밤이 깊어 갈수록 기온은 내려가고 따끈따끈한 라면 국물이 생각나지만
출조시 마다 회원들의 체력보강과 피로회복을 위해
노심초사 하시는 다혜콩콩님이 함께하지 못해서 그런지
라면, 커피 등 부족한 것이 많아 빈자리가 새삼스럽게 생각이 납니다.
▲ 초저녁에 아쭈리님이 낚은 33.3cm급 토종 붕어
새벽녘 다혜콩콩님이 도착 하고나서
아침햇살을 받아 먼저 따뜻해진 수초 쪽에서 중치급 4~5수를 하는 등 입질이 살아나서
어제 같은 월척을 기대해 보지만 시간이 갈수록 조용합니다.
▲ 입질이 없다고 소리치자 두마리가 한꺼번에 올라온 쌍붕어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낚시인들은 천고어비(天高魚肥)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아무쪼록 이 가을에 부지런히 출조를 해서 가을 붕어 참맛을 마음껏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
▲ 삼산 방조제의 새우채집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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