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여행을 다녀와서

비봉산에 오르다 만난 인연들

소석(笑石) 2012. 11. 6. 14:50

어떤 이들은 이맘때면 알록달록한 색깔로 한껏 치장을 하고

울긋불긋하게 물든 산을 찾아 가지만,

그런 요란스러움 보다는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저물어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호젓한 비봉산을 찾아갑니다.

 

예전에는 덕양역 앞에서 5일에 한 번씩 우시장과 함께 장이 열릴 때는

시골 장터의 정취가 물씬 풍기던 덕양 시장이 쇠퇴의 길을 걷다가

지금은  옛 추억으로 사라지고, 그나마 곱창전골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곱창골목에서 비봉산을 향해 출발합니다. 

 

   ▲ 매년 곱창축제도 열리고 있는 곱창골목 

 

도심지역의 골목길 정도 밖에 안 되는 시가지를 따라 

소라초등학교 옆 비봉산 들머리에 들어서니 

오룡산이란 입간판이 고개를 갸우뚱 하게 합니다. 

 

   ▲ 비봉산 들머리 

 

사람들의 발길이 잦지 않아서 그런지

낙엽을 밟으면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나는가 하면

소나무 가지로 비치는 가을 햇살과 솔밭 길의 부드러움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줍니다. 

 

   ▲ 가을 햇살이 스며든 솔밭 길 

 

   ▲ 솔밭 숲에 숨어있다 발견된 야생화

 

산에 오른 지 20여분 밖에 되지 않았는데 4개의 갈림길이 나타나자

함께한 여성들이 비봉산 정상으로 가는 오르막길과

봉우재로 내려가는 길에서 망설이다 비봉산으로 오릅니다.   

 

   ▲ 비봉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갈림길 

 

솔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소나무 숲 사이로

도토리를 찾아 바쁘게 뛰어다니는  청솔모와 함께 오르다 보니

돌탑이 보이고 조금은 넓은 곳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오룡산 정상 인 것 같습니다. 

 

   ▲ 오룡산 정상의 돌탑 

 

   ▲ 붉게 물든 담쟁이덩굴

 

오룡산 정상을 지나자 소나무 숲에 가려 보이지 않던

주변의 풍광이 운무에 가려 희미함 속에서도 답답한 마음이 확 트이면서

멀리 비봉산 정상의 송신탑이 보입니다. 

 

   ▲ 비봉산 정상의 송신탑 

 

   ▲ 화사하기 보다는 청순하게 보이는 가을에 핀 진달래

  

우리 외에는 사람의 발걸음이 뜸한 산길을

산책 하듯이 힘들이지 않고 여유 있게 오르다 보니

등에 땀이 좀 배었나 싶었는데 정상 입니다. 

 

   ▲ 비봉산 정상 

 

정상 왼쪽으로는 광양제철과 율촌산단이, 앞쪽으로는 여수산단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영취산, 호랑산, 전봉산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입니다. 

 

   ▲ 정상에서 마주 보이는 율촌산단과 광양제철 

 

   ▲ 정상에서 마주 보이는 여수산단 

 

 정상에서 마주 보이는 영취산, 전봉산, 호랑산

 

솔바람을 맞으며 등에 베인 땀을 식히고 있으니

진한 커피향이 물씬 나는 한 잔의 커피가 전해집니다.

평소에 마시던 커피 맛과는 달리

진정한 마음이 배어있는 진한 향과 맛이 납니다. 

 

   ▲ 빨갛게 익은 청미래덩굴 열매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송신탑을 만들면서 새로 낸 제법 경사가 심한 길로 

다른 등산로에 비해 훼손이 많이 되어 눈살을 찌푸리며 내려가니

봉우재가 나타납니다. 

 

   ▲ 단풍나무는 아니지만 곱게 물이든 검양옻나무  

 

   ▲ 정상에서 봉우재로 내려오는 등산로

 

봉우재는 여섯 갈래로 갈라지는 아홉등 고개라고 하는데

옛날 동학혁명 때 동학군이 순천에서 내려오는 길에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라고 합니다. 

 

   ▲ 비봉산 산행에 함께한 일행들 

 

널찍한 고개 주변에 피어있는 가을꽃들과 함께  

준비해온 서대회에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맷돌바위 쪽으로 올라갑니다. 

 

   ▲ 가을 산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들국화 

 

   ▲ 가을이 끝나갈 무렵 무리지어 피는 꿀이 많은 꽃향유  

 

   ▲ 음력 9월 9일에 꺽는 풀이라는 구절초 

 

   ▲ 서대회에 막걸리 한 사발씩 마시고 

 

   ▲ 맷돌바위를 향하여

 

등산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라서 그런지

길을 잘못 들어 잔 목과 잡초가 지천인 산을 헤매다 보니

등산객들이 다니던 희미한 길이 나타나고 멀리 촛불바위가 보입니다. 

 

   ▲ 길을 잘 못 들어선 일행들  

 

   ▲ 이름을 알 수 없는 야생화 

 

   ▲ 저 멀리 봉우리에 보이는 촛불바위

 

촛불바위에서 우리가 지나온 오룡산과 비봉산을 바라봅니다.

산 지명대로라면 다섯 마리의 용과 봉황이 나는 형상인데

아무리 살펴봐도 알 수가 없고 다른 뜻이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 촛불바위

 

   ▲ 좌측이 오룡산, 우측이 비봉산

 

앞으로는 세계 최고 높이인 주탑(270m)과

국내 현수교(1,545m)로서는 가장 길고, 세계에서는 4번째를 자랑하는

이순신 대교가 멀리 눈에 들어옵니다.

 

   ▲ 멀리 보이는 2개의 하얀 주탑이 이순신대교

 

보일 듯 말 듯한 길과 바위 사이를 지나 한참을 내려오니

먼저 내려간 일행들이 맷돌바위에서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리면서

주변 경관을 조망하고 있습니다. 

 

   ▲ 맷돌바위로 내려가다 만난 바위 산길 

 

   ▲ 바위를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 

 

   ▲ 맷돌바위에서 잠깐 휴식중인 일행들

 

상세동 마을 뒤쪽에 있는 맷돌바위는

큰 바위 두개가 맷돌처럼 포개져 있다하여 맷돌바위라 하고,

이 바위가 있는 산을 맷돌산 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 큰 바위 두개가 포개져 있는 모양의 맷돌바위

 

맷돌바위에서 내려가는 길은 상당히 가팔라서

조금만 한 눈을 팔면 위험할 것 같은 길을 10여분 내려가면

마을 뒤에 맷돌바위가 있어 오랜 옛날부터 먹거리 걱정이 없이 살아왔다는

상세동 마을에 도착 합니다.  

 

   ▲ 맷돌바위에서 상세동 마을로 내려가는 비탈길 

 

   ▲ 갈색으로 물들어 떨어진 소나무 잎 사이로 꽃봉오리를 터뜨린 야생화 

 

   ▲ 맷돌산 아래 자리한 상세동 마을

 

울긋불긋한 단풍은 없는 산이지만

가을바람에 실려 온 솔 향을 맡으며 솔밭 길을 걷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은 힘든 잔 목을 헤치며 없는 길을 걸었지만 

우리를 반겨주는 야생화를 만나며 인연을 맺는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 곱창골목에 왔으니 곱창 맛은 봐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