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정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른 새벽,
오렌지 빛 여명이 서서히 물들어 가고 있는 잔잔한 수면 위로
몽환의 물안개가 흐르고 있습니다.
낚시대를 드리운 태공과
저수지 주변을 날아오르는 철새들
그리고 산과 물이 한데 어우러진 고혹적인 새벽 풍경입니다.
▲ 장흥 지정지
물 위를 배회하던 물안개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더니
차디찬 새벽공기와 함께 온 저수지를 솜이불처럼 포근하게 감싸자
마치 구름위에 서 있는 듯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아름다움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자연이 만든 이 아름다운 광경에 감사하면서
자연과 함께 어울리는 이 시간을 기꺼이 즐깁니다.
▲ 자연이 준 환상적인 선물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기암괴석이
천자의 면류관을 닮았다 하여 천관산이라 부르며,
신라시대 김유신과 사랑한 천관녀가 숨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천관산이
희뿌연 물안개 속살 사이로 아련하게 나타났습니다.
호남의 5대 명산으로 일컬어지는 천관산은
가을이면 산 정상의 기암괴석과 환상적인 억새 너머로
다도해의 아름다운 섬들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지는 산입니다.
▲ 장흥 천관산
지난밤을 칠흙같은 어둠과 고독 속에서 힘겹게 보내고,
새벽 찬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은 밭둑에 태공이 나타나더니
낚시는 뒷전으로 모닥불을 피워 놓고 꽁꽁 언 몸을 녹이고 있습니다.
저 태공은 지난 밤 무었을 낚았을까?
바라던 붕어를 낚았을까?
아니면 불면의 밤을 상념 속에서 보냈을까?
▲ 새벽 추위를 견디다 못해 모닥불을 쬐고 있는 태공들
동틀 무렵이 되자 사위가 밝아지면서
물안개 속에 잠겨 있던 저수지가 깨어나고 있습니다.
한치 앞을 분간 할 수 없게 만들었던 물안개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낚시대 사이를 지나
저 멀리 물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힙니다.
▲ 한순간의 아름다움을 남기고 사라지는 물안개
태공들이 부스스한 모습으로 하나 둘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나더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고요한 정적 속에 잠겨있던 저수지가 활기를 되찾습니다.
물고기들이 물 위로 비상하는 소리,
물오리 들이 자맥질 하다가 날개짓 하는 소리,
태공이 낚시대를 던지는 소리가 아침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 아침을 맞이하는 낚시터
태공은 출조시 마다 대어의 꿈을 꿉니다.
과연 이 태공은 대어의 꿈을 이루었을까요?
제법 무거워 보이는 살림망을 들고 오는 태공의 잔잔한 미소가 궁금합니다.
▲ 대어의 꿈은 꿈꾸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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