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풀섶에 이슬 머금은 강아지풀이
살며시 고개 숙이고 있는 것을 보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강아지풀은 마땅한 장난감이 없던 어린시절
이삭을 떼어 손바닥에 놓고 움직이면 강아지가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보기위해 가지고 놀거나 이삭으로 친구의 코나 귀를 간지르며
놀던 기억이 생각납니다.
야생에서 자라고 있는 풀 중에는
괭이밥, 뱀딸기, 범꼬리, 토끼풀, 쇠뜨기 등과 같이
동물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모양을 닮았거나 그 풀을 잘 먹는 동물의 이름을 따는데
강아지풀도 이삭의 모양이 강아지의 꼬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한자로는 구미초(狗尾草)라 하고,
개꼬리풀, 가라지, 모구초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습니다.
꽃은 여름에 줄기 끝에 녹색 또는 자주색으로 피고 열매는 가을에 영글며
종자는 구황식물로 이용되었다고 하는데,
기근이 들었을 때 쌀이나 보리와 섞어서 밥을 짓거나
씨를 찧어서 개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강아지풀의 꽃말은 동심과 노여움으로,
꽃들은 대개 예부터 내려오는 전설이나 설화가 있게 마련으로
노여움과 관련한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 로마시대 왕의 머리를 깎아주는 이발사가 있었는데
왕자는 평민의 이발사가 왕의 머리를 깎는다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자신은 황금가위로 깎아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황금가위로 머리가 잘 잘라질리가 없어
왕자는 화를 내면서 왕자의 머리카락을 뜯는 불충한 놈이라며
목을 자르겠다고 위협을 하자
내 손으로 죽음을 택하겠다고 가위로 목을 찔렀습니다.
얼마 후 왕이 왕자의 무례함을 전해 듣고 왕자를 불러 크게 꾸짖자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왕자는 이발사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
찾아갔으나 이미 이발사는 죽은 지 오래고,
이발사가 묻힌 무덤가에 작은 풀이 돋아나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이
긴 목을 빼고 어딘지 애처롭게 몸을 흔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풀이 바로 강아지풀 이었다고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잡초지만
하늘을 향해 길고 가느다란 목을 빼고 고개 숙인 강아지풀이
해가 지고 난 후 저녁노을을 온 몸에 받아
또 다른 모습으로 환생하는 순간을 온통 마음을 빼앗긴 채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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