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조행기

오늘도 갈대숲 사이에서 월척의 꿈을 꿉니다

소석(笑石) 2012. 3. 20. 20:59

 

 

   ▲ 장흥 지정지 산 밑 포인트

 

왠지 이곳에만 가면 어머니의 품속같이 편안하고 포근함을 느끼게 합니다.

이곳은 초 봄 부터 좋은 조황을 보이는 장흥 지정지로,

금년 들어 시조회를 시작으로 몇 번의 출조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3월 17일 새벽어둠을 가르고 마침내 도착하니

새벽안개가 옆게 깔린 저수지는 어제 하루 종일 밤늦게까지 봄비가 촉촉하게 

내린데다가 바람까지 불어 제법 쌀쌀한 기온이 온 몸을 휘어 감습니다.

 

   ▲ 새벽 안개가 깔린 수면 위를 나는 철새

 

오후부터는 바람이 강하게 분다는 일기예보에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색이 맑은 색을 띠고 있어 그런지 수면이 냉랭한 느낌이 들어 

물속에 넣어보니 아직은 차갑습니다.

 

초봄 침묵속의 맑은 물 일 때는 산란 전이라는데 알 수가 없습니다.

몇  십 년을 같이 사는 마누라 마음도 모르는데

보이지 않는 물속의 붕어 마음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 버드나무 수꽃

 

그래도 물속에 잠긴 침수 수초 대에 자리를 잡고 나서

수심을 체크해 보니 70~80cm로 좀 낮다는 생각은 들지만

붕어들의 활성도만 높다 면 해 볼만하다는 생각과 물색이 맑을 때는

밤에 깊은 곳을 공략하면 뜻하지 않게 대물을 만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설레는 마음으로 물속의 세상을 그려보면서 낚시대를 편성해 봅니다.

 

일단은 물속의 수초대와 거리를 계산해 가면서 대를 편성하는 중에

옆자리의 다혜콩콩님이 잔챙이지만 한 수를 한 걸 보니

붕어들이 입질을 한다는데 대하여 반갑기는 합니다. 

 

   ▲ 무려 10대를 편성한 다혜콩콩님 자리

 

낚시대 8대를 편성 하고나니 꾼들이 하나 둘 찾아와 자리를 잡고 있고,

아쭈리님도 잔챙이 한 수를 했다는데 나는 잔챙이 입질도 없어

낮 낚시는 포기하드라도 밤낚시를 위해 수심이 1m이상 나오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봅니다.

 

   ▲ 버드나무 옆 갈대밭

 

오후 들어 날씨가 좋아지고 기온도 많이 오르면서 물색은 약간 변했지만

바람이 거세지면서 물결이 일렁입니다.

 

초봄 붕어는 회유 반경이 좁고 동작도 굼뜨기 때문에

찌 놀림이 미세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챔질 순간을 제 때 확보하기 위해서는

찌의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읽어 내는 게 중요하고,

 

지렁이 미끼라 할지라도 덥석 물지 않고 살짝 살짝 건드려 본 뒤 조금씩 섭취하고,

미끼는 살아 움직이는 지렁이 미끼가 우선이며, 떡밥도 곡물류 보다는

어분 등 동물성 성분이 배합된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러나 거센 바람에 입질을 파악하기도 어렵고, 떡밥을 제자리에 던져 넣기도

쉽지 않습니다. 

 

   ▲ 바람만 불면 마음이 뒤숭숭 해집니다.

 

하루 종일 입질다운 입질 한번 받지 못하고 기다리던 밤이 되려면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만 이른 저녁을 먹고나니

구름이 잔뜩 낀 서쪽 하늘에 해가 잠깐 얼굴을 내밀다 들어간 자리에

저녁노을이 물들어 갑니다.

 

   ▲ 아침에 떠오른 태양이 내일을 기약하며 저녁 노을을 남기고 

 

석양빛 아래 고즈넉이 않아있는 낚시꾼들의 풍경은

이곳을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이 보면 낭만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꾼들은 보이지 않는 물속의 붕어와 온갖 지식과 경험을 동원하여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마냥 즐겁기만한 모습이 천진난만한 어린애 같습니다.

 

해가 진 뒤 주위가 어스름한 시각 캐미를 꺽어 낚시대에 하나 둘 달고 나니

달도 보이지 않고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어둠속에서 정적이 흐르고,

찌불을 한참동안 쳐다보고 있노라니 물속으로 사르르 녹아 들어갈 것 같은 분위기에서

금방이라도 찌가 솟아오를 것 같은데 밤이 이슥해 지도록 

잔챙이 한 수에 그치고 잠잠하기만 합니다. 

 

   ▲ 기다리던 밤낚시에 붕어 얼굴은 봤습니다.

 

밤 10시경 초저녁 낚시를 포기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5시경에 나와 보니 바람은 다시 불고 있고,

낚시대를 건져내고 미끼를 확인해 보니 입질의 흔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새 미끼로 바꿔주고 기다려 보지만 아침이 밝아오도록 조용합니다.

 

   ▲ 캐미는 꺽어보지도 못하고 술에 취해, 잠에 취에 다음날 아침에 일어난 - - - 

 

아침 일찍 철수를 하기위해 자리로 돌아가는 아쭈리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갑자기 밤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붕어가 걸려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이 끝나자마자

금방 걷어 올린 낚시대에 8치급 붕어가 물위로 얼굴을 내밀고 따라옵니다.

 

   ▲ 조금은 머쓱한지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이에 고무되어 철수를 연기하고,

각자 자리로 가서 부산을 떨며 낚시대 수를 줄여가며 집중을 해 보지만

10시가 넘도록 애만 태우다 맙니다.

 

   ▲ 그나마 조황이라도 좋으면 괜찬은데 철수는 몹시 힘이 듭니다.

 

저수지 밭둑에 심어 놓은 매화나무에 꽃이 핀 것을 보면 봄은 왔습니다.

뒤이어서 나타나는 초봄 산란기 특수라는 폭발적인 조황을 금년에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잉어들이 산란을 하고 있고, 잔챙이 붕어들이 수초사이에서

어슬렁거리는 것을 보면 지난주에 중치급 이상 붕어들이 1차 산란을 끝내고

깊은 물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백매화

 

산란 후 붕어들은 안정적인 장소로 이동하여 안주 하다가

일정 시간이 되면 서서히 연안으로 접근하여 먹이 사냥을 한다고 합니다.

이번 주말 출조를 한다면 산란 후 특수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바닥은 채웠습니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