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닷가 가든 짱뚱어 전골
벌써 여름이 무르익어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6월을 맞는 첫째 주 일요일 아침입니다.
집에서 머지않은 곳에 있는 약수터에 가기위해 문을 나서려고 하는데
아내가 모처럼 함께 집에 있는 날이라서 그런지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지인 부부와 함께 점심을 밖에서 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 가든 정원의 화려한 보라빛 꽃
약수터에서 집으로 돌아오니 12시가 다 되어 갑니다.
부랴부랴 외출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설 때 까지만 해도 장소를 정하지 못하다가
출발하는 차 안에서 시원한 바다 바람과 함께 별미로 짱뚱어탕을 먹기 위해
순천만 하포로 정하고 나서 거의 다와 갈 무렵 입니다.
하포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갑자기 작년 가을에 순천과 벌교 경계인 벌교읍 호동리 바닷가 가든 에서
숭어회와 함께 짱뚱어 전골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생각나서
벌교로 행선지을 바꾸었습니다.
▲ 가든 안의 청사초롱을 닮은 꽃
바다 내음이 물씬 나는 바닷가 가든 들녘은
내일모래가 망종(芒種)으로 예전 같으면 "발등에 오줌 싼다"라고 할 만큼
보리베기와 모내기가 겹치는 일년중 제일 바쁜 시기이지만
벌써 보리베기와 모내기를 마치고 한가하기만 합니다.
▲ 모내기를 마친 호동마을 들녘
가든에 들어서자마자 수족관을 확인해 보니
숭어는 없고 못난 짱뚱어 들이 꼬리를 흔들며 돌아다니고 있어
주인에게 물어보니 숭어 철이 지났다고 합니다.
숭어는 봄철 보리 필 때 잡히는 것을
보리 숭어라 하여 제일로 치고 맛도 있으며,
보리가 피고나면 육질이 퍽퍽해져 개도 안 먹는다고 합니다.
▲ 호동마을 앞 바닷물이 빠진 갯벌
그리고 이 식당의 짱뚱어 요리는 바로 옆 바다 갯벌에서 잡은 짱뚱어를
사용한다는 말에 바다에 나가보니 바닷물이 빠져 들어난 갯벌에서
짱뚱어를 잡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작은 게들만 돌아다니다
인기척에 놀라 죄다 갯벌 구멍으로 순식간에 들어가 버립니다.
▲ 갯벌 구멍으로 도망치는 게
한참을 기다려도 게들은 나오지 않고 방파제로 올라오니
옛날에는 군수도 못 먹을 정도로 귀했으며, 일본인 들이 좋아해서 전부 수출을 했다는
뱀장어를 닮아 몰 길이가 길고 비늘이 없으며 검푸른 자주 빛을 띤
대갱이가 해풍에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습니다.
저걸 북어 패듯이 두들겨서 쫙쫙 찢어서 기름장에 무쳐서
막걸리 한 사발 했으면 하는 생각이 나면서
입안에 가득 찬 침이 꿀떡 넘어 갑니다.
▲ 해풍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대갱이
대갱이 무침에 막걸리 타령을 하다 보니
전골냄비에 갖은 양념과 함께 통째로 넣은 짱뚱어가
부글부글 끓으면서 구수한 냄새가 납니다.
점심때가 한참 지나서 그런지 식욕을 참지 못하고 한 접시를 떠봅니다.
짱뚱어는 클수록 맛있다는데 크기도 하지만
통째로 삶아진 고기를 발라 먹는 재미도 솔솔 하고,
구수하면서도 얼큰하고 감칠맛 나는 국물이 끝내줍니다.
거기다 칠게장과 토하젓, 봄나물에 , 열무김치,
그리고 해풍에 말린 대갱이 무침 등 10여가지 밑반찬들이
시골 식당의 순수하고 정갈한 맛과 함께 더욱 입맛을 돋구어 줍니다.
▲ 짱뚱어 전골과 밑반찬
개구리처럼 두 눈이 툭 튀어나오고,
겨울잠을 잔다하여 잠둥어 라고도 부르는 짱뚱어는
공기호흡에 의하여 육지와 바다를 왔다 갔다 하는데
물속 보다는 갯벌 위에서 종횡무진으로 기어 다니거나 뛰어오르고,
때로는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고 생활을 하는 어종입니다.
짱뚱어는 이름만큼이나 생김새는 특이하게 생겼지만 맛은 일품으로
한번 삶아서 뼈를 발라낸 후에 끓이는 짱뚱어탕, 통째로 끓이는 전골,
소금을 발라서 구어 주는 소금구이가 있습니다.
▲ 별난 생김새 만큼이나 별미를 주는 짱뚱어
청청 갯벌에서 플랑크톤을 먹고사는 짱뚱어는
비린내도 없고 고소하며 담백할 뿐만 아니라
저지방 고단백 자양강장 보양식으로 알려지면서 수요는 크게 늘어난 반면,
매립과 간척으로 인한 갯벌이 사라지고 무분별 하게 남획되는 바람에 수요가 줄어들어
최근에 대량양식을 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다고는 하나
아직은 갯벌에서 긴 장대를 이용한 훌치기낚시로
한 마리씩 잡고 있습니다.
▲ 여수로 가는 길에 들른 농원에서 바라본 장양리 앞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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