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조행기

7짜급 잉어와 사투를 벌이다

소석(笑石) 2012. 4. 2. 15:42

 

   ▲ 70.2cm 대형잉어

 

강풍이 불고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진다는 기상예보에

정기 출조를 취소하고 나니 한 주일 동안 기다린 물 냄새가 그립습니다.

하여 동호회 회원 중 마니아로 불리는 4명이 장비를 꾸려 달려가 봅니다.

 

어제 하루 종일 내리던 봄비는 밤사이에 그치고 새벽바람이 제법 쌀쌀합니다.

출발 전 우려와 달리 오전 8시경 저수지에 도착하니

봄볕은 따사롭고, 미풍까지 불어준 데다가 물색도 좋습니다. 

 

일기예보대로 북서풍이 강하게 분다면

언감생신 생각하지도 못할 포인트에 자리를 정하고 나서

불안한 마음에 낚시대를 3~4대 정도만 편성해 놓고 나니

잔챙이들이 설칩니다.

 

간혹 7~8치급  붕어들이 낚이는 바람에 불안한 마음은 차츰 안정이 되어 가지만

이 좋은 날씨가 오후 에는 어떻게 전개 될지 모르는 터라

이곳에서 계속 할 건지 이동을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잔챙이 입질에 푹 빠져 오랜만에 보는 붕어 얼굴에 희색이 만연합니다.

 

   ▲ 대형잉어를 낚은 걀대와 뗏장수초가 발달된 포인트 

 

조용히 침묵만 흐르는 낚시터에 "뜰채"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미끼를 교체하다 벌떡 일어나 달려가 보니

"커다란 잉어가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유영을 하고 있습니다."

 

   ▲ 한 치도 못되는 바늘에 걸려 발악을 해 보지만

 

"떡밥을 달아놓은 2.5칸 대 찌가 갑자기 물속으로 사라져 챔질을 했지만

 끄떡도 하지않아 수초에 걸린 줄 알았 는데 잉어가 걸린 것 입니다."

 

   ▲ 힘도 빠지고 잠시 쉬면서 생각을 해보자 

 

"유영을 하고 있는 잉어를 따라 뜰채를 대 보지만

 붕어 전용 뜰채라 작아서 자꾸만 비켜가기 일쑤고 들어가지를 않습니다."

 

   ▲ 잉어 얼굴은 보이는데 뜰채에는 들어가지 않으려고 버티고 속이 탑니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앙탈을 부리는 잉어가 수초에 걸려 발악을 하는 바람에

 그때까지 버티고 있던 낚시대는 두 동강이 나버렸습니다"

 

   ▲ 결국은 손이 잉어 입으로 들어가고

 

"다행히 수초에 걸려있는 낚시 줄을 잡고 연안으로 유도한 뒤

 잉어 주둥이에 손을 넣어 간신히 잡아냈습니다."

 

   ▲ 에라모르겠다 세상밖으로 나가보자

 

" 물 밖으로 나온 잉어는 햇빛을 받아 누런색 황금 비늘이 반짝이는

 70cm급 잉어입니다."

 

   ▲ 생사의 갈림길에서 인간의 승리

 

" 모두 다 탄성이 터집니다."

 

   ▲ 지화자 좋구나! 얼씨구 좋구나!

 

붕어낚시는 손맛보다는 찌 맛이라고 하지만,

붕어낚시 중 갑자기 출현한 대형 잉어와 경망 중에 벌이는 일전 속에서 

육중한 중량감에서 오는 확실한 손맛을 느끼며,

장시간 사투 끝에 거두는 통쾌한 승리는 겪어보지 않은 꾼들은 모릅니다.

 

   ▲ 이 소감을 누구에게 제일 먼저 하시겠습니까?

 

그러고 나서 한참 시간이 흘러도 흥분을 가라않지 않고,

왠지 낚여오는 붕어들도 옛날의 기차표 만하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 양쪽 얼굴에 수염을 단 잉어

 

   ▲ 눈, 코, 입과 비늘이 선명한 잉어 

 

갑자기 잉어가 물었을 때는

낚시대가 앞으로 숙여지지 않도록 똑바로 세우고 버티다

힘이 빠져 멈출 때 끌어내기를 반복하다 끌어내야 합니다.

 

힘이 워낙 좋고 중량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마지막 끌어내기 에서 작은 실수 하나로 원줄이 터지거나

바늘이 부러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연안 가까이 끌려오면 잉어의 몸부림을 살펴가면서 뜰채를 대는데

뜰채를 댈 때는 잉어를 뜨는 게 아니라 뜰채 망 안으로

잉어를 집어넣는다는 생각으로 해야 하며

 

뜰채를 대는 타이밍은 잉어가 뒤집어져서 배를 들어내면

미리 담가 놓은 뜰채 쪽으로 잉어를 유도해

머리부터 넣어야 뜰채가 닿는 순간 튀어나가지 않습니다.

 

   ▲ 축하 선물로 홍매화 한 송이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