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조행기

지정지, 비오고 바람 불어도 좋았던 날

소석(笑石) 2014. 4. 1. 12:57

 

   ▲ 장흥 지정지의 선물

 

이번 주말은 우중 출조 입니다.

새벽녘부터 내리던 제법 강한 바람을 동반한 빗줄기는

굵어졌다 가늘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오후 5시경 출발할 때까지 내리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집에서 편안한 주말을 보내고 싶은데

비가 오고 바람 불어도 갈 수만 있다면 가자는 아쭈리님의 말에

나(소석), 그리고 야생초님과 함께

우중에도 불구하고 장흥 지정지로 출발 합니다.

 

약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세찬  바람이 수면을 휘몰아치고 있는 저수지에 도착하니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동쪽 제방과 산 밑에 몇 분의 조사가 눈에 들어옵니다. 

 

   ▲ 먹구름이 점령해버린 지정지

 

우리가 예상하고 있던 포인트는

오늘같이 북서풍이 불 때는 안성맞춤인 자리이며,

이 저수지의 대물 터 중 한곳으로

다행히도 빈자리로 유지한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중충한 날씨 탓인지 어둠은 빨리 내리고,

헤드라이트에 의지한 채 4대째 낚시대를 펴고 있는데,

7시 50분경 아쭈리님이 대물을 걸었는지

앙탈을 부리는 "첨벙첨벙" 물소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대 편성을 하는 중이라 

대물을 맞이할 뜰채도 펴 놓지 않았는데,

갑자기 대물이 입질을 한 것으로

간신해 물속에서 끌어 내놓고 보니 38cm는 족히 될 것 같습니다.

 

   ▲ 대물과 사투를 벌이고 나서

 

아쭈리님의 대물소동에 이어

야생초님의 자리 선정을 잘못해서 대편성이 늦어지는 바람에

저녁 9시경 늦은 저녁을 먹습니다.

 

아내의 온기가 담긴 따뜻한 도시락,

초콜릿 보다 더 달콤한 막걸리,

그리고 대물을 기다리는 즐거움,

훈훈한 텐트 안 분위기가 무르익어 갑니다.

 

   ▲ 지정지 맘에 안들어 - - -  

 

   ▲  아내표 도시락

 

밤새도록 약한 비와 바람 속에서 시달리며

연안 갈대밭에서는 붕어들이 마지막  산란을 하는지  

철퍼덕 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잔챙이 몇 수를 하고 나니

어느새 12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12시 50분경, 2.8칸 연질대에 입질이 들어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챔질을 했는데

힘깨나 쓰는 걸 보니 월척은 될 것 같다는 감이 전해지면서

뜰채로 안전하게 끌어 내놓고 보니 월척급 입니다.

 

그러고 나서 한 시경

아쭈리님이 또 일을 냈습니다.

이번 붕어는 처음 것 보다 조금 작지만 36cm쯤 된다고 합니다.  

  

   ▲ 은빛 비늘이 반짝이는 월척급 붕어

 

다음날 새벽 6시경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시컴한 하늘 아래

새 찬 바람이 어지럽게 불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릿수 낚시를 하기로 하고,

낚시대 8대를 가벼운 찌맞춤으로 바꿔서

바늘에 떡밥을 달아 투척하고 나니 입질이 들어옵니다.

 

   ▲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새벽바람

 

어제부터 점령군처럼 하늘을 뒤덮은

시커먼 먹구름 사이로 아침 햇살이 반짝 비칠 때까지

정신없이 쏟아지는 소나기 입질에

앉았다, 일어나기를 수십 번 반복하고 나니 짜증이 날 법도 하지만  

 

얼마나 잔챙이들이 많은지

눈, 배, 지느러미에 바늘이 걸려 올라오다

심지어는 두 마리가 한꺼번에 올라오는 붕어를 보면서

오랜만에 웃어도 봅니다.  

 

 

 

 

   ▲ 반가운 아침 햇살

  

개나리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진달래꽃이 화려하게 피는 무렵에 찾아오는

산란기 특수를 노리기 위해 세분이 동참을 했습니다.

 

먼저 새벽에 구례에서 지인 한 분이,

아침에 둠벙님과 화양님이 오셨습니다. 

 

   ▲ 화양님과 둠벙님

 

천관산 아래 지정지 들녘의 청 보리밭에

보리이삭이 삐쭉삐쭉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걸 보니

머지않아 봄바람에 출렁이는

풋풋한 보리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침 하늘은 잔뜩 찌푸려있지만

보리 이삭이 패고 있는 푸른 청 보리밭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느새 내 마음도 싱그러움이 가득 찬 아침이 되고 있습니다. 

 

   ▲ 청 보리밭

 

하늘을 점령했던 먹구름은 물러가고

푸른 하늘에서  따스한 봄 햇살이 쏟아지자

태공들이 활기를 띠기 시작 합니다.

 

포인트 선정을 잘못해서

밤새도록 맞바람과 밑 걸림이 심해 애를 먹었던

야생초님도 준척 한 수를 했습니다.

  

   ▲ 구레님과 야생초님

 

제방 둑을 따라 자생하고 있는 민들레도

노랑 꽃잎과 하얀 꽃잎을 열고

벌과 나비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 노랑민들레와 흰민들레 그리고 민들레 홀씨 

 

봄 산란기를 맞아

지정지 붕어들의 먹이활동이 활발해 지자

조황이 좋다는 입소문을 듣고 태공들이 많이 찾아 왔습니다. 

 

제방 뚝 아래는

태공들이 타고 온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차해 있는 것을 보니 실감이 납니다.

  

   ▲ 태공들이 타고온 차량들

 

그리고 보트 낚시꾼들도

평소에는 1~2대나 떠있던 낚시보트가

오늘은 5척이나 떠있습니다. 

 

   ▲ 낚시보트들

 

"고기를 살리는 망" 이라는 살림방

저 살림망을 다 채우면 몇 kg이나 될까?

몇날 며칠을 잡으면 가득  채울 수 있을까?

 

1박 2일 동안

부지런히 붕어를 낚아서 넣어 둔  

보이지 않는 물속에 잠겨있는 살림망이 궁금합니다. 

 

   ▲ 살림망이 궁금해?

 

오전에 붕어가 물지 않는다고

투덜대시던 둠벙님이

야생초님과 드신 막걸리 한 사발에 약효가 있었는지

바로 월척을 낚는 기쁨을 누리시더니

 

오후에도

막걸리 한 사발을 드신 후 바로 월척을 외칩니다.

맛과 멋이 있는 둠벙님!!  

  

   ▲ 둠벙님 축하합니다.

 

밤에 낚은 붕어는

낮보다 크게 보이는 것은 사실 이지만

4짜는 무리고 38cm는 충분히 넘어 보였습니다.

 

철수 준비를 마치고 계측 결과

35.8cm, 36.5cm로

밤사이에 살림망에 꼬리가 1cm 이상 닳았습니다. 

 

   ▲ 아쭈리님이 낚은 35.8cm 붕어 

 

   ▲ 아쭈리님이 낚은 36.5cm 붕어 

 

   ▲ 소석 살림망(5치~9치까지 70여수) 

 

   ▲ 계측을 하고 나서

 

꽃말이 봄 처녀인 산자고(山慈姑)꽃,

꽃대보다 꽃이 커서 옆으로 너부러져 피는 꽃으로

잎의 모습이 무릇과 비슷하고,

꽃잎에 붉은 빛의 무늬가 있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등창을 치료해 준

"고부간의 아름다운 사랑의 전설을 담고 있는 식물"로

까지무릇이라고도 부릅니다.

 

하얀 꽃잎에 자주빛 줄무늬가 있는 청초하고 다소곳한 자태가

며느리 약을 구하기 위해 온 산을 헤매다가

가시에 찔려 흘린 피가 배어 나온

시어머니의 하얀 옷이 생각나게하는 꽃입니다.

 

 

   ▲ 산자고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