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름으로 뒤 덮여있는 지정지
예년에 비해 좀 빠르기는 하지만 긴 장마가 끝나고
오랜만에 회원들과 함께하는 출조 입니다.
맑고 푸른 하늘 사이로 크고 탐스러운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고,
온 산천의 나무들이 유난히도 짙은 녹색으로 보이는 사이로
따가운 햇볕이 쏟아지고 있는 7월 16일 오후입니다.
오늘 새벽 3시경 출발한 다혜콩콩.붕어사랑님이
당초 출조 장소인 가학지에 도착하니 녹조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지정지로 변경했다고 하여 그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 초복이 지난 지정지 들판 (이 때가 되면 벼가 한 살을 먹고, 첫 마디가 생겨 난다.)
우리 일행(소석, 아쭈리, 월척도사)이 오후 5시경 현지에 도착하니
낚시를 하다 달고 달려와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저수지는 마름으로 완전히 덮여있고, 제방 쪽 5군데만 반달모양으로
빈 공간을 만들어 낚시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 제방 쪽 마름을 제거한 포인트
낮 기온이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두 분 회원이 제방 쪽 갈대를 베어내고 수면의 마름을 걷어 내느라고
벌겋게 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일행의 낚시장비를 둑 아래서 위 까지 옮겨 주고 나서
미리 만들어 놓은 포인트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오늘의 붕어 입질과 미끼에 대해서도 곁들여 줍니다.
▲ 비수리,일명 야관문(夜關門 - 이 것을 복용한 남자와 하룻밤을 지낸 여자가 밤이면 대문의 빗장을 열어 놓고 기다린다는 뜻)
잠깐 휴식(?)을 취하고 나서 각자의 포인트에서 장비를 설치하는 중에
월척도사님의 빈 바늘에 붕손이 걸려 올라왔습니다.
이번 출조에는 월척도사님이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장비(받침들, 파라솔, 낚시대 등)를
보강하여 참여 했지만, 이 현상이 행운을 가져다 줄 지는 보이지 않는 물 속의 붕어를 만날 수 있는
본인만의 지식과 경험을 십분 발휘해 보려는 의지에 달렸다고 봅니다.
▲ 갈대밭 속의 월척도사님
해가 지고 저수지에 어둠이 깔리자
한 낮에 불던 무덥고 후덥지근한 바람도 제법 선선해지고,
보름달도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먹구름이 몰려다니고 있어
잠깐 모습을 보였다가 사라지면 칠흑같이 어두운 저수지에 캐미 불만 깜박거립니다.
▲ 해가 지고있는 지정지 풍경
먼저 도착한 두 분 회원의 말에 의하면
낮 동안 떡밥, 지렁이, 새우, 참붕어 미끼에 고루 입질을 보였지만
붕어 씨알이 적다고 했는데, 해가 지기전 까지는 5∼6치급 이었으나
밤이 되니 7∼8치급이 올라옵니다.
▲ 한 밤중에 올라온 8치급 붕어
밤 11시경 입질은 뜸하고 함께한 회원들을 둘러보니
다혜콩콩.붕어사랑님은 이미 잠자리에 들었고,
아쭈리.월척도사님은 오랜만에 만났다고 그늘막 주점으로 가고,
나는 텐트에 들어가서 누워 보지만 잠이 얼른 오지를 않습니다.
새벽 1시경 두 회원이 회포를 풀고 오는 소리에 일어나
대어를 만나기를 기대하며 미끼를 새것으로 갈고 기다려 봅니다.
▲ 새벽녘 먹구름 사이로 잠깐 모습을 나타낸 보름달
얼마 후 2시 40분경 갑자기 2.8칸 낚시대가 미끄러져 나가면서
끝에 매달아 놓은 방울이 뒤꽂이에 걸리는 소리가 납니다.
순간적으로 챔질을 해보지만 끄떡도 않습니다.
잠시 동안 버티고 있었더니 조금씩 따라오다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는지
무슨 소리가 납니다.
불을 켜고 확인해 보니 월척이 넘는 동자개가 빠각빠각 소리를 내며
발버둥을 치고 있습니다.
지남 밤에도 잔뜩 알을 품고 있는 월척급 암컷을 잡았다가 놓아 줬는데
이번에는 수컷으로 암수 한 쌍인 것 같아 미련 없이 놓아 주었습니다.
▲ 암컷 동자개 |
▲ 숫컷 동자개 |
이 후로 6∼7치급 붕어가 간간히 입질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기대했던 월척은 날이 밝아오도록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시커먼 먹구름 사이로 해가 떠오르자
정면에서 비추는 해로 인해 찌를 쳐다보기가 어려워도
적은 씨알이지만 입질을 해주는 바람에 자리를 뜨기가 쉽지 않습니다.
▲ 아침 해가 떠오르자 날씨는 무덥지만 뜨는 모습은 장관입니다.
지난 밤 1시경 잠자리에 들면서 입질이 좋으면 깨워주라던
아쭈리님과 월척도사님은 아침 8시가 되도록 일어날지를 모릅니다.
다혜콩콩님이 아침밥을 해 놓고 깨우는 소리에 어쩔 수 없이
부시시한 얼굴에 겸연쩍은 모습으로 나타난 두 회원의 지난 밤 조과를 물어보니
약속이나 한 듯이 잔챙이 4수씩 했다고 합니다.
▲ 월척도사님의 빈 자리 |
▲ 아쭈리님의 빈 자리 |
아침 먹고 철수를 하려다 이 두 사람을 위해 오전 12시 까지 연장을 했지만
미끼를 교체할 때를 제외하고는 졸고 있습니다.
▲ 갈대잎에 내려 앉은 고추잠자리와 왕잠자리
유난히도 길었던 장마도 끝나고 이제는 무더위가 시작 될 것 같습니다.
오전 10시가 지나자 뜨거운 햇볕과 더위로 물가에 않아있을 수가 없어
천천히 철수를 준비 합니다.
▲ 아침녘에 올라온 8치급 붕어
이번 출조에서
씨알이 굵은 붕어는 만나지 못했어도 5∼8치급 붕어는 심심치 않게 만났습니다.
다혜콩콩.붕어사랑님이 50여수씩, 소석님이 30여수, 아쭈리.월척도사님이
10여수씩 조황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벼르고 별렀던 월척도사님의 명예 회복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월척도사님의 명예 회복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회원님들 우리는 여름방학 없나요?
▲ 바라 보기만 해도 가슴이 확 뚫릴것 같은 천관산이 바라보이는 지정지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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