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흥호 갈대밭
"멈추어다오, 바람아 멈추어다오"
"아무튼 바람아 부탁해~"
"응~"
"오늘만큼은 제발 성질부리지 말아달라고"
지난 주말 고흥호 에서 열렸던 정기 출조 시
약한 바람이 분다던 일기예보가 보기 좋게 빗나가는 바람에
조황도 분위기도 엉망이 되어서 그런지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어 보면서 가고 있습니다.
오후 5시가 다 되어갈 무렵
가슴이 확 트이면서 끝이 보일 듯 말 듯 한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청정해역 득량만과 겨울 철새들의 보금자리 고흥호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 고흥만방조제
옅은 해무가 낀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가르며
방조제 중간쯤에 오니
제방 너머 짓 푸른 갈대밭 사이로
아침 일찍이 출발한
회원 2명의 파란색 파라솔이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눈에 들어옵니다.
▲ 고흥호
제방 위에서 내려다 본 호수 가장자리는
풀과 갈대만 무성하게 자라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멋진 공간도 있습니다.
갈대 숲 사이 포인트에 대 편성을 마치고
소나무와 아카시아나무 사이에 마련한 그늘에서
막걸리 한 사발에 목을 축이면서
낮 낚시 조황을 물었더니
붕어사랑님이 중치 급으로 20여수 낚았다고 하는 말에
아쭈리님이 못 믿겠다는 눈치입니다.
▲ 소나무와 아카시아나무 숲
바람 불어 좋은 날!
붕어사랑님의 미소 속에도,
살림망에도 붕어 꽃이 피었습니다.
▲ 이 기분 알랑가 몰라
오늘도 정오가 지나면서
잔잔한 호수에 불기 시작한 바람은
물결이 일렁이고 있어 찌 놀림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로지 새우 미끼에만 입질을 보인다는데
채집망을 확인해 보니 겨우 5~6마리가 꿈틀 거리고 있어
8대중 4대에만 새우를 달아 던져 놓고 기다립니다.
해가 서산으로 많이 기운 6시 20분경
3.0칸 대에 입질이 들어오면서
챔 질과 동시에 7치 급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니
오늘 밤낚시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7치급 붕어
호수에 어둠이 내리자
제방의 가로등은 하나둘 불이 들어오면서
밤을 환하게 밝힐 준비하고 있고,
제방 아래는 꾼들이
오늘 밤 대물을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 제방 가로등에 불이 들어 오고
이제는 어둠이 호수를 완전히 삼켜버리고,
바람도 잠자러 갔는지 적막감이 감도는 깜깜한 수면 위에
캐미 불만 깜박거리며 춤을 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수 가에 덩그렇게 남은 꾼들은
깜박거리는 캐미 불에 의지 한 채,
보이지 않는 물속의 붕어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그 모습도 상상해 봅니다.
▲ 춤추는 캐미불
오랜 기다림에 지쳤는지
호수를 삼켜 버릴 듯이 입을 크게 버리고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는데,
갈대 사이에서 깜박거리던 캐미 불이
움찔 거리다 조용해지더니
다시 2~3마디 올리기를 반복 하다 주 욱 올립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한밤의 찌 맛 입니다.
챔 질에 이어 어둠속 정적을 깨트리고
수면을 가르며 철퍼덕 거리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월척에 못 미치는 9치 급 입니다.
▲ 9치급 붕어
삼라만상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도
목적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깨어있는 꾼들이
몸도 마음도 지쳐 가는지
야식이라도 먹고 원기를 보충하기 위해 모여 듭니다.
초저녁 시간대에 입질이 활발했는지
월척 붕어는 나오지 않았지만 몇 수씩 하고,
새우 미끼에 잉어도 낚은 것 같습니다.
자정이 넘어 가자
언제 들어 올 줄 모르는 단 한 번의 입질에
대물을 만날 수 있는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야식을 서둘러 마치고 자리로 돌아갑니다.
▲ 환상적인 가로등
오늘은 음력 사월 스무 이렛날
어슴푸레한 빛이 어둠 사이에 스며들고 있는 새벽 5시경
왠지 으스스한 시커먼 먹구름 사이로
그믐달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그믐달은 음력 27~28일경
새벽에 떠서 오후에 지는 달로
동쪽 하늘에 잠시 보였다가
해가 뜨면 곧 여명 속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으며,
이와 반대로 초승달은 음력 3~4일경
아침에 떠서 저녁에 지는 달로
해질 무렵 서쪽 하늘에 보이기 시작 했다가 금방 진다고 합니다.
▲ 새벽녘 동쪽 하늘에 나타난 그믐달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이
먹구름이 잔뜩 끼여 찌 뿌리고 있던 하늘이
새벽 여명과 함께 점차 맑아지면서
한 폭의 그림 같은 호수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것도 잠시 잠깐이었습니다.
다시 바람이 불면서 물결이 출렁거리자
이 아름다운 광경을 미동도 않고 멍하니 바라보다
후~ 하고 한숨을 쉬어 봅니다.
▲ 고흥호 아침 풍경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먹구름 사이로
아침 해가 살포시 얼굴을 내밀자
이에 화답이나 하는 듯이 갈대 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이 한 줄기 빛이
다시 불고 있는 바람을 잠재울 수만 있다면
우리 모두가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 같은데- - -
▲ 일출
화가 많이 났습니다.
바늘이 바닥에 걸려 꼼짝을 하지 않는 낚시 대를 바라보면서
"지금 몇 번째야"
낚시 대를 밟아버릴 기세입니다.
▲ 화가 난 다혜콩콩님
찌를 바라보는 눈이 심상치 않습니다.
대물과 상면을 위해
자정이 훨씬 넘도록 자리를 지켰지만
입질 한번 받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이제야 일어나
아침 낚시를 하고 있는데
웬일인지 금방이라도 "월척 이다" 하면서 일어 날 것만 같습니다.
▲ 눈빛이 심상치 않는 아쭈리님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싱싱한 새우로 미끼를 부지런히 교체해 주면서
행여나 하면서 기대를 가졌었는데,
출렁이는 물결이 바위에 부딪쳐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산산이 부서져
정면으로 튀어 오르자
새벽 3시 20분경에 일어나
입질 한 번 받지 못했어도
실망을 하거나 포기를 하지 않았는데
마침내 부서지는 물결처럼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 점점 거세지는 물결
요란스럽게 출렁이는 호수를 뒤로하고
갈대 숲 사이를 빠져 나오는데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꽃을 피운 노란 야생화가
"화내지 말고 웃어요" 하는 듯이 배시시 웃습니다.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쪼끄맣고 앙증맞은 노란 꽃을 한참 바라보다가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못한다."는 말을 떠올리면서
나도 모르게 "피식" 하고 웃고 말았습니다.
▲ 바위 사이에 핀 야생화
소나무 숲 사이에 설치한 텐트 주변에서
아쭈리님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아침을 준비 하는 것 같습니다.
정성스럽게 차린 아침으로
배는 고픈 것 같은데 입맛이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낚시하기에 딱 좋은 시간인데"
"낚시 대를 접어야해, 말아야해" 를 걱정하고 있느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붕어사랑님은
아침 시간동안 바람이 불면서
찌 올림도 한결 시원스럽게 올려주어 7수나 했는데
새우가 없어 더 못 낚았다고 합니다.
▲ 여름철 맞춤형 쉼터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정면에서 불고 있는 바람 때문에
아침 낚시를 위해 밤새도록 새우를 잡아 넣어둔 채집망은
성난 물결이 밀려 올 때마다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고,
낚시대를 건져 올려 보지만
어제부터 밑 걸림이 심했던 자리였는데
바늘이 물결에 밀려다니다 갈대나 돌에 야물게 걸렸는지
낚시 대를 잡아당기다
대는 부러지고, 바늘도 부러지고,
끊어진 줄에 매달린 찌는 눈앞에서 둥둥 떠다니는 등
손도 쓰지 못 한 채 처참하게 무너져 내립니다.
▲ 처참한 몰골이 된 자리
즐겁고 행복한 미소와 함께
갈대숲 사이를 헤치며 나오는 발걸음이
저렇게 당당 할 수 있습니까?
낚시꾼의 허풍은 알아준다는데
대충 눈짐작으로 볼 때
믿거나 말거나
중치 급에서 월척 급 까지 30~40여수는 될 것 같습니다.
▲ 붕어사랑님 저리도 좋을까?
▲ 붕어사랑님 살림망
▲ 소석 살림망
올 때가 있으면
반드시 갈 때가 있는 것인데
가는 길은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 - -
▲ 철수중인 아쭈리님
▲ 철수중인 붕어사랑님
▲ 철수중인 다혜콩콩님
가시돋힌 잎사귀와 줄기를 가지고
여름이면 보라색 꽃을 피우는 엉겅퀴는
스코틀랜드의 국화 입니다.
스칸디나비아의 바이킹들이 스코틀랜드를 침입 했는데
바이킹의 척후병이 몰래 스코틀랜드 병영을 염탐하다가
실수로 넘어져서 엉겅퀴 가시에 찔려서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발각되어 바이킹의 침입이 수포로 돌아갔다 하여
엉겅퀴는 스코틀랜드를 지키는
일등공신이 되어서
국화가 되었다고 합니다.
▲ 꽃말이 "엄격" 이라는 엉겅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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