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산 송귀섭의 붕어낚시 산책
산란시기 낚시요령
산란 전 후 시기를 맞춰라.
송 귀 섭 (FTV제작위원, 천류 프로스텝, 이노피싱 어드바이저, 붕어낚시첫걸음 저자)
어제 남녘의 낚시터를 돌아보고 올라오는 길에 노란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제 붕어 산란시기가 임박해 왔다는 것이지요.
이때가 되면 전국 각 낚시회별로 시조회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겨우내 낚시장비를 고이 손질하여 보관하였던 낚시동호인 여러분의 개별출조도 활발해지는 시기입니다.
또한 물가에 나가면 파릇파릇 새싹이 돋으면서 살랑대는 봄바람이 코끝을 간질이고, 물에서는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파장과 소리로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요.
바로 산란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산란기 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시기를 파악하여, 낚시를 구사할 때와 피해야 할 때를 적절히 맞추는 것입니다.
그 특정한 시기를 못 맞추고 어긋나게 되면 오히려 산란시기가 아닌 때보다도 더 어려운 낚시를 해야만 하지요.
따라서 이 글에서는 산란시기 낚시 중에서 상세한 채비나 기법은 생략하고, 산란시기를 맞추는 요령과 일반적인 덕목사항으로 채워갈 것입니다.
자, 그러면 산란시기 파악은 어떻게 할까요?
붕어의 산란은 봄꽃의 개화시기를 뒤따른다.
봄의 전령사라고 하면 가장 먼저 우리에게 와주는 것이 봄꽃이며 그 중에서도 개나리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이 봄꽃 개화시기의 표준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자하는 붕어의 산란시기는 바로 이러한 개나리꽃이 개화하는 뒤를 따라서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출조길에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고장을 지나게 되면 그 근처에서 적절한 장소를 물색하여 수면을 면밀히 관찰하고(산란 전인가, 산란 중, 후인가) 다음에 상세히 언급하는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낚시를 구사한다면 아주 좋은 조황을 만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지역별로는 어느 시기가 될까요?
아래의 참고 그림은 제가 전국의 각 도에서 실제로 살면서 관찰했던 내용과(충북을 제외하고는 각 도에서 2년 이상씩 살면서 낚시를 함) 기상청의 개화시기도를 참고하여 지난 2005년도에 우리나라의 개화시기와 붕어의 산란시기 지도를 그린 그림입니다.
특이 한 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서해안이 먼저 개화가 되는 것이 아니고, 내륙인 광주-대전-서울 축선의 북상이 더 빠르다는 것이며, 그럼에도 붕어의 산란은 동 서 해안선이 먼저 이루어지는데 이는 평지라는 점과 충분한 일조량, 그리고 해풍의 영향으로 사료됩니다.
한편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하여 그 시기가 늦은 것은 산악지형 기후 영향 때문이겠지요.
그림(1) 개나리의 개화와 붕어의 산란시기 지도
지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붕어 산란시기는 그 지역의 개나리꽃이 첫 개화하여 한창 피는 해당 주의 전 후가 되며, 같은 지역이라도 같은 날 동시에 산란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장소의 특성에 따라서 1~2주의 간격을 두고 산란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므로 같은 지역 낚시터라도 현재 산란 준비기간인지, 산란 중인지, 산란 후기인지를 파악하고 접근하는 요령이 있어야만 하지요.
이제 그 구분요령을 알아보겠습니다.
침묵 속의 맑은 물일 때는 산란전기 때이다.
물가에 나가보아서 수면이 아직 냉랭한 느낌이면서 연안 물색이 샘물처럼 맑은 색을 띄고 있고, 적막한 침묵상황이라면 이런 곳은 아직 산란의 기미가 없는 곳입니다.
붕어가 아직 산란 준비기에도 접어들지 않은 수면 상태가 바로 이런 경우이지요.
이런 때에 그 장소에서 낚시를 구사해 보면 잡어들이 극성을 부리거나 어쩌다가 잔챙이 붕어가 낱마리로 낚일 뿐 제대로 된 낚시 맛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수중의 붕어들이 아직도 활성도를 갖지 못하고 냉수상태에서 활동을 최소화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때에는 붕어가 섭이활동을 잘 하지 않으므로 우리가 맛있는 미끼로 유혹을 하여도 만나기가 어렵지요.
이런 때 주위를 둘러보면 개나리꽃이 아직 피기 전이거나 이른 꽃봉오리 한 두 개가 겨우 터진 상태일 것입니다. 즉 아직은 이르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은 그 지역을 떠나서 개나리꽃이 활짝 핀 다른 지역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건이 그렇지 못하다면 그 지역에서 해결을 해야 하겠지요.
그 지역에서 해결을 하려면 우선 규모가 크지 않으면서 수심이 낮고, 일조량이 가장 풍부한 장소를 찾는 것입니다.(평지형소류지나 작은 수로)
그런 장소를 찾아서 돌아다니다보면 수중 플랑크톤이 많이 생성되어 물색이 탁하고 따사로운 느낌이 드는 장소를 만날 수가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곳이 그 지역에서는 비교적 산란이 빠른 곳이며, 아마 산란 준비 중인 붕어들의 움직임이 느껴지는 상황일 것이고, 따라서 그런 곳의 붕어는 활발하게 먹이를 취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낚시터에 가서 물색이 침묵 속의 맑은 물일 때는 미련 없이 그 곳을 떠나서 다른 지역으로 가거나 그 지역을 돌아보고 물색이 탁한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해야 합니다.
산란 준비 중인 붕어는 연안에 접근해있다.
물가에 나가보아서 무언가 온화한 느낌이면서 연안 물색이 약간의 우유를 풀어 놓은 듯이 농도가 짙고, 미세한 수초의 흔들림과 수초 속에서 짜박거리는 움직임 소리가 약하게 감지된다면 그런 곳은 산란 준비 중인 상황입니다. 이런 때는 붕어의 섭이활동이 강한 시기이므로 낚시가 잘 되지요.
특히 이시기가 되면 저수지 중심부 등 안정된 장소에 운집하여 겨울을 난 붕어들이 일제히 연안으로 접근하여 연안을 따라서 수평회유를 활발하게 하면서 먹이활동을 합니다.
그러다가 일부는 수초 속에 영역을 정하고 안주하여 산란 준비를 하고, 일부는 제방석축이나 수몰나무 등의 수중 장애물 지대를 중심으로 산란 준비를 하며, 일부는 가장자리 아주 작은 풀 한포기라도 자기 영역으로 차지하기 위해서 활발한 연안접근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곧 있을 산란을 위해서는 충분한 영양섭취를 해야 하므로 아주 적극적으로 먹이를 취하지요. 그러니 이러한 장소에서는 낚시가 잘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소위 산란기 특수상황이라고 표현하는 첫 번째 기회가 바로 이러한 산란준비기의 낚시인 것입니다.
이러한 산란 준비기의 모습은 규모가 있는 낚시터라면 한 낚시터 내에서도 상, 중 하류에 따라서 상류는 한창 산란 중인데도 중류 이하에서는 산란준비 상황이 나타날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연안 물색이 좋고, 산란 준비기의 느낌이 있다면 비록 최상류의 수초 밭에서는 산란을 하더라도 중류 이하(제방포함)에서는 낚시를 시도해 볼만 합니다.
한창 산란중인 포인트는 무조건 피하라.
물가에 나가보아서 사방에서 철퍼덕거리면서 붕어가 난리법석을 떨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미 그곳의 붕어가 산란이 한창인 때로써 그러한 장소는 무조건 피해야합니다.
산란에 정신이 팔려서 붕어가 입질을 안 할 뿐만 아니라 산란의 고통을 겪고 있는 붕어를 낚으려고 앉아있는 모습이 낚시인의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붕어는 산란을 하면서 자기 몸을 수초나 수중 장애물에 강하게 부딪쳐가면서 산란을 합니다. 소위 아기를 낳기 위한 산고로 몸부림을 하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면 비늘도 빠지고 지느러미도 상하게 되며, 몸에 상처가 나서 충이나 균이 침투하여 한 동안 흉한 모습을 가지고 지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종족보존의 본능에 의해서 스스로가 먹이활동을 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산란에만 열중을 하지요. 이러한 것이 대자연에서 이루어지는 숭고한 종족보존의 현장입니다.
그러니 그러한 상황에서는 우리가 아무리 맛좋은 미끼를 달아서 유혹을 한들 붕어는 관심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물가에 나가서 차에서 내렸을 때 먼발치에서라도 붕어들이 철퍼덕거리는 소리가 소란스럽게 들리거든 물가로 접근도 하지 말고 다른 장소를 찾아 나서십시오.
산란 후의 붕어는 사냥꾼이 된다.
물가에 나가보아서 탁한 물색의 잔잔한 수면에 침수수초가닥이 떠 밀려와 있고, 수초 속에서 아주 작은 붕어들의 간헐적인 움직임 소리와 더불어서 간혹 큰 붕어가 수초더미에 박치기를 하듯이 수면 아래에서 떠있는 수초더미에 둔탁하게 부딪치는 모습이 보인다면 그런 곳은 이미 산란이 끝나고 안정기이면서 큰 붕어가 먹이 사냥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때의 붕어는 산란 후 영양보충을 위해서 아주 적극적으로 먹이를 사냥을 하여 취하게 되지요. 따라서 낚시가 아주 잘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에는 산란 후의 붕어가 안정적인 장소로 이동하여 안주하다가 일정 시간이 되면 서서히 연안으로 접근하여 먹이사냥을 하고는 다시 안정지대로 들어가 휴식을 하는 상태가 되므로 어느 장소에서는 새벽~오전시간에, 또 어느 장소에서는 오후~초저녁시간대에, 그리고 대부분의 장소에서는 야간에 주로 입질을 받을 수 있으며, 많은 현장경험을 토대로 하여 자세히 관찰을 하면 어느 시간에 큰물고기가 중심부로부터 접근하면서 내는 물소리의 감과 연안으로부터 빠져나가면서 내는 물소리의 감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경험이 많은 조사는 휴식과 집중의 시간배분을 적절히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바로 이러한 산란 후기의 상황이 산란특수라고 말하는 두 번째의 시기입니다. 그리고 이 시기는 배수기 까지 길게 이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 시기에 큰 붕어가 수초더미나 뗏장수초 등들 아래에서 툭 툭 치면서 박치기를 하는 것을 보고 2차, 3차로 추가 산란을 한다고 오해를 할 경우가 있는데, 사실은 큰 붕어가 새우나 참붕어 등을 향하여 접근할 때 놀란 새우나 참붕어가 수초더미 속에 숨어버리므로 이를 털어서 도망하게 하고서 사냥을 하는 붕어의 지혜로운 모습인 것입니다.
이런 때 덧바늘 채비를 위로 올려서 수초아랫선에 맞추어 낚시를 하면 의외의 좋은 조과를 만날 수가 있지요. 사냥을 하는 붕어의 눈높이에 맞춘 기법인 것입니다.
산란특수는 평생 몇 번 못 만난다.
앞에서 여러 가지 이론을 전개했습니다만 실제로 산란특수라고 하는 폭발적인 조황을 만나는 것은 마치 복권당첨과도 같은 것이라서 평생에 몇 번 만나지 못합니다.
언젠가 경험했던 장소에 대해서 한 주도 빼지 않고 찾아가서 관찰을 하며 기다리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산란이 한창이 되어버리고, 그렇다면 산란 후기라도 보아야지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못자리 배수가 이루어져 버려 한 해 산란특수를 못 만나고 보내는 것이 다반사이지요.
또 폭발조황에 대한 소식을 듣고 주말을 기다려서 찾아가보면 이미 앉을 자리도 없을 뿐만 아니라 먼저 와 있는 동호인들도 맥이 빠진 모습인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이미 때가 지나서 입질이 뜸해졌다는 의미이지요.
그러니 어느 때이든 낚시에서의 과도한 욕심은 접어놓고, 자기 취향에 맞추어서 낚시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한 출조에 임하는 것이 가장 맛있는 낚시를 하는 지름길입니다. 그러다보면 정말 신나는 산란특수를 만나기도 하고요.
또 한 가지.
산란시기의 붕어는 특히 아껴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꼭 필요한 붕어가 아니라면 살림망에도 넣지 말고 살려 보내라고 글이나 방송을 통해서 부탁을 합니다만 특히 산란시기의 붕어는 필요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가급적이면 취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부차원에서 금어기를 지정하여 통제할 수도 있겠으나 그 보다는 우리 동호인 스스로 붕어를 아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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