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조행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어신을 기다리는데

소석(笑石) 2011. 8. 31. 15:14

 

 

   ▲ 지정지의 아침 소경

 

가을로 가는 길목 처서가 지나서 그런지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서 업고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을 타고 온다."고 할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의 엄연한 순행을 드러내는 때 입니다.

 

이 무렵이면 들에는 벼 이삭이 패는 때여서

한 낮의 따사로운 햇볕은 나락을 영글게 하는 중요한 시기이며,

저수지 붕어들은 먹이를 찾아 활발하게 회유를 하기 때문에 입질이 사나워

걸었을 때 당기는 힘이 좋고 마릿수 재미도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 처서가 지나자 이삭이 나오고 꽃이 핀 벼

 

처서가 며칠 지난 8월 27일 새벽 4시경

아침이 밝아 오려면 이른 시간이지만 어둠을 뒤로하고 부지런히 달려갑니다.

2시간 남짓 걸려서 장흥 지정지에 도착하니

어슴푸레 안개에 덮인 저수지가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지정지

 

저수지 수면은 마름으로 뒤 덮여 있으나

지난 번 출조(7.16) 때 수초를 걷어내고 낚시를 했던 장소 몇 군데 중

조금만 작업을 하면 낚시를 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수면 위의 마름을 걷어내고 찌를 세워 보지만 서지를 않아 확인해 보니

보이지 않는 물 속에서 자라는 말풀이 군데군데 자리를 하고 있어

다시 말풀을 제거 하고나니 땀은 비 오듯이 쏟아지고

낚시를 하기도 전에 피로가 엄습해 옵니다.

 

   ▲ 마름과 말풀을 제거하고난 소석 포인트  

 

수초 제거작업을 하느라 물 속을 뒤집어 놓았으니

놀랜 붕어들이 다 도망을 가고 입질이 들어 올리 만무하지만

외 바늘에 새우를 달아 던져 놓고 나서

 

늦은 아침을 먹고 의자에 앉아 있노라니

지난 밤 새벽 출발을 위해 잠을 설친데다가 작업이 힘들었는지

졸음이 쏟아져 나도 모르게 졸다가 찌를 쳐다보니 

잔챙이들이 입질을 하는지 경망스러운 입질이 들어옵니다.

 

낮 낚시에도 가끔 씨알 좋은 붕어도 올라오는 저수지인데 

잔챙이만 올라오니 차츰 짜증이 나기 시작하고 다른 자리가 생각이 나서

함께한 아쭈리님 조황을 확인해 보니 나와 비슷합니다.

 

   ▲ 시원하게 수초를 제거한 아쭈리 포인트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저수지 주변으로 눈을 돌려 봅니다. 

무성한 수풀 속을 이리저리 두리번 거려보니

우리나라 "천연 비라그라" 라고 하는 "야간문"이 꽃을 피우고 있고, 

눈에 띤 곤충과 야생화 등을 담아 보았습니다.

 

01

02

03

 ▲ 야생화 

 ▲ 야간문 

 ▲ 각시거미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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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아지풀 

 ▲ 메뚜기 

 ▲ 개구리 


 


 

 

 

 

 

 

 

 

 

 

 

 

햇볕이 약해지는 오후 5시경 제법 찌가 점잔하게 올라옵니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챔질을 하는 순간 7치급 붕어가 앙탈을 부리며 올라오는 것이

오늘 저녁 밤낚시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새우 미끼에 올라온 붕어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자 서늘한 느낌이 온 몸으로 전해지고,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 진다"는 속담처럼

모기는 사라졌으나 암컷을 찾는 수컷 귀뚜라미 소리가 시끄럽습니다.

 

   ▲ 해가 넘어가고 있는 지정지 들녘

 

밤하늘에 별 빛은 쏟아지지만

지척을 분간 할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 낚시의자에 깊숙이 기대 앉아

찌불을 응시한 채 밤낚시의 무료함을 달래고 있는데 

 

갑자기 맨 오른쪽 2.4칸 대 찌뿔이 사라집니다.

순간적인 챔질에 이어 "바각바각" 소리가 들리면서 월척급 동자개가 올라옵니다.

지난번 출조 에서도 월척급 동자개 2수를 낚았는데 하면서 놓아주고 나서

 

얼마 안 있어 이번에는 맨 왼쪽 2.8칸 대 찌불이 사라집니다. 

챔질에 이어 손바닥에 전해지는 묵직한 느낌과

앙탈을 부리며 따라오는 물소리가 틀림없는 월척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월척급 동자개 입니다.

 

    ▲ 한 밤중에 올라온 33cm급 동자개(낚시기록 : 96.5.11 임진강 화이트교 42.7cm)

 

꿩 대신 닭이라고 월척급 동자개를 만난 후 허전함을 뒤로 한 채 

낚시대 8대 중 4대는 거두어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새벽 5시경 일어나 

어둠속에서 불을 밝히고 있는 찌를 확인해 보니 간밤에 전부다 입질을 했습니다.

진한 미련이 남습니다.

 

새벽 여명이 밝아오면서 붕어 씨알을 다시 잔챙이로 변하고 입질도 뜸합니다.

지난 밤 잠자리가 불편했는지 찌뿌듯한 몸을 풀기위해

저수지 제방위에 올라 심호흡을 한 후 기지개를 켜봅니다.

 

   ▲ 수면에 투영된 새벽 여명

 

저 멀리 천관산 아래 들녘이 새벽안개와 함께 깨어나는 모습은

상쾌한 공기와 함께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지난 여름동안 무럭무럭 자란 벼들이 성장을 멈추고 피고 있는 이삭이나  

벌써 낟알이 익어 가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삭에

밤사이 내린 이슬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봄부터 씨를 뿌리고, 모를 키워 심고 나서,

가뭄에는 물 걱정, 태풍에는 바람 걱정에 행여 병이라도 들라

노심초사 하면서 정성을 다한 농부들의 땀방울이 영글어 가고 있습니다.

 

   ▲ 새벽 안개가 걷히고 있는 들녘

 

세상 사람들은 말합니다.

물가에 앉아 있는 낚시꾼을 보면

할 일 없는 인간들이 몇 푼 안 되는 바늘을 물 속에 담가 놓고

세월을 낚는 고상한 취미를 가졌다고

 

그래도 좋습니다.

그 곳에 가면 눈에 보이지 않는 물 속의 움직임을

오로지 찌에 의지 한 채 나와 교감을 하다가

미세한 움직임에도 온 몸에 전율이 오는 즐거운 행복을 느끼는 것을 - - -

 

   ▲ 살림망 속 월척 동자개 (매운탕 맛이 최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