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풋풋한 꽃향기기 납니다.
여학생들의 깔깔거리며 웃는 청순한 웃음소리에 묻어서
싱그러운 바람에 실려 온
꽃향기가 온 몸을 휘감습니다.
교정에 들어서자
아침 햇살이 퍼지고 있는 연녹색 잎 사이로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연보라 빛 등나무 꽃과 꽃을 넘나들고 있는
꿀벌들이 앵앵거리며 부지런히 꿀을 퍼 나르고 있습니다.
꿀벌들의 밀원인 등나무 꽃은
라일락 향기와 비슷할 뿐만 아니라
그 향도 라일락처럼 사방 30미터까지 퍼지며,
성질은 차고 신맛이 나는 꽃차는
기운을 잘 소통시키는 효능이 있어
근육통, 관절염에 좋고, 부인병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칡과 등나무라는 뜻을 가진
갈등(葛藤)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이는 서로 복잡하게 뒤얽혀 화합하지 못함을 비유하는
칡의 갈(葛)과 등나무의 등(藤)이 합쳐서 만들어진 한자어로,
칡은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가기에
서로 부딪치는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꽃들은 슬픈 전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사랑에 취하다"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등나무 꽃도
아름답고 애달픈 전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주시 현곡면 오류리에 있는 용등이라는
늙은 등나무 두 그루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로,
신라 때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예쁜 자매가 한 청년을 사모하게 되었는데,
그 청년이 전쟁터에 나가 전사 했다는 소문에
충격과 슬픔을 견디다 못해 자매가 얼싸안고 연못에 빠져 죽자
그 넋이 한 나무처럼 엉켜 자라 등나무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 뒤에 청년은 죽지 않고 돌아와 자매의 사연을 듣고
역시 연못에 몸을 던져서 팽나무로 환생해
서로 얼싸안은 듯 휘감고 수 백 년을 자라 왔다고 합니다.
이런 전설 때문에 이 용등나무 잎을 베개 속에 넣거나
삶아서 물을 마시면 부부간의 금실이 좋아진다고 하여
이 나무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꽃과 향기
그리고 여름에 뙤약볕을 막아주는 그늘을 제공해 주는
등나무 아래 벤치에 누워 꽃향기를 듬뿍 마시며 한숨을 자고 나면
온 몸이 가뿐해 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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