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지식과 상식

수풀 속의 사냥꾼 사마귀

소석(笑石) 2011. 10. 7. 12:45

 

 

사마귀는 사람들이 건드리거나 위협을 느낄 때

여우처럼 생긴 삼각형의 얼굴을 쳐들고 빤히 노려보면서

앞발을 높이 들고 앞날개를 벌려서 방어자세를 취하는 모습에서 섬뜩함을 느낍니다.

 

사마귀를 일상적으로 부르는 말로 버마재비라고 하는데

"범"과 "아재비"가 결합된 이름으로

사마귀가 범(호랑이)의 아재비(아저씨의 낮은말)나 되는 것처럼

무섭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고 합니다.

 

이름처럼 수풀 속에서는 범처럼 날렵하고 사나워

앞발로 움켜쥘 수 있는 어떤 생명체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면

냉큼 잡아 챈 뒤 남김없이 먹어 치운다고 합니다.

 

 

중국의 고사(故事)에 당랑거철(螳螂拒轍) 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사마귀가 앞발을 들고 수레바퀴를 가로 막는다" 는 뜻으로

 

중국의 한시외전(韓時外傳)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춘추시대 제나라 장공이 수레를 타고 사냥터로 가던 도중

웬 벌레 한 마리가 앞발을 도끼처럼 휘두르며 수레바퀴를 칠 듯이 덤벼드는 것을 보았다.

"허 맹랑한 놈이군, 저건 무슨 벌레인고?'

장공이 묻자 수레를 호종하던 신하가 대답했다.

"사마귀라는 벌레이옵니다. 앞으로 나아갈 줄 만 알지 물러설 줄은 모르는 놈 이온데,

제 힘도 생각지 않고 강적에게 마구 덤벼드는 버릇이 있사옵니다."

장공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렇게 말했다.

"저 벌레가 인간이라면 틀림없이 천하무적의 용사가 되었을 것이다.

비록 미물이지만 그 용기가 가상하니 수레를 돌려 피해 가도록 하라"고

명했다고 합니다.

 

이 고사는 일반적인 의미로는 제 분수도 모르고

강한 적에 반하여 덤벼듦을 이르는 말로 쓰이지만,

우리가 취해야 할 점은 참 된 용기와 도전정신을 엿보는 것입니다.

 

사마귀의 암컷은 자기 짝인 수컷을 잡아먹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

암컷은 짝짓기 중에 수컷의 머리를 잡아먹거나

짝짓기 후에 수컷에게 달려들어 먹어버리기도 합니다.

 

이는 암컷이 알을 키우기 위해서는 영양분이 많이 필요 하여,

튼튼한 알을 낳기 위해서는 수컷을 잡아먹어 영양분을 보충해 두어야 합니다.

따라서 수컷은 종족번식을 위해 단 한번의 교미를 한 후

자기 몸을 희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알을 품은 암컷은 9월 말에서 10월 중순 사이에 200~400개의 알을 낳아서

거품으로 알주머니를 만들어 나무 가지나 풀줄기에 붙여놓고,

겨울이 오면 소리 없이 눈에 띄지 않는 곳을 찾아가 홀로 죽음을 맞는다고 합니다.

 

거품으로 된 알주머니에서 겨울을 나고

다음해 5월 말경에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들은 번데기시기를 거치지 않고

바로 어른벌레가 되는 불완전 변태를 합니다.

 

한 번에 수백 마리가 함께 부화한 사마귀는

곁에 있는 형제를 먹어가며 개채수를 줄이고 힘을 기르며,

여기서 살아남은 사마귀는 또다시 목숨을 건 다섯 번의 탈피를 거쳐

완벽한 신체와 날카로운 무기를 갖춘 수풀 속의 사냥꾼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