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곡 소재지 앞을 흐르는 보성강
여름철 이면 무더위를 피해 바다나 계곡을 찾지만
마음에 맞는 지인들과 함께 강가를 찾아 물고기를 잡으며 하루를 보내는 천렵(川獵)은
그 옛날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천렵은 고대의 사냥과 고기잡이 습속이
후대에 여가를 즐기는 풍습으로 변모 되었다고 하며,
농촌에서는 여름철 삼복중에 일하던 고달픔을 잊고 마음껏 즐기는 물놀이로
친구나 마을 사람끼리 가까운 냇가나 강가에 텐트를 치고
고기가 다니는 길에 그물 등을 쳐놓고 기다리는 동안 물놀이를 하다가
잡힌 고기를 솥에 넣고 매운탕을 끓여 농주와 함께 마시면서 하루를 보냈던 것이
요즘은 농촌 사람들 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여름철 피서지로 강가를 찾아
가족들과 함께 즐기는 것 같습니다.
▲ 한 낮 햇살이 눈 부신 보성강
태풍 무이파가 북상 중인 지난 금요일 2박 3일 일정으로
보성강 곡성 수계 중 토종 흑돼지 구이로 유명한 석곡 소재지 앞을 흐르는
대황강 강 낚시에 나섰습니다.
보성강 곡성 구간은 목사동면 신기리 에서 오곡면 압록리 까지
섬진강과 합류하는 약 18km로서 대황강 이라고도 하며,
옛부터 보성강에 8대 어전(일명:쏘)이 있어
은어, 메기, 붕어, 참게, 잉어 등 담수어가 많이 서식하여
주민들이 봄철이면 투망으로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 먹고 노는 풍습이 성행 하였으며,
여름철에는 횃불을 잡고 물고기를 잡는 횃불놀이가 아름답다 하여
곡성의 팔경 중 하나인 대황어화(大荒漁火)로 유명한 곳 입니다.
그러나 이 곳도 외래어종인 베스와 블루길이 늘어나고,
현지인들의 그물을 사용한 물고기 불법남획과 동력선을 이용한 다슬기 채취로
수중 생태계가 파괴되어 낚시나 천렵을 하는 사람이
자취를 감춘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 낚시꾼이 사라진 보성강
뜨거운 햇볕이 쏟아지는 오후 예전의 낚시터에 도착하니
그동안 낚시꾼들이 찾지를 않았는지 풀들이 무성히 자라있지만
아름드리 상수리나무 밑 시원한 그늘과 강가 주변 경관은 변함이 없습니다.
▲ 강바람이 시원한 아름드리 상수리나무 밑 그늘
낚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머리 위에서 내리 쬐는 뙤약볕을 온몸에 받으며 풀을 베고 수초를 제거하는 동안
땀은 비 오듯이 쏟아지고 숨이 막힐 것 같습니다.
▲ 마름으로 뒤 덮인 수면에 낚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마름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해 드문드문 떠다니는 수면 위에 찌를 세우고 나니
서쪽 하늘에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지면서
낮 동안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이던 강물위에는 어둠이 내리고,
파란 하늘의 뭉게구름은 붉게 물들고 있습니다.
▲ 저녁노으로 붉게 물 들어 가고 있는 하얀 뭉게구름
밤새도록 어둠 속 수면 위에서 흔들림 없이 찌불만 반짝이며 서 있던 찌는
아침이 되면서 찌불은 사그라지고, 잠자리만 주위를 맴돌고 있고
아직은 바람이 깨어나지 않았는지 이슬이 맺힌 풀잎 주변에
낮에는 꽃잎을 다물어 초라해 보이던 달맞이꽃이
지난밤에 노랗게 피어 밤새도록 달님과 놀다가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시들지 않고 이슬을 머금은 채 예쁜 모습을 자랑하고 있고,
▲ 아침 이슬을 머금고 있는 달맞이꽃
호젓한 산 아래에는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못 간다지만
피고 지기를 반복하여 100일을 간다는 목백일홍 꽃이
한 여름 폭염 속에서도 진한 분홍 꽃을 화려하게 피우고 있습니다.
▲ 일년초의 백일홍과 구분하기 위해 목백일홍 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밭에는 콩, 깻잎, 도라지, 고추가 잘 자라고 있고,
밭 가장자리에는 단감과 대봉감이 뜨거운 햇살을 밭으며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으며,
▲ 아직은 푸르고 덜 큰 대봉감이 한참 크고 있습니다.
논에는 내일이 입추라 그런지 그동안 강한 햇살을 받은 벼들이
한창 익어가고 있어 이대로 가면 금년 농사도 대풍이 될 것 같은데
“입추에 하늘이 청명하면 만곡이 풍년이라고 여기고,
이날 비가 조금만 내리면 길하고 많이 내리면 벼가 상한다고 여겻으며
천둥이 치면 벼의 수확량이 적다.”는 옛말이 있어
올라오고 있는 태풍 때문에 걱정이 앞섭니다.
▲ 입추를 하루 앞 둔 벼
마지막 날 어스름한 새벽녘
요란한 바람소리에 잠이 깨어 하늘을 쳐다보니 잔뜩 흐려있고,
시커먼 먹구름이 빠르게 이동을 하고 있어
머지않아 이 곳도 태풍 영향권에 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보성강의 어두운 새벽 하늘
오늘 2박 3일 동안 출조에서 빈 살림망으로 돌아갑니다.
풍성한 조과도 올리지 못하고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즐겁습니다.
왜냐구요?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서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고
자연이 주는 넉넉함에서 허전함 마음에 풍성한 행복을 담아왔습니다.
▲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무언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뭉게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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