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흥 삼산호 전경
주말만 되면 날씨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주 중에 좋던 날씨도 기다던 주말만 되면 비가 오거나
춥고 바람이 부는 등 변덕을 부리는 통에 출조 계획을 세우기기 어렵습니다.
이번 주(3월 10일)도 역시 꽃샘추위와 함께 꽃샘바람이 강하게 붑니다.
경칩이 지난 3월에 명주 실 만큼 보드랍고 화창한 바람인
명지(명주)바람이 불어야 되는데 꽃샘추위에 살 속을 기어드는 찬바람인
꽃샘바람까지 불어 코끝을 아리게 합니다.
꽃샘추위와 꽃샘바람은 따로 따로 오기도 하지만, 흔히 같이 오는데
꽃을 시새움하여 날씨가 춥고 센 바람이 불면 꽃은 잠깐 움츠러들었다가
다시 기지개를 펴고 활짝 피는데 가냘픈 꽃들이 이때를 견디고 나서
피는 꽃은 더 아름답다고 합니다.
▲ 가로변 공원에 핀 동백꽃
긴 밤을 자다 깨다 하면서 보내고 나서 새벽 5시경
새벽어둠이 깨어나기 전인 여수를 출발할 때 까지도 출조 장소를 정하지 못하다
먼저 조성수로에 들렸으나 수심이 너무 낮아 포기하고,
보성 금강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장흥 지정지를 거쳐 삼산호로 향합니다.
조성수로와 지정지에서는 낚시꾼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찬바람만 쌩쌩 불고 있었으나 삼산호에 도착하니 갈대밭에 3~4명의
낚시꾼들이 보이고, 보트 낚시꾼도 보입니다.
삼산호는 장흥군 관산읍 삼산리 바다를 막아서 만들어진
35만 5천 평의 간척호수로 붕어자원이 풍부하고 자생 새우가 많아
4짜가 넘는 대어가 새우미끼에 낚이는 붕어 터로
양수장 주변과 갈대밭이 포인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 삼산호 배수장 옆 포인트
오늘 바람의 방향이 북서풍이라 양수장 뒤편 야산이 바람을 막아 줄 것으로 생각하고,
양수장 옆 갈대밭에 포인트를 정하고 대를 편성하는데
점점 더 거세게 부는 바람에 받침틀과 낚시대가 자꾸만 기우뚱거리고,
물결이 뱅글뱅글 맴도는 것을 보니 마음이 심난 합니다.
낚시대의 수와 낚이는 붕어의 수는 반비례 한다는데,
많은 낚시꾼들이 처음에 3~4대의 낚시대를 편 사람이 입질이 자주 오면
낚시대를 더 펴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그러나 낚시대를 더 펴는 것만큼
붕어의 입질은 줄어든다고 합니다.
이 바람에 8대의 낚시대를 펴는 것은 무리이고,
자꾸만 몸은 움츠러들고 귀찮다는 생각이 들어 3대만 펴 놓고,
낚시를 포기한 사람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7치급 한 수를 했습니다.
▲ 낚시대 3대에 만족 |
▲ 7치급 붕어 |
그러나 붕어사랑님은 낚시대를 펴면서 부터
잔챙이 입질에 재미를 보고 있는지 연신 낚시대를 펴고 있으며,
내림낚시를 하는 둠벙님은 낚시대 1대에 의지한 채
입질이 없다고 투덜거리더니 한참 후 집어제가 효과를 보는지
잔챙이가 팔닥 거리며 자꾸 올라오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거움에 빠져있고,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한 다혜콩콩님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역시 잔챙이 낚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 둠벙님의 바람에 날려온 잔챙이
낚시는 뒷전이고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중에도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것 같아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안보여 도로 위로 올라가 보니 다혜콩콩님과 붕어사랑님이
바람이 타지 않는 수로에 어느새 텐트 2동을 설치 해놓고 점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머리 위에서 바람소리는 윙윙 거리지만 오늘 같은 날은 아방궁이 부럽지 않습니다.
▲ 텐트 설치에 안성맞춤 장소인 명당자리
오후가 되면서 낚시대를 8대로 늘리고,
오전에 설치 하다만 파라솔 텐트를 모래 땅에 간신히 설치하고 나니
파라솔 텐트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귓전을 따갑게 때리면서 머리가 아픕니다.
그래도 강하게 부는 바람에 불결치는 황금빛 갈대 군무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
갈대밭을 들락거리며 유유히 놀다 자맥질로 고기를 잡아먹다가
하늘로 비상하는 물오리 떼들의 모습에서 그나마 위안을 받고 있습니다.
▲ 황금빛으로 물든 갈대밭
수온이 많이 떨어졌는지 잔챙이 입질도 뚝 끊기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야산 산자락을 두러보니 잠시 봄기운이 살아나던 초목이
꽃샘추위 탓에 잠깐 숨을 고르고 있지만
옛날에 거리를 나타내기 위해 오리마다 심었다는
"십리 절반 오리나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오리나무 꽃 이삭이 피고,
매화나무 꽃망울이 커지는 등 봄은 더디게 무르익어 가고 있습니다.
▲ 오리나무 잎눈과 수꽃 이삭
잠깐 봄기운을 느끼고 돌아와 보니
앞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파라솔 텐트가 금방이라도 날아 갈 것 같아
해가 지고 나서 바람이 약해지면 다시 펼 생각에 잠시 접어두고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 꽃샘 바람의 흔적
밤이 되어도 바람은 여전히 강하게 불고 있고, 기온은 많이 내려갔지만
파라솔 텐트도 설치하지 못하고 오로지 난로와 모포에 의지 한 채
초저녁 입질을 기다려 보지만 잔챙이 입질만 있다가 조용합니다.
꽃샘바람에"소부랄 떨어진다"는 옛말처럼 매서운 추위와 바랍 입니다.
이와 달리 해가 지면서 정남쪽을 향한 지상 10층 규모의
우산도 끝자락에 우뚝 솟은 정남진 전망대에 불이 들어오면서
아름다운 밤 풍경의 운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정남진 전망대 야경
애꿎은 꽃샘바람을 원망하며 새벽 5시경 일어나 보니
꽃샘바람과 함께 찾아온 꽃샘추위가 오늘 새벽 절정을 보이고 있어
영하권으로 뚝 떨어진 기온 속에서 강풍까지 불고 있고
체감온도는 더 낮아지고 있습니다.
▲ 영하의 추위에 고드름이 되어버린 오리나무 수액
지난 밤 강풍에 받침틀은 한 쪽으로 밀려나 있고,
거기다가 물속에 쳐 박혀있는 낚시대가 부러지지나 않았는지 궁금했는데
건져 보니 다행히 온전합니다.
철수를 결정하고 꽁꽁 언 손을 녹여가며 채비를 주섬주섬 챙기고 있는데
오늘의 시작을 알리는 아침 해가 떠오릅니다.
아쉽게도 해가 뜬 후 구름 속에서 떠오르는 일출이지만 아름답습니다.
▲ 삼산호 일출
돌아오는 길에 정남진 관광 농원에서 둠벙님이 사주신
푸짐한 장흥 한우 불고기 백반에 아침을 먹고 나니
1박 2일 동안 고생한 것은 다 잊어버리고 몸과 마음이 나른해 지면서 졸음이 옵니다.
그렇지만 꽃샘바람은 더 기세등등하게 불고 있고.
눈발까지 날리고 있습니다.
▲ 정남진 관광농원 휴게소
꽃샘바람이 앙탈을 부리듯 가슴을 파고들어도
콧속을 파고드는 상큼한 봄내음이 조금은 묻어나는 것을 보면
머지않아 낚시꾼들의 봄날이 찾아오겠지요,
봄은 꽃샘바람을 타고 온다고 합니다.
이 바람이 지나고 나서 산란 전후의 특수가 찾아오면
이번 출조의 고생이 기쁨의 두 배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 삼산호 붕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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