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여행을 다녀와서

오동도 앞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해국

소석(笑石) 2012. 2. 2. 10:46

 

오동도에 붉은 동백꽃이 피기 시작하는 11월초

결혼후  처음으로 친정을 방문한 필리핀에 살고 있는 딸과 이란인 사위와 함께 

여수 오동도를 찾았습니다.

 

이란하면 사람들이 살기 힘든 열사의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지역에 따라 차이는 나지만 대체적으로 남부 지역은 더운 열대성 기후,

중앙부는 고온 건조한 사막 기후, 북부지역은 뚜렷한 사계절이 있는 몬순 지역으로

한국과 같이 가을에는 나무 잎에 단풍이 들고 겨울에는 눈도 많이 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비하면

사람이 살고 있는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한 도시를 제외하고는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없는 사막과 고원으로 이루어져 있어 황량하기만 합니다.

 

이에 비하면  여수에 살고 있으면서도  아무 때나 찾아도 늘 새롭기만 하고,

전국에서 여수 하면 오동도를 떠올릴만큼 무한한 사랑을 받고있는  

푸른 바다위에 떠 있는 조그만 섬 오동도를 처음 본 순간 탄성을 지릅니다.

 

   ▲ 오동도 바람골

 

해풍을 맞으며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내려가다

바위틈에서 먼 바다를 응시한 채 그리움이 절절이 묻어난 모습으로 

피어있는 연한 보라색 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무심코 지나치려다 들판에서 자라는 들국화가 바닷가 절벽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 것이 이상하여 가까이 다가가니 쑥부쟁이 같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바닷가에서만 자생한다는 들국화의 하나인 해국(海菊)이라고 합니다.

 

   ▲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해국

 

해국은 여름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여 한겨울인 12월 까지 볼 수 있는 꽃으로

주로 3~4cm 크기의 연한 보라색 꽃을 피우지만 드물게 흰 꽃도 피웁니다.

언뜻 보기에는 쑥부쟁이와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해안가의 식물들이 그러하듯이 잎이 두텁고, 털이 아주 많으며,

잎의 가장자리에 결각이 있어 쉽게 구분이 됩니다.

 

산에는 산국이 있고, 들에는 들국이 있듯이 

바다에는 해국이 바닷가 벼랑이나 바위틈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면서 꽃을 피웁니다.

 

    ▲ 벼랑끝 바위틈에 자라는 해국 

 

바다에서 자라는 국화라는 의미의 해국은 꽃말이 그리움으로 

이런 전설이 있다고 합니다.

 

바닷가에 태어난 젊은 부부가 부모를 일찍 여의고 못 배운 탓으로 대처로 나갔다가

명절날 고향에 왔다가 결혼하여 딸을 낳고 힘들어도 웃으며 행복하게 살던 어느 날

저녁 밥상머리에서 처음으로 말다툼을 하고나서 새벽이 되어 샛바람에 남편이 배를 타고 나갔는데

하루 이틀 사흘, 아내는 어린 딸과 높은 바위에서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리다

큰 너울에 휩쓸려 죽고 말았습니다. 

 

먼 섬 친구를 찾아갔다가 파도가 심해 며칠을 머물다 돌아와 보니 모녀는 사라진 뒤였고,

이듬해 늦가을  높은 바위에 앉아 먼 바다를 쳐다보는데 환하게 웃고 있는 꽃이 있어

다가가니 꽃잎에 아내와 딸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해국은 바닷가 절벽에 눈물에 패인 자국마다 해마다 피어 슬픈 전설을 이야기하는

꽃이 되었다고 합니다.

 

국화과의 다른 꽃들과 달리 남쪽 바닷가 벼랑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세찬 바다바람과 파도에 부대끼면서도 아름다운 보랏빛 꽃을 피워 내는 것을 보면

그 강한 생명력에 감탄이 절로 납니다. 

 

   ▲ 오동도 용굴에서 바라본 등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