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록빛 새순이 짙어가는 소나무 그늘 아래에
둥그런 잎을 달고 불쑥 솟아오른 꽃모양이
묘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키가 작고 색깔도 화려하지 않은 꽃이라
가까이 다가가 쭈그리고 앉아 자세히 살펴보니
모자가 달린 연한 자주색 옷만 입었다면
영락없이 지금의 내 모습일 거라는 생각에 쓴웃음이 납니다.
열매의 모양이 바느질 할 때 쓰는 골무와 비슷하다하여
골무라는 이름이 붙은 소박하면서도 은은한 멋을 주는 골무꽃 입니다.
골무꽃은 5~6월경 숲 주변의 약간 그늘진 곳이나 바닷가의 낮은 언덕에서
불 수 있으며, 다 자란 키는 30cm 내외이고, 잎 또한 2cm 정도의 타원형으로
눈에도 잘 띄지도 않습니다.
꽃 모양은 긴 통 모양의 입술 꽃으로
윗입술 꽃잎은 투구 모양이고, 아랫입술 꽃잎은 넓으며,
전체적으로 연한 자주색 바탕에 짙은 자주색 문양이 들어 있습니다.
열매는 7~8월경에 작은 원추형으로 달리고,
안에는 약 0.1cm 정도 되는 종자가 들어있습니다.
골무꽃은 꽃이 한쪽 방향으로 핀다하여 편향화(偏向花),
한신초, 연관초, 대력초 등 속명을 갖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그늘골무꽃, 연지골무꽃, 광릉골무꽃 등
12종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악세사리로만 남아있는 골무는
시어머니에 대한 증오와 원한에 찬 말 가운데
"골무는 시어머니 죽은 넋이다." 라는 속담이 있지만
예전에 여인들이 바느질 할 때 손가락이 바늘에 찔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했던 필수품으로 시집갈 때 혼수품으로 가져가서
가까운 일가친척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소박하고 아름다운 선물이기도 하답니다.
골무꽃은 "의협심' 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습니다.
옛날 어는 나루터에 할아버지 사공이 있었는데,
장마가 올 때 마다 살아있는 것은 무었이든지 건져 올리다
커다란 뱀 한 마리를 건져 땅에 풀어 주었습니다.
몇 년 후 열심히 일한 덕에 제법 많은 돈을 모았지만
그 돈을 거저 얻으려는 건달이 뜻을 이루지 못하자 모함을 해서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어 지내던 어느 날
몇 년 전 장마 때 살려준 뱀이 감옥으로 들어와 물고는 달아나 버렸습니다.
할아버지는 공연히 살려주었다고 탄식을 하고 있는데,
사라졌던 뱀이 풀잎 하나를 물고 다시 나타나 퉁퉁 부은 발등에 붙여주고
사라지고 나자 금세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병주고 약주는 뱀을 이상히 생각하고 있을 때,
원님 부인이 뱀에 물려 위독하다는 소리를 듣고 원님에게 좋은 처방이 있다며
뱀이 준 풀잎을 상처에 붙이자 깨끗이 나았고,
원님은 자초지총을 듣고 할아버지의 결백함을 믿게 되었으며,
사례비 까지 듬뿍 주어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골무꽃은 한방에서 한신초(韓信草)라 하여 전초를 약초로 쓰는데,
특히 뱀에게 물렸을 때 환부에 붙이면 특효라고 하며,
또한 진통과 지혈, 종기를 삭히는 등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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