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여행을 다녀와서

석가탄신일에 찾은 돌산도 은적사

소석(笑石) 2014. 5. 7. 17:12

 

   ▲ 은적사 극락전

 

오늘은 5월 1일 노동절 부터 5일 어린이날,

6일 석가탄신일 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 황금연휴 마지막 날입니다.

 

연휴기간 동안 부모 집을 찾았던 

자식과 손자들이 떠난 허전한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동병상련을 안고 있는 지인과 함께 자연이 주는 맑은 풍경소리 같은

점심 공양을 하러 돌산에 있는 은적사로 떠납니다.  

 

   ▲ 은적사 일주문

 

집에서 출발한지 한 시간 여 만에 은적사에 도착하니

일주문 주변의 노송 몇 그루가

지나온 천년의 세월을 얘기해 주는 듯 하고,

 

일주문에서 경내로 들어가는 길옆의 계곡에서는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여

유심히 쳐다보았지만 아쉽게도 봄 가뭄 때문인지 계곡은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내놓고 있습니다.

 

   ▲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숲에 숨어 있는 은적사

 

돌산도 천왕산 동쪽 남단에 위치하고 있는 은적사는

고려 명종 25년(1195년) 에 보조국사 지눌이

남면 금오도에 송광사를 짓고 나서 순천 선암사를 오가면서

중간 휴식처로 세웠다고 하며,

 

계곡을 흐르는 물이 밤이면 큰 물소리로 들릴 정도로

조용하여 은적사(隱寂寺)라 하였고,

절 뒤편에 있는 바위가 병풍을 두른 것 같으며

주변에 오래된 소나무나 동백나무, 후박나무 숲에 둘러 싸여 있는 작은 절입니다.

 

   ▲ 은적사 전경

 

경내로 들어서니

번 내와 무지로 가득 찬 어두운 세계를

부처님의 지혜로 밝게 비춘다는 형형색색의 연등이

주렁주렁 매달려 화려하게 장식을 하고 있습니다.

 

   ▲ 경내로 들어 가는 문 옆의 고목이 된 후박나무

 

   ▲ 은적사 범종

 

   ▲ 경내 약수터

 

   ▲ 형형색색의 연등

 

봉축법요식을 마친 극락전 앞에는

석가 탄생시의 모습인 금동 탄생불에

신도들이 돌아가면서 바가지로 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이는 욕불행사(浴佛行事)로

석가모니가 태어나자 구룡(九龍)이 와서 목욕시켰다는 전설에 따라

이날이 되면 탄생불(誕生佛)을 욕불기(浴佛器)안에 모셔놓고

신도들이 돌아가면서 바가지로 물을 끼얹어 목욕시키는 의례라고 합니다.

  

   ▲ 금동 탄생불

 

마침 점심 공양시간 입니다.

오이미역 냉채에 꿀 맛 같은 비빔밥을 먹고 나서

커피에 포도즙까지

오늘만큼은 여기에 오는 모든 이에게 부처님의 자비를 베푸는 것 같습니다.  

 

   ▲ 비빔밥 점심 공양

 

점심 공양을 맛있게 먹었으니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기와불사를 하기로 합니다.

 

기와불사는 사찰의 전각을 지을 때,

기와불사에 동참한 사람의 주소, 이름, 소원 등이 적혀있는

기와 한장 한장 올릴 때마다 경건하고 조심스럽게

천년을 내다보는 마음으로 지붕에 얹는다고 합니다.

 

비록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소원과 염원이 들어 있는 한 장의 기와지만

앞으로 새로 들어 설 전각의 지붕에 올라가서

천년 고찰로 이어질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합니다.

 

   ▲ 기와불사

 

허전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가

부처님의 자비로움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쉬면서

소박한 점심공양과 기와불사에 공덕을 쌓고

가벼운 마음으로 은적사를 떠납니다.

 

   ▲ 노송과 단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