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흥 거군지 해돋이
월척!!
만나면 좋은 친구,
안 만나면 더 좋은 친구,
오늘에 만족하지 않고, 다음을 기다리며 꿈을 꾸기 때문입니다.
새해 첫 출조(1월 4일)라서 그런지
눈을 반짝이게 하는 희망의 빛을 찾아
새벽어둠을 깨우며 고흥 거군지에 도착하니
붉은 여명이 회색빛 어둠속에서 피어나고 있습니다.
▲ 거군지 새벽 여명
찬 기운이 서린 저수지는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물색을 보이고 있어
다른 때 같으면 망설일 법도 하지만,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갈대밭 사이에 포인트를 정하고 대를 편성하는데
눈부신 아침 해가 갈대밭 너머로 떠오릅니다.
▲ 갈대밭 포인트
아침 햇살은 퍼져 나가고 있지만
좀처럼 기온은 오르지 않고,
찌마저도 얼어붙었는지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건너편 산 밑에 있는 낚시꾼이 철수를 하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 밤낚시에 전혀 입질이 없었다고 하더니
결국은 마음을 접는 모양입니다.
▲ 산 밑 포인트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싶은 마음이 연기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그렇지만 옥수수 미끼에 입질을 한번 받았고,
내 옆에 자리한 다른 조사는 지렁이 미끼에 7치 급을 한 수 한 것을 보니
10시가 되도록 결정을 할 수 없습니다.
거군지는 1월 말에서 2월 초에 폭발적인 조황을 보이는 곳으로
지난 주 내내 날씨가 포근해서 좀 일찍 찾았더니
물색은 맑고, 입질은 없고, 거기다 찬바람 까지 불고 있어
고흥지역 겨울 포인트를 떠올리다 조성 수로로 가기로 합니다.
▲ 거울 같이 맑은 거군지
"워매 많이도 왔네!"
수로를 따라 둑 위에는 타고 온 차량들이,
둑 밑에는 꾼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겨울 붕어를 만나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꾼들이 다녀갔는지
수로 언저리 바닥이 반들반들 합니다.
▲ 조성 수로 제방에 주차된 차량들
사각사각~
조성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억샌 해풍에
갈대가 흔들리며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대를 편성합니다.
수로 제방으로는 낚시꾼들이 탄 차량들이 연신 오고가면서
때로는 차에서 내려 조황을 묻기도 하고,
이곳에서 경험이 많은 조사들은 살짝 조언을 해 주기도 합니다.
▲ 조성 수로
어느 곳이든 찌만 세울 수 있다면 포인트입니다.
수로 건너편 사람 키보다 더 높이 자란 갈대 밑동에
긴 대(3.6칸, 3.2칸) 4대를 편성하고 있는데,
다혜콩콩님 희색이 만연합니다.
세 번째 낚시대를 펴는 도중에 첫 번째 낚시대에서
9치 급을 낚았습니다.
▲ 9치급을 낚은 다혜콩콩님
얼마 후
거군지 에서 얼었던 몸이 서서히 풀리는지
온몸이 나른해지면서 절로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야생초님도 8치 급을 낚고 나서 자랑을 합니다.
보이지 않는 물속의
알 수 없는 붕어의 마음,
이 녀석들이 어디서 놀고 있을까?
▲ 좁은 수로에 자리한 야생초님
찌야~ 찌야~ 솟아라!
갈대 한 마디만도 못한 찌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외쳐봅니다.
저 갈대 밑동 바로 앞에 서있는 찌들 중
어느 하나가 금방이라도 솟아오를 것만 같은데
오리무중(五里霧中)입니다.
▲ 찌야~ 찌야~ 솟아라!
눈이 반짝입니다.
한 마디정도 올라오던 찌가 멈칫하더니
살짜기 옆으로 끌려갑니다.
어쭈 요 녀석 봐라!
챔질에 이어 낚시대 끝에서 전해져 오는 손맛이
힘깨나 쓰는 것 같더니 7치급 입니다.
▲ 7치급 수로 붕어
다헤콩콩님 신이 났습니다.
연신 낚시대에 손이 오르내리며 6~7치급 몇 수를 하고 나더니
이번에는 월척급 입니다.
새해 첫 출조 부터
어복이 충만한 것 같습니다.
▲ 갈대 이삭에 앉아있는 박새
보리가 파릇파릇하게 자라고 있는 들녘과
갈색으로 변해버린 갈대밭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지만,
해가 넘어갈 무렵의 입질을 기대하고 있는지,
아니면 밤낚시를 준비하고 있는지,
많은 낚시꾼들이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
▲ 조성 들녘
꿈꾸었던 월척은
준척에 머물러 아쉽기는 하지만
반나절 동안 성과 치고는 제법 쏠쏠합니다.
다혜콩콩님은 월척에 0.3cm가 부족한 준척 등 9수,
야생초님은 8치급 등 3수,
소석은 7치급 2수로 체면치례를 했습니다.
▲ 조성 수로에서 낚은 겨울 붕어
매일 뜨고 지는 태양이지만
고흥 거군지 에서 힘차게 떠오른 해가
조성 수로에서 불타는 저녁노을을 남기고 서산으로 넘어 가자,
"만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온다." 는 말처럼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길고도 짧았던 오늘 하루를 마감합니다.
▲ 불타는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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