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 남서풍이 불고있는 고흥호
여름이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와 함께 무르익어가고 있는 6월 입니다.
지난주 출조에서 다혜콩콩님이 월척급 붕어를 놓치고,
5짜급 잉어를 낚았던 짜릿한 손맛의 여운이 남아있는 고흥호로
모든 일을 잠시 접어두고 떠납니다.
새벽녘 먼저 떠난 일행과 합류하기 위해
오후라고 하지만 아직도 강한 햇볕이 남아있는 4시경 아쭈리님과 함께 도착하니
앞에서 불어오는 강한 남서풍에 손을 놓고 그늘 막에서 오수를 즐기다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줍니다.
▲ 너울속에서 낚시를 나서 보지만
다혜콩콩님은 또 월척을 놓치고 아쉬움을,
붕어사랑님은 7~8치급 붕어 5수 정도에 성이 안차는 표정을,
사커님은 5짜급 잉어 2수를 낚아 놓고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습니다.
회색 구름이 얇게 깔린 서쪽 하늘에 해가 지면서 바람은 좀 약해 졌지만
너울대는 물결에 찌 놀림을 제대로 확인 할 수 없어 애만 태우고 있는데
어느덧 고흥호에 땅거미가 내리고 어둑어둑해집니다.
▲ 고흥호에 해는 지고
오늘 저녁 소망을 담아 찌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여 밝히고 나니
캐미불 너머로 어둠을 가르는 고흥만방조제 가로등불이
희망의 등불처럼 반짝입니다.
사물을 분별 할 수 없는 어둠속에서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가자
다혜콩콩님과 붕어사랑님은 새벽녘을 기대하며 일찍 잠자리에 들고,
호수에 불던 바람이 어느 샌가 잠자해 질 무렵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들었던 사커님이 어둠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
이제야 캐미불을 밝힘니다,
캐미불을 다 밝히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사커님의 세 번째 잉어가 고즈넉한 밤의 정적을 깨트리고
아쭈리님의 뜰채에 안전하게 담겨 살림망으로 들어갑니다.
▲ 나뒹구는 통에 흙모래가 뭍어 수염난 잉어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잉어와 함께 춤을 추고 싶은 심정이 아닐까요?
그도 그럴 것이 진즉부터 거액을 들여 새로산 장비로
기다리던 오랜만의 출조에서 5짜급 잉어를 3수나 했으니 말입니다.
거기다 1수는 떡밥으로, 2수는 새우로,
군대로 말하면 이병 새내기를 막 벗어난 일등병 앞에서
10년 이상 경력의 선배들이 머쓱해 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잉어는 잡식성으로 조개류나 새우류, 작은 물고기나 알, 물 속 곤충,
미생물이나 물풀 등을 닥치는 데로 먹고 산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잉어미끼는 식물성 미끼인 떡밥 등을 주로 사용하고,
동물성 미끼를 사용하는 것은 보지도 못한 것 같으며,
살아있는 새우에 잉어가 낚인 것도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 고흥호에 점점이 떠있는 가로등불
어느덧 자정이 넘어가는 시각
아쭈리님과 사커님의 시끌벅적한 야식파티에
잠이 깬 다혜콩콩님과 붕어사랑님의 합석이 이루어지고,
밤이슬을 맞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다
두 사람은 잠이 들고, 두 사람은 새벽낚시를 위해 물가로 내려갑니다.
고즈넉한 정적에 휩싸여 있는 호수에
수명을 다하고 희미해져 가는 캐미 불만 깜박거리고,
바람이 잦아든 물가에 흡혈귀 모기들이 잔치를 벌입니다.
그렇게 한 여름 밤의 꿈은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고,
나도 모르게 잠기는 눈꺼풀을 비벼가며
몇 번의 입질에 잔챙이 몇 수를 하고나니 날이 훤히 밝아옵니다.
▲ 꾼들이 지나간 돌무더기
이곳은 다른 낚시터와 달리 참 묘한 곳입니다.
수심이 낮은 탓도 있겠지만 찌 맛은 실종되어 버리고
손맛만 있는 것 같습니다.
새우미끼는 바닥에 안착 되자마자
바닥을 기어 다니는 검정말둑이 새우를 질질 끌고 다니고,
떡밥미끼는 입수와 동시에 피라미가 요동을 칩니다.
아침나절 동안 잡어들의 성화에
기대를 했던 잉어는 입질 한번 받지 못하고
나도 체고는 작아도 잉어다라고 극성을 부리는
잉어과에 속하는 피라미 손맛만 실컷 본 것 같습니다.
▲ 산란기에 미적색의 혼인색을 띤다는 수컷 피라미
지난주에 월척을 놓치고 5짜급 잉어를 낚았으나
이번 주에도 월척을 놓치고 잉어는 구경도 못한 다혜콩콩님,
비록 월척이나 잉어는 근접하지는 못했어도
6~8치급 붕어를 12수나 하신 붕어사랑님,
소석과 아쭈리님은 붕어 6~7치급 2`~3수씩 빈작 입니다.
그리고 5짜급 잉어를 3수나 하신 사커님
자양식품인 잉어하고 입도 맞추고, 춤도 추고 나서 푹 과서 드시고,
오늘밤 달콤한 꿈꾸기를 바랍니다.
▲ 고흥호 위를 날으는 철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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