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이 일품인 백운산 동곡계곡 진틀 촌닭 숯불구이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를 하루 앞 둔 지난 토요일
절기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지 밖의 날씨가 조금은 풀린 것 같습니다.
이 무렵 이면 아무리 춥던 날씨도 누구러져
봄기운이 돌고 초목에 싹이 트면서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리는데
아직도 찬바람이 불고 춥기만한 겨울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추워도 우리 주변에서는 조금씩 변화의 조짐은 보이고,
오후부터는 날씨가 풀린다는 반가운 소식에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지인 가족과 함께
어쩌면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나무들의 새싹을 보호하고 있는겨울눈과 꽃이 될 꽃눈에
생기가 도는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하여 정오 무렵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 아직 깨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나무가지에 달린 꽃눈
봄기운도 느끼고, 생기를 불어 넣어줄 입맛을 돋우는 점심을 먹기 위해
백운산 동곡계곡 진틀마을로 가는 길입니다.
진틀은 니평(泥坪, 진창들)이라고도 하는데, 마을 앞에 있는 논들이
옛날에는 진들(구렁논)이다 하여 유래된 이름입니다.
백운산 4대 계곡 중 가장 크고 길다는 동곡계곡은
여름철 이면 가족단위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인데
겨울가뭄 탓인지 바닥을 드러내놓고 둥글둥글한 자갈과 바위 사이로
계곡수가 보일듯 말듯 졸졸 흐르고 있습니다.
▲ 백운산 정사으로 가는 등산로 초입
또한 경칩을 전후로 나오는 고로쇠 약수를 먹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드는 계곡주변을 따라 형성된 식당들은
고로쇠 약수 철이 되었지만 채취를 못해 한산하기만 합니다.
뼈에 이로운 물 골리수(骨利水)라고 하는 고로쇠 약수는
밤의 기온이 영하 3~4도 이하이고, 낮의 기온이 영상 10~15도 이상으로
밤과 낮의 온도가 15도 이상 일 때 가장 많이 나온다는데
연일 계속되는 강추위에 예년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 겨울가뭄으로 물이 흐르지 않는 계곡
백운산 등산로 2코스 입구 언덕에 위치한 진틀마을 소낭구 식당 정원에 들어서니
겨울산이 주는 적막하고 외로워 보이면서도 포근함을 주는 정경속에
동곡계곡을 따라 부는 골바람이 숲을 지나가면서 내는 소리가
쏴~하는 바람소리가 아닌 우웅~ 하는 숲의 울음소리가 되어 귓전을 때립니다.
▲ 백운산 등산로 입구에 있는 소낭구 식당
산세가 수려하고 경관이 좋아 오늘 같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백운산 경치를 구경하다 보니
점심때가 훨씬 지나서 그런지 배가 몹시도 고프다는 생각이 듭니다.
▲ 소낭구 식당 정원에 있는 흙으로 빗은 사람 모양의 토우(土偶)
식당 문을 열자 먼저 고기 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연기가 가득한 식당 안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등산객이나
가족단위 손님들이 고기를 굽거나 먹으면서 내는 소리가 떠들썩합니다.
우리 일행도 자리를 잡고 촌닭 숯불고기을 주문하고 나서 조금 기다리니
산나물, 매실 장아지, 배추김치 등 10여 가지 풍성한 반찬과 함께
참숯이 이글거리는 놋쇠화로와 구리석쇠에 올린 양념된 닭고기가
특유의 양념맛과 숯불이 어우러져 노릇노릇 맛있게 익어갑니다.
▲ 숯불과 석쇠 그리고 닭고기가 만난 촌닭 숯불구이(뒤집기가 늦어 조금 탓음)
천하일미 마로화적(天下一味 馬老火炙, 馬老는 광양의 옛지명)으로
옛날부터 광양에 와서 숯불구이를 먹어야 광양을 다녀왔다는 말이 될 정도인
광양 숯불구이는 널리 알려진 광양 전통음식이며,
이에 못지않게 촌닭 숯불구이도 광양 불고기와 같이 손질된 닭을
간장, 마늘, 깨 등 갖은 양념에 재서 참숯불에 구어 먹는
광양지역만의 독특한 요리입니다.
▲ 촌닭 숯불구이도 맛있지만, 산에서 나는 약초뿌리로 만든 차와 산나물 맛도 그만입니다.
닭고기 하면 흔히들 백숙, 삼계탕, 치킨, 닭도리탕 등이 주 메뉴이고,
백운산 4개 계곡 주변의 음식점 마다 촌닭 숯불구이를 자랑하고 있지만
고기를 재는 양념에 따라 맛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식당처럼 맛과 만족감을 주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 해학적인 흙으로 빗은 사람 모양의 토우
점심은 점을 찍듯이 조금 먹는 음식이라는데
맛에 반해 너무 많이 먹었는지 소화도 시킬 겸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보니
바닥을 드러내놓고 바위와 자갈밖에 보이지 않는 계곡 중간에
커다란 바위만한 한무더기의 얼음이 하얗게 반짝입니다.
▲ 고목이 되어 거의 썩어가는 밑둥에 다른 나무가 자라서 올라가고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계곡을 내려가 보니 겨우내 얼어붙었던 얼음이 조금씩 풀리면서
바위 틈새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고드름이 보이고,
물이 흐르는 소리에서 봄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음을 봅니다.
▲ 바위 틈새로 흐르는 물과 바위에 매달린 고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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