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조행기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입질을 기다린다

소석(笑石) 2011. 6. 20. 17:33

 

   

   ▲ 남원 요천 세전보 전경    

 

   낚시꾼들에게 있어 6월이 가장 힘들 때가 아닌가 십습니다.

   봄철 산란기 전후의 호황기도 잠시 뿐이고 어느새 저수지 마다 모내기을 위해 물을 빼기 시작하고,

   6월이 되면 논에 심어놓은 모에 물을 대기 위해 수위가 급격히 내려갑니다. 

 

   ▲ 요천 세전보 사이로 흐르는 강물이 시원합니다.

 

   수위의 변동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큰 붕어들은 자취를 감추고

   잔챙이들의 성화에 질려 대를 접는 일이 허다합니다.

   따라서 오랫만에 강낚시를 즐겨보기로 하였습니다.

 

   ▲ 요천 세전보 갈대밭 주변 야생화  


   6월 18일 오후 3시경 붕어마루. 아쭈리.소석님이

   여수를 출발해서 섬진강변을 따라 만개한 밤꽃을 구경하면서

   구례, 곡성을 거쳐 섬진강 지류인 남원 요천 세전보에 도착하니 4시가 넘었습니다.

 

   ▲ 가뭄으로 드러나고 있는 하천 자갈


   가는 도중 낚시점에 들러 물었더니 지난주까지는 조황이 그런데로 좋았다고 하나

   가뭄으로 수위가 많이 줄었으므로 깊은 곳을 찾으라고 조언을 해 줍니다.

   현지에 도착하니 낚시 객은 2명 정도가 있고 한산한 편으로

   저수지 낚시만 하다가 강 낚시를 하려고 하니 썩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 수심이 3m가 넘는 제방 주변


   하천 주변을 살피던 중 도착한 낚시객 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니

   지난주 까지는 씨알이 좋은 붕어을 몇 수 했다고 합니다.

   갈대밭 밑 수초가 듬성듬성 난 곳에 포인트를 정하고 수심을 체크해 보니 2m가 넘습니다.

 

   ▲ 갈대밭 밑 포인트


   외바늘 채비를 쌍바늘 채비로 바꾸고, 미끼는 짝밥(지렁이, 떡밥)을 달고 나서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붕어사랑님이 식사하라고 부릅니다.

   도시락을 들고 텐트에 가보니 본인의 낚시채비를 끝내고나서 텐트 2동을 설치하고,

   저녁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 갈대밭 사이의 2동의 텐트


   저녁을 먹고 강 낚시만이 갖고 있는 멋진 찌 올림과 손맛을 기대하면서

   일찍 캐미를 달고 기다려 봅니다.

   시원한 강바람에 기분은 상쾌하나 밤 10시가 되도록 입질은 없고, 졸음이 쏟아집니다.

 

   ▲ 해질 진 후 캐미를 달고 나서


   다음날 새벽 6시경 닭이 울고, 새가 지져기며, 개가 짖는 소리에 깨어 

   텐트에서 나와 제방 뚝에서 아래를 쳐다 보니 붕어사랑님의 낚시대 휨이 심상치 않아

   얼른 내려가 보니 꼬리에 바늘이 걸린 동자개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 낚시대 끝의 휨이 큰 붕어가 걸린 것 같습니다.

 

   ▲ 꼬리에 바늘이 걸려 나온 동자개


   지난 밤에 내린 이슬이 반짝이는 풀잎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자리에 도착하니  

   안개가 자욱한 하늘에 아침해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 짙은 안개속의 해

 

   ▲ 새벽 이슬을 머금고 있는 풀잎위의 여치

 

   아침 해가 나타나고 10여분이 흐른 6시 50분경

   낚시 장소를 다른데로 옮겨볼까 하고 낚시대를 접고 있는데

   아쭈리님의 큰소리에 달려가 보니 월척급 붕어가 수면을 가르며 올라옵니다.

 

   ▲ 첫 입질에 올라온 29.6cm의 붕어

   그러고 나서 20여분이 지난 후 9치급을 또 낚고 나서

   수초가 듬성듬성 난 아쭈리님 포인트 옆으로 자리를 옮겨 보지만

   금방 솟아오를 것 같은 찌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입질도 받지 못했습니다.

 

   ▲ 먹음직스러운 산딸기


   해는 중천에 떠있고, 햇볕도 점차 따가워집니다.

   이제는 어디로 옮길 수도 없고, 아쭈리님을 제외하고는 비록 빈손이지만

   출조를 했다는 것 만으로 만족을 하고 철수를 합니다. 

 

   ▲ 그래도 붕어 얼굴은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