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흥호
기다리는 아침은 왜 이렇게 더디게 오는지,
새벽녘 겨우 잠들어 두어 시간 남짓 잔 것 같은데
아침이 밝아 오고 있습니다.
출조 날 아침이면 매번 겪는 일이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한참 부산을 떨면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데리러 온다는 다혜콩콩님 전화를 받고 나니
갑작스레 마음이 바빠집니다.
전장에 나가는 군인처럼 모든 준비를 마치고
약속장소에서 잠깐 동안이지만
회원들과 반가운 만남의 시간을 갖고 나서
오늘의 출조 장소인 고흥호로 가고 있습니다.
한 시간 여를 달리다 보니 득량만 바닷길을 막아 만든
2,873m에 이르는 고흥만 방조제가 눈에 들어오고,
얼마나 넓은지 물의 색깔로 봐서는
어느 쪽이 바다인지 호수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 고흥만 방조제
▲ 득량만
▲ 고흥호
푸르다 못해 코발트색을 띠고 있는 바다를 뒤로 하고
초록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갈대가
시원한 바람과 함께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호수로 내려갑니다.
포인트를 정하기 위해 갈대밭으로 가는 길에는
보라색, 분홍색 작약 꽃이 수줍은 듯 고고한 자태로
꽃잎을 활짝 열고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 작약꽃
제방을 따라 잘 발달된 갈대 숲 사이에
포인트를 정하고, 낚시대 8대를 설치하고 나니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집니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흐르던 땀은 금새 식어 바닥으로 떨어지고,
사삭 거리는 갈대숲 사이로 펼쳐진 드넓은 호수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기에 온 목적을 달성한 것 같습니다.
▲ 고흥호 제방
정기 출조 1박 2일 동안
회원들이 편안히 먹고, 마시고, 쉴 수 있는
대형 텐트도 설치했으니
▲ 대형 텐트
건배~
양은 잔에 한 가득 부은 막걸리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나서
물메기찜 한 입 베어 물고 나니
고흥호 용왕님이 부럽지 않습니다.
▲ 건배~
오전 11시 40분경
옥수수, 떡밥, 새우 미끼 중
떡밥은 바닥에 안착하기도 전에 살치가 극성을 떨더니
새우를 달아 놓은 찌에 첫 입질이 들어옵니다.
연달아 7치, 8치 두 마리를 하고 나서
새우 망을 확인해 보니 새우는 한 마리도 없고,
채집망을 건져보니 겨우 1~2마리 정도만 들어 있어
낮 낚시가 난감합니다.
▲ 고흥호 붕어
다혜콩콩님 낚시대 휨새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리저리 요동을 치는 녀석을 뜰채로 간신히 건져 내놓고 보니
새우 미끼를 물고 올라온 잉어새끼 발갱이 입니다.
그후로도 다혜콩콩님은 새우 미끼에 발갱이를 한 마리 더 낚았고,
나도 한 마리를 낚았습니다.
가슴이 철렁했던 순간 이었습니다.
▲ 발갱이도 좋다
오월의 해살이 따갑게 내리쬐지는 정오 무렵
초여름 산들바람이 간간히 지나가고 있는 텐트 안이
무척이나 정겹게 느껴집니다.
집에서 아내가 정성들여 싸준 도시락을
한군데다 모아 놓고 먹다 보니
눈은 즐겁고, 입은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 즐거운 점심 시간
점심을 먹고 나니 바람이 심상치 않습니다.
앞에서 불어오고 있는 거센 강풍에
너울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 낚시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바람 때문에 낚시 할 수 있겠어"
의자에 앉아 보니 파도가 발치까지 밀려오고,
찌도 밀려다니고 있어,
바람이 약해 질 때 까지 잠시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호수
오후 4시경 좀처럼 바람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
6시가 되어야 바람이 약해진다고 합니다.
자연현상에 의한 불가피한 사태로 낚시를 할 수 없으니
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장어구이에 저녁을 일찍 먹기로 합니다.
▲ 노릿노릿한 장어구이
대물이 먹이활동을 하는 초저녁을 노려야 하는데
저녁 7시가 되도록 바람은 멈추지를 않고
애만 태웁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호수만 멍청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이를 두고 진퇴양난(進退兩難)이라고 하지요.
▲ 멈추지 않는 바람 바람 바람
제방을 사이에 두고
호수는 거센 바람에 밀려오는 파도로 거친 반면
고요 속에 잠들어 있는 바다 건너 산등성이 너머로,
오늘의 태양이
저녁노을을 남겨 놓고 뉘엿뉘엿 넘어가다 무었인가를 잊었는지
손톱만큼 남겨두고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 득량만 석양
태양이 남긴 희미한 여명 위로
어둠이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자
제방위의 가로등에 하나 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아직 하늘에는 달도 별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2,873m에 이르는 제방에는
주황색 가로등 불이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 고흥만 방조제 가로등
밤 9시경 바람이 좀 잦아드는 것 같아
8대의 찌 중 4대에 캐미를 달아 어둠 속에 던져 놓고 나니
캐미 불이 현란하게 춤을 춥니다.
바람소리와 갈대 잎들이 의 부딪치며 내는 소리를 음악 삼아
파도를 타면서 놀고 있는 찌들의 격렬한 율동이
춤꾼이 따로 없습니다.
▲ 춤추는 찌불
새벽 3시경
바람은 어느새 잦아들었고,
새벽달이 구름사이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새벽달
새벽시간대도 조황이 별로 입니다.
잔챙이 3마리를 하고나니
새벽 여명이 밝아 오고 있습니다.
▲ 새벽여명
아침이 밝아오자
떡밥은 살치가 극성을 부리고,
새우에는 바닥에서 기어 다니는 새까만 똥고기가
입질도 없이 야금야금 먹어 버립니다.
월척을 낚아 보겠다는 심정으로
밤새도록 새우도 많이 잡아서 망에 넣어 두고,
뜰채도 준비해 두었건만 사용이나 할 수 있을 런지요?
▲ 저 뜰채를 사용 할 수 있을지
오늘 아침도 발갱이 파티를 열고 있습니다.
어제처럼 다혜콩콩님이 시작을 하고,
나는 멋지게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해가 중천으로 가고 있는 시각
철수를 위해 낚시대를 하나 둘 거두고 있는데
입질이 시작되더니 한 대에서만 6~7치급 5마리를 하고 나니
조금은 욕심이 생깁니다.
낚시대 8대중 7대는 거두고
마지막 3.2칸대에 새우를 달고 잠깐 기다리고 있는데
멋지게 찌를 올립니다.
야구는 9회말 2아웃 2스트라이크 3볼 이후까지 봐야 하듯이,
낚시도 마지막 대를 거두어 들 일 때 까지 장담을 못한다는 말처럼
나에게 이런 행운이 오기를 바라면서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챔 질을 해 봅니다.
월척은 월척인데,
앙탈을 부리며 유영을 하는 모습이 어쩐지 이상합니다.
4짜 발갱이 입니다.
▲ 또 발갱이다.
정기 출조 동안
회원들의 손발이 되어주고,
매식을 책임지면서 주방장 노릇을 톡톡히 했던 아쭈리님이
아침나절 잠깐 동안 폭발적인 조황으로 7~9치급 20여수를 낚아서
다어상을 수상 했습니다.
▲ 다어상 살림망
오월도 중순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연녹색 잎들은 하루가 다륵 짙은 초록으로 변해가고 있는 제방에
여름 꽃인 노란 금계국이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 꽃말이 "상쾌한 기분" 인 금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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