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조행기

아침 햇살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가을 붕어

소석(笑石) 2011. 9. 27. 15:48

 

   ▲ 장흥 가학지

 

 소슬한 가을바람에 누렇게 물들어 가는 황금들판을 지나

이맘때면 왕성한 활동과 식욕으로 토실토실 하게 살아 오른 가을 붕어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물가로 떠나봅니다.

 

9월 24일 새벽 4시경 아쭈리님과 함께

지난주 정기 출조에서 강한 바람으로 도중에 포기하고 철수를 했던

장흥 가학지로 어둠과 찬바람을 뒤로하고 달려갑니다.

 

우리들의 마음은 출발하면서부터

가을 붕어의 힘찬 입질을 상상하면서 설레이기 시작합니다.

 

어스름하게 새벽이 열릴 무렵 저수지에 도착하니

지난밤에 밤낚시를 했는지 서쪽 제방에 3명의 낚시꾼이

희미하게 형상만 보입니다.

 

   ▲ 장흥 가학지의 새벽 여명

 

지난주 출조 때와 같이 북서풍이 조금 심하게 불고 있고

밤새도록 불었는지 물가에 거품이 잔뜩 쌓여 있지만

남쪽 제방 좌측 수초대 양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 강한 바람으로 물가에 쌓여있는 거품

 

앞에서 불어오는 맛바람을 맞으며 낚시대를 설치하고 있는데

지난밤 밤낚시를 한 일행들이 조황이 시원치 않았는지 철수를 준비합니다.

 

내심 마음속으로 걱정은 되지만 

오늘이라는 새로운 날이 밝았으므로 붕어들의 새로운 입질을 기대해 봅니다. 

 

   ▲ 수초대 오른쪽에 자리한 아쭈리 포인트

 

철수를 하던 낚시꾼들이 떠나고 난 후

바람이 많이 약해지면서 먼저 잔챙이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마음을 졸이며 찌놀림을 유심히 보고있는데

8시 20분경 기다리고 기다리던 입질이 들어옵니다.

2.4칸대에 새우를 달아 수초에 바짝 붙여 놓은 찌가 쏜살같이 수초 속으로 사라집니다.

 

   ▲ 수초대 왼쪽에 자리한 소석 포인트

 

어떨결에 챔질을 해보지만 수초에 결려 붕어는 빠져나감과 동시에

고무풍선에 바람 빠지듯이 갑자기 허탈해진 마음을 추스릴세도 없이

아쭈리님의 월척 소식이 들립니다.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가 보니

가을빛을 받은 월척급 붕어가 은빛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잠깐동안 기록사진을 찍는 등 야단 법석을 떨고 있는데

 

   ▲ 아쭈리님의 은빛 토종 붕어

 

내 자리에서 낚시대 뒤에 달아놓은 총알이 뒤꽂이에 걸리는 소리가 "턱"하고 들립니다.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려가 보니 3.1칸 대 찌가 춤을 추고 있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안전하게 올려놓고 보니

아침 햇살에 은빛이 반짝이는 월척급 붕어입니다.

 

연이어 3.2칸 대에서 1수, 2.4칸 대에서 1수와 7치급 2수를 하고나니

입질이 잠잠해 집니다.

 

   ▲ 소석의 은빛 토종 붕어

 

오후 내내 잔챙이와 참붕어의 경망스러운 입질이 잦아지고,

잦은 헛챔질에 새우를 자주 갈아 주다보니 차츰 짜증이 납니다.

 

오후 낚시는 포기하고

그동안 못했던 원줄도 갈아주고, 좁쌀봉돌 채비도 만드는 등 한껏 여유를 부려보면서

오늘 저녁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침 조황만 같아라"하고 중얼거려봅니다.

 

   ▲ 자꾸만 높아만 가는 가을 하늘에 떠다니는 뭉개구름

 

토요일 이라 그런지 오후부터 들어오기 시작한 낚시꾼들은

가을 힘찬 붕어 손맛을 보기위해 어둠이 깔린 밤까지도 계속 들어옵니다

 

3곳의 제방과 산 밑 좋은 포인트는 낮에 먼저 온 낚시꾼들이 차지했고,

밤에 늦게 온 낚시꾼들의 불빛이 제방을 어지럽게 왔다 갔다 합니다.

 

   ▲ 남쪽 제방 우측 포인트

 

억새로 유명한 천관산이 지척에 있어서 그런지

저수지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억새가 바람에 출렁이고 있고,

 

황금들판과 함께 고개숙인 은빛 억새 갈기가

저녁 노을에 물들어 가고있습니다.

 

   ▲ 화려한 단풍보다 가을의 정취를 더 느끼게 해주는 은빛 억새

 

해가 서산에 걸릴 무렵 저녁을 준비해서 먹고 난 후

밤낚시 채비를 마치고 새우망을 확인해 보니

낮에는 잔 새우와 굵은 참붕어 일색이더니 제법 큰 새우가 들어있습니다.

 

미끼로 쓴 새우의 크기에 비례해서 씨알 좋은 붕어가 낚인다고 하는데

왠지 모르게 큰 새우만 보면 감이 오는게 기분이 좋습니다. 

 

   ▲ 해가 넘어간 서쪽하늘의 강아지풀

 

              오후 들어 북서풍이 동남풍으로 바뀌어 불던 바람은

              초저녁이 지나자 다시 북서풍으로바뀌더니 점차적으로 강하게 불면서

              기온이 많이 내려가 춥기까지 합니다.

 

              초저녁 낚시는 낮동안 은신처에서 숨어있전 굵은 붕어가 

              물가에 자생하고 있는 새우를 취하기 위해 어슬렁거릴 때 잘 낚이는데

              오늘은 전혀 입질이 없는 것이 불안하기만 합니다.  

 

   ▲ 일몰 후 하늘에 희미하게 빛나는 현상인 박명(薄明)

 

 

밤 9시경 초저녁 낚시는 포기하고 새벽 1시경 나와 보니

달도 없는 캄캄한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빛이 장관를 만들고 있습니다.

 

바람은 여전히 불고 있지만 미끼를 새것으로 갈아주고 기다려 보지만

여전히 입질은 없습니다.

새벽녘 입질을 기대하면서 다리 잠자리에 듭니다.

 

   ▲ 새벽녘 바람에 출렁이는 물결

 

새벽 6시경 다시 나와 보니 바람은 여전히 불고 있고,

다른 낚시꾼들은 지난밤 입질도 받지 못하고 힘들었는지 철수 준비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어제 아침을 생각하면서 낚시를 시작해 봅니다.  

 

간 밤에 채집해 놓은 큰 새우로 갈아 주고나서

아침에 연안가로 새우 사냥을 나온 월척 붕어를 다시한번 노려봅니다.

 

   ▲ 새벽녘에 동쪽 하늘에서 만난 초생달

 

해가 떠오르면서 7치급 2수를 하고나서

더 이상은 기대를 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듭니다.

 

철수에 앞서 월척이라고 생각했던 4수를 계측자로 측정한 결과 준척입니다.

차라리 하지 말 것을 후회가 앞섭니다.

 

   ▲ 아쭈리가 낚은 29.7cm의 붕어

 

   ▲ 준척급 은빛 붕어 4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