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산 송귀섭의 붕어낚시
겨울낚시를 위한 조언
욕심을 버리면 겨울철 낚시가 더 재미있다.
송귀섭 (FTV제작위원, 천류 프로스텝, 이노피싱 어드바이저, 체리피시 필드테스터, ‘붕어낚시 첫걸음’ 저자)
예전에 낚시인들은 10월이 가면 추수가 끝난 벌판 끝자락 저수지에서 납회라는 1년 마감행사를 하였습니다. 그러고는 낚시장비를 잘 손질하여 창고에 넣어두고 애타게 꽃이 피고 새가 우는 봄을 기다리면서 겨울을 보냈었지요.
너무 심심하면 낚시점에 모여 점심내기 화투놀이를 하거나 바둑, 장기를 두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요.
그러나 선지자(先知者)들은 이미 70년대에도 남녘의 물낚시, 얼음낚시 등 품위 있게 어울려서 겨울낚시를 하였으며, 겨울을 낚시의 공한기로 보내지 않았습니다.
특히 낚시춘추 1972년 12월호에 한형주 박사(의학박사, 낚시춘추 창간인)의 글을 보면 ‘낚시에 納會는 없다.’고 하였고, ‘살을 에이는 추위 속에서도 기운을 내어 다가서면 다른 계절에는 도시 맛볼 수 없는 겨울낚시의 珍味가 있음을 알게 된다.’고 겨울낚시를 찬양하였습니다.
이렇게 겨울철 낚시도 우리가 욕심을 버리고 다가서면 큰 즐거움을 낚을 수 있으며, 더구나 요즈음처럼 장비와 도구가 잘 갖추어진 상황에서는 더 편안하면서도 큰 재미(즉 珍味)를 맛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겨울철에 벌판으로 나가서 즐거운 낚시를 하기 위한 조언을 해 드리겠습니다.
낚시터는 바다나 사람과 관련이 있는 곳을 택한다.
겨울철의 붕어들은 수온하강으로 인하여 그 활동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니 비록 붕어가 변온동물이라고 하더라도 냉수현상이 극심하게 나타나는 흐르는 물이나 산간계곡지 등은 좋은 장소가 되지 못하지요.
그러므로 수온 변화가 적고 일조량이 많은 바닷가의 수계나 사람의 온기(?)가 있는 마을 앞의 작은 소류지나 논둠벙을 출조지로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바닷가의 수계라고 함은 해안에 접한 수로나 둠벙, 평지형저수지를 말함이며, 이러한 장소는 해양기후 영향에 의해서 한 겨울에도 어느 정도 수온유지가 되면서 추위에 적응한 붕어들이 나름의 취이활동을 하기 때문에 겨울철에도 붕어낚시가 가능한 것입니다.
또한 사람과 관련이 있는 곳이라 함은 마을 앞에 위치하여 생활하수가 일부 흘러들어 유기물이 유입되고 플랑크톤 형성이 활발한 소류지나, 가을까지 농사를 통하여 논밭의 유기물이 유입되고, 일조량이 풍부하여 수온이 유지되는 수로, 둠벙형소류지 등을 말합니다.
이렇게 바다나 사람이 관련되어 있는 낚시터는 사계절 유망한 낚시터이나 특히 겨울철에 그 진가를 발휘하지요. 그러니 그런 곳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물이 따뜻하게 고인 곳을 포인트로 한다.
우리가 낚시를 하면서 중요시 해 왔던 포인트는 물이 흘러드는 골자리였지요. 그러나 겨울철에는 물이 약간만 흘러들어도 좋은 장소가 못됩니다. 흘러드는 물은 외부기온에 의해 냉각된 아주 찬물이므로 그 주변 수온을 하강시켜 냉수현상을 일으켜서 붕어들이 접근을 꺼려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겨울철에는 안정되게 고여 있는 물이 가장 좋은 포인트가 됩니다.
같은 저수지나 수로라고 하더라도 포인트를 분석할 때는 꼭 둑이나 언덕 등으로 북서풍의 바람막이가 되면서 햇볕이 잘 들고, 물이 돌지 않는 안부가 형성된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개의 경우 저수지를 돌아보면 물색이 유별나게 뿌옇게 보이는 곳이 있지요. 다른 곳은 맑은 샘물인데도 유독 특정한 지역이 바닥이 보이지 않고 짙은 물색을 띄고 있다면 그곳은 인접한 다른 지역에 비해서 플랑크톤 형성이 활발한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즉 그 쪽이 수온유지가 된다는 것이지요. 만약에 수온이 급하강 하게 된다면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도 점점 플랑크톤이 소멸되면서 물색이 맑게 변해 버립니다.
수중의 플랑크톤을 잡아먹고 사는 수서곤충들은 이렇게 플랑크톤이 활발하게 형성되는 곳으로 집중이 되고, 플랑크톤과 수서곤충을 먹이로 취하는 붕어들이 이러한 곳으로 찾아들어서 취이활동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먹이사슬의 현상인 것입니다.
그 붕어를 대상으로 낚시를 즐기는 낚시인은 그러한 곳에서 낚시를 구사해야만 겨울붕어를 만나기가 쉽게 되고요.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물이 고인 곳은 물때가 끼기 십상이라서 수초줄기나 바닥의 돌 등을 관찰하여 물때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물때가 많이 끼어 있는 곳은 붕어들이 접근을 꺼려하는 곳이기 때문이지요. 또한 미끼가 함몰되어 버리거나 이물질이 미끼에 묻어서 붕어가 접근을 하더라도 취하기를 꺼리게 되기 때문에 입질을 유도하기가 어렵습니다.
겨울철 미끼로는 지렁이가 명약이다.
그렇다면 겨울미끼로는 어느 것이 유용할까요? 그것은 붕어에게 ‘너 겨울에는 무슨 먹이가 좋으냐?’하고 물어봐야 하겠지요?
그러면 붕어는 아마 ‘동물성 먹이가 좋아요.’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쉽게 소화해서 고단백질을 취할 수 있는 지렁이가 제일이지요.’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겨울철 미끼는 지렁이를 능가하는 것이 없습니다.
‘나는 대어낚시를 구사하므로 절대로 지렁이와는 놀지 않는다.’라고 하거나 ‘나는 깔끔한 콩알낚시를 하므로 지렁이는 휴대자체를 하지 않는다.’라고 한다면 아마 붕어가 눈을 흘기면서 ‘웃기고 있네.’하고 비웃을 것입니다. 적어도 겨울철만은......,
튼튼한 채비와 예민한 채비를 다 갖춰야 한다.
겨울철에는 수초를 공략하는 낚시를 많이 하는 계절입니다. 그러니 튼튼한 채비는 필수이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겨울철 붕어가 아주 민감한 입질을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그러니 아주 예민한 채비가 또 필요합니다.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야 문제가 없겠지만 간단한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이 두 가지를 다 갖추기에는 버겁겠지요?
그래서 자기 취향에 맞는 낚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채비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스스로가 대어낚시를 즐겨 구사한다면 튼튼한 대어낚시채비를 주로 갖추는 것입니다.
반면에 마리 수 손맛을 즐기는 낚시를 구사한다면 주로 예민한 채비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채비가 튼튼한 채비이고, 어떤 채비가 예민한 채비일까요? 따로 규정된 것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튼튼한 채비는 원줄 4호 이상, 목줄 3호 이상, 6g 이상의 고부력찌, 10호 이상의 바늘, 경질낚싯대 등을 갖추는 것을 말함이며, 예민한 채비는 원줄 3호 이하, 목줄 2호 이하, 3g이하의 저부력찌, 7호 이하의 바늘, 중경질이나 연질낚싯대를 갖추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이러한 채비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찌맞춤으로써 튼튼한 채비 시에는 표준찌맞춤 정도가 좋고, 예민한 채비에서는 가벼운찌맞춤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어느 쪽 채비를 준비하든 간에 2대 정도는 근래 들어 많이 활용되는 옥수수슬로프 채비(옥내림채비)를 해서 휴대 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어낚시를 하던, 마리수낚시를 하던 간에 동시에 병행 사용하게 되면 의외의 멋진 입질을 받을 확률이 높아 겨울철의 즐거운 낚시에 보탬이 되기 때문입니다. (옥내림채비에 대해서는 낚시춘추 과월호에 많은 자료가 있습니다.)
집중과 휴식 시간을 적절히 안배하라.
붕어낚시는 밤낚시의 매력이 많은 낚시분야입니다. 특히 찌불의 환상적인 매력은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냥 좋지요.
그러나 겨울철에는 오히려 밤보다는 낮 시간에 이루어지는 낚시가 많습니다. 차가운 밤 시간 보다는 햇볕이 내리쬐어 수온이 상승하는 낮 시간에 붕어의 활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지요. 사람도 포근하고요.
그렇다고 밤에는 통 안 되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 낚싯대에 쌓이는 한 밤중에도 찌가 스멀스멀 올라오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몸이 굳기 쉬운 겨울철 낚시에서는 꼭 집중과 휴식 시간을 잘 안배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만약 밤낚시를 한다면 포인트 여건에 따라서 어느 시간대에 대류에 의한 수온 역전이 되어 붕어가 접근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그 시간대에 집중을 해야만 하는데, 대개의 경우 그 시간은 우리가 지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새벽2~4시 사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질이 없어서 잠깐 자고 나와 보니 온통 채비를 감아놓는 현상이 그때 발생하는 것이지요. 다음이 동이 터서 찌가 어슴푸레 보이는 때부터 해가 찬란하게 산위로 떠오른 시간대입니다. 그렇다면 위의 집중시간을 위해서는 전반야의 적당한 휴식과 교회종소리를 들으면서 취하는 이른 새벽의 짧은 휴식이 필요하겠지요? 참 말로는 쉬우나 낚시터에서 실천하기는 어려운 얘긴데... 그래도 휴식과 집중시간대는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낮낚시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벽부터 낚시를 한다면 위의 아침 시간대가 첫 집중 시간대가 되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해가 떠올라서 수온이 상승한 시간대인 오후 2시를 전 후한 시간대입니다.
하절기 같으면 잔챙이나 잡어극성에 시달릴 시간대이지만 동절기에는 오히려 붕어가 활발해지는 시간대이지요.
그러므로 출조를 고려할 때 우선 밤낚시를 할 것인가, 낮낚시를 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출조를 해야 하는데, 제가 조언한다면 전문적인 밤낚시 장비나 도구가 마련된 상황이 아니라면 구태여 겨울철만은 밤낚시 보다는 낮낚시출조를 권하겠습니다.
무욕의 낚시를 하라.
겨울철 낚시에서 조과에 욕심을 부리는 것은 스스로 낚시 맛을 상실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낚시를 하면서 자연을 즐긴다고 하는 말 중에 가장 적절한 계절이 바로 겨울철이지요.
어쩌면 황량하고 춥기만 할 것 같은 모습의 겨울 벌판으로 나가서 대자연이 주는 시련을 온몸으로 막아내면서 언제인지도 모를 붕어의 다가섬을 기다리는 그 초자연적인 행위.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낚시선비의 모습. 너무나 멋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모든 것이 다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요. 이러한 겨울낚시의 멋과 맛 속에는 입질을 받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함정이 있거든요. 그 함정에 빠지게 되면 겨울철낚시는 참으로 재미없는 낚시가 되고 맙니다.
그러니 겨울철에는 특히 무욕(無慾)의 낚시를 해야만 합니다.
솜 같은 눈송이가 소복이 내리는 밤에, 혹은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면서 갈잎의 속삭임이 귀를 간질이는 품속에서 자연을 호흡하는 멋과 맛, 다 좋은데... 사실 입질은 기대한 만큼 많이 없거든요. 그러니 욕심을 버리고 그냥 겨울낚시의 그 맛만을 취하면 되는 것이지요.
‘살을 에이는 추위 속에서도 기운을 내어 다가서면 다른 계절에는 도시 맛볼 수 없는 겨울낚시의 珍味가 있음을 알게 된다.’ |
바로 이 진미를 찾아서 겨울낚시를 즐기십시오.
욕심을 버리면 겨울철 낚시가 더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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