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촉촉이 내리고 난 양지쪽 언덕배기에
보일 듯 말듯 한 자주색 줄무늬가 들어간 하얀 꽃잎에
봄 햇살을 가득 담은 산자고(山慈姑) 꽃이
꽃대보다 꽃이 커서 그런지 옆으로 너부러져
뽀얀 우유 빛 속살을 드러내놓은 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길손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산자고 꽃은 3~4월에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양지바른 풀밭에서 볼 수 있으며,
연하여 휘어지기 쉬운 20cm 정도 되는 꽃대 위로
자주색 줄무늬가 들어가 있는 하얀 꽃을 한 송이씩 피는데,
햇빛을 좋아해서
이른 아침이나 오후에는 꽃잎을 연 모습을 볼 수 없으며,
흐리거나 비가 와서 빛이 없는 날에는
하루 종일 꽃잎을 열지 않는다고 합니다.
"봄 처녀"라는 꽃말을 가진 산자고는
봄 햇살이 반짝 반짝 빛나는 들판으로 나물 캐러 나온 봄 처녀가
붉은 빛을 머금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이름도 순수한 우리말인 "까치 무릇"을 가지고 있는데
잎의 모습이 무릇과 비슷하고, 알록달록한 꽃이
까치를 닮았다하여 부르는 이름으로,
한자어인 "산자고" 보다는 우리말인 "까치 무릇"이 훨씬 정겹습니다.
산자고(山慈姑) 꽃에는
고부간의 아름다운 사랑이 담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가 등창으로 고통의 날을 보내자
어느 날 시어머니는 며느리 등창을 치료할 약제를 찾아 산 속을 헤매다가
양지바른 산등성이에 별처럼 예쁘게 핀 작은 꽃이 눈에 띄었는데
꽃이 피기에는 좀 이른 계절이라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그 꽃 속에서 며느리의 등창에 난 상처가 떠올라
그 뿌리를 캐어다가 으깨어 며느리의 등창에 붙여주자
흘러내리던 고름도 없어지고
며느리를 괴롭히던 상처도 며칠 만에 감쪽같이 치료되었다고 하여,
이 꽃을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등창을 치료해 준
"산에 사는 자애로운 시어머니"라는 뜻이 담겨져 있는
"산자고(山慈姑)"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들꽃에 얽힌 사위와 며느리 이야기 중에
장모의 사위에 대한 사랑이 담긴 "사위질빵",
시아버지의 며느리 사랑이 담긴 "며느리배꼽"이 있지만
예로부터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구박대상이여서
시어머니의 며느리에 대해 심술을 부린
"며느리밥풀", "며느리밑씻개"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시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산자고" 도 있습니다.
자애로운 시어머니를 닮은 산자고꽃,
이 땅의 모든 며느리들로 부터
사랑받지 않을 수 없는 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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