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낚시 이모저모

10월의 첫 날을 바람에 실려 보내며

소석(笑石) 2011. 10. 6. 13:14

 

 

   ▲ 황금빛으로 갈아 입은 들녘과 은빛 억새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한 달이 되었고,

한 달이 쌓이다 보니 어느덧 10월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늘 그래왔듯이 출조를 앞 둔 날은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연휴 기간 동안 때 이른 추위가 찾아온다는 예보에 지난밤을 뒤척이다

아직도 천지를 분간 할 수 없는 새벽녘 집을 나섭니다.

 

밤사이 뚝 떨어진 기온과 세차게 부는 바람에 마음 한 쪽은 무겁지만

깊어만 가는 가을의 정취를 맘껏 즐길 수 있는 낚시터로 향하는 발걸음은

날씨와 아랑곳없이 가볍기만 합니다.

 

   ▲ 10월의 첫 날 아침해는 떠오르고

 

여름 내내 저수지 수면을 뒤 덮고 성장과 꽃을 피우던  마름이

가을로 접어들면서 수명을 다하고 삭아 내린 자리에 포인트를 정하고 

대를 편성하고 나니

 

점점 높아만 가던 가을 하늘이

따스한 가을빛과 함께 살포시 수면위에 내려앉았습니다.

 

   ▲ 가을빛이 쏟아지는 저수지

 

초가을 수초가 삭아 내린 침수 수초대는 특급 포인트라고 했는데,

주로 평지형 저수지에 많이 자생하고 있는 마름은

여름에는 전 수면을 덮고 있어 낚시하기에 힘이 들지만

 

가을로 접어들면서 일제히 삭아들기 시작하면

아직 남아있는 마름 사이사이에 좋은 포인트가 형성되어도

물색이 갈색으로 변해 있을 경우 마름이 삭으면서 가스가 발생하여 썩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물을 손에 떠서 냄새를 맡았을 때 퀴퀴한 가스냄새가 나지만 않으면

더없이 좋은 포인트입니다. 

 

   ▲ 가을하늘에 가득히 떠있는 양떼구름 

 

왜냐하면 나무의 낙엽이나 갈대, 부들등은 침전되어 썩으면서 장기간 소멸되지 않고,

바닥에 퇴적이 되어 지속적으로 수중에 가스를 발산하여

그 지역은 수중 산소가 부족해 붕어나 수서생물들이 회피하는 장소이나 

 

마름 등 수중 수초의 침전물은 마지막까지 탄소동화작용을 하다가

곧바로 분해가 되면서 녹아 소멸이 되므로

먹잇감과 산소가 풍부해서 좋은 포인트가 됩니다.

 

   ▲ 풍년가를 부르고 싶은 가을 들녘 

 

농촌 들녘의 벼가 누렇게 익어갈 무렵이면

가을철이 아니면 제 맛을 보기 어려운 전어가 뼈가 부드러워지고, 살이 통통하게 올라

전어구이 그 냄새만 맡아도 입안에 침이 고이고 입맛이 동합니다.

 

오죽했으면 전어구이 냄새에 "시집살이 힘들어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

"시집간 딸이 전어구이 냄새를 맡고 친정을 찾는다." 라고 했을까

 

    꽃말이 "어머니의 사랑"인 구절초

 

요즘은 전어의 감칠맛과 고소한 맛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이

전어 굽는 냄새에 집으로 돌아온 며느리가 되어

가을철 전어 열풍에 빠져 한번쯤 먹지 않으면 아니 될 것 같은 기분에 빠지곤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올해는 전어가 어획량 감소로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지난해에 비해 4배가량 폭등해서 금값이라고 합니다.

서민들에게 사랑을 받던 전어가 귀족음식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 꽃말이 "모정"인 왕고들빼기

 

가을철 별미로 입맛을 돋구어주는 전어가 있다면,

 

여름동안 더위에 시달려 쇠약해진 체력을 회복하고 

몸에 원기를 불어 넣어주는 가을 보양식 으로 붕어탕 만한 것이 없습니다.   

 

   ▲ 숲속의 사냥꾼 사마귀

 

옛날부터 붕어는 위를 튼튼하게 해 주고 몸을 보호하는 식품으로 전해지는데

그것은 풍부한 단백질과 지방(불포화 지방) 때문으로

단백질은 소화흡수가 잘 되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지방은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불포화지방으로 구성되어 있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증 같은 혈관 질환에 좋고,

산성 식품이기는 하지만 칼슘과 철분이 많기 때문에

발육기의 어린이나 빈혈이 있는 사람에게 좋으며, 위를 보하고 장을 실하게 한다고 합니다.

 

   ▲ 화려한 색깔이 일품인 각시거미

 

당초 가학지에서 대물을 상면하고자 했던 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수위와 세찬 바람으로 물거품이 되고,

북풍으로부터 자유롭게  낚시를 할 수 있는 지정지로 자리를 잡았지만

 

대를 편성하기도 전부터 잔챙이들이

새우, 떡밥, 참붕어, 지렁이를 가리지않고 입질을 해대는 바람에

오후가 되면서 어깨는 뻐근하고,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 저녁 노을에 물들고 있는 은빛 억새  

 

바람은 아직도 세차게 불고 있고,

"가을 해 작대기도 못 바친다" 는 말 처럼 가을 해는 짧기만 합니다.

저수지 수면 위를 맴돌던  해는 어느새 은빛 억새 갈기에 저녁노을을 남기고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10월의 첫 날, 지루했지만 아쉬움을 남긴 채 그렇게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손놓고 있을 수 없습니다.

오늘 저녁이 남아 있기에

해가 지고 난 어슴푸레한 어둠 속에서 밤낚시 준비를 해 봅니다. 

 

   ▲ 해가 지고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세찬 바람에 출렁이는 억새 

 

초저녁 반짝 조황은 좋았습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쭉~ 올려주는 찌올림 이나 당찬 손맛에

가을 붕어의 진수를 맛보는 시간 이었습니다.

 

중치급 붕어 5~6수를 하고나서 잔챙이 입질이 들어오더니 조용합니다.

덧없이 가을밤은 깊어만 가고 기온이 많이 내려갔는지 한기가 느껴지면서

졸음이 쏟아집니다. 

 

   ▲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입질을 기다려 보지만 - - -

 

오늘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 여명이 밝아 올 무렵

어제보다는 바람이 잦아들자 

가학지 대물의 꿈을 버리지 못한 다혜콩콩.붕어사랑님은 떠나고,

소석.아쭈리님은 조사의 품위를 버리고 잔챙이와 한참을 놀아야 할 것 같습니다.

 

   ▲ 가을은 자꾸 깊어만 가는데, 씨알 좋은 가을붕어는 언제 만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