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계매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겨울을 탓하면서
날이 풀리기를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기다리다 보니
이번 주는 주중 내내 날씨가 좋더니 주말까지 이어집니다.
오늘은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대설이라지만
눈비 소식은 없고, 바람마저 약하게 불어주고 있어
따뜻한 겨울 햇살이 가득한 물가에 앉아
모처럼 포근한 날씨 속에서 겨울철 물 낚시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수에서 새벽 5시 30분경 출발한 우리 일행이
차가운 새벽공기를 가르며 고흥 대분지에 도착하여
자리를 정하고 장비를 이동하고 나니
저수지에 새벽 여명이 살며시 물러나면서 아침 햇살이 깃들고 있습니다.
▲ 고흥 대분지
아침 햇살이 가득히 내려앉은 뗏장 수초에는
2.4칸대 2대에 지렁이 미끼를,
4대(3.2칸 2, 3.0칸 2)에는 옥수수를 달아 찌를 세우고 나서
내심은 뗏장수초에서
월척이 입질을 해주기를 바라면서
겨울 아침 따스한 햇살을 즐겨봅니다.
▲ 뗏장 수초밭에 찌를 세우고
얼마 후 반가운 입질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입질이 가볍고 방정스러운 것이 잔챙이들이 설치는지
좀처럼 바늘에 걸리지 않고 헛챔질만 합니다.
몇 번의 챔 질 끝에 한 녀석이 걸린 것 같은데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그려,
한 녀석은 아가미에, 한 녀석은 배에 바늘이 걸려 나옵니다.
▲ 배에 바늘이 걸려 나온 붕애
기다리고 기다렸던 모처럼 만의 출조 인데
오전 내내 잔챙이와 씨름을 하고 나니
이곳에서 1박 2일을 허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점심을 서둘러 먹고 다른 곳으로 이동을 결정합니다.
먼저 겨울철 포인트로 알려진 보성 감동지를 찾았으나
물이 많이 빠져 연안 쪽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제방 쪽은 경사가 심해 낚시를 할 수가 없습니다.
다음은 고흥 마복산 아래 있는 세동지 수로 둠벙에 도착하니
갈대가 처참하게 수몰된 곳에서 현지인 2명이 낚시를 하고 있어
인근에 있는 세동지를 찾았으나
물색이 어찌나 투명한지 찬바람이 쌩하고 붑니다.
▲ 세동지 수로 둠벙
▲ 마복산 아래 세동지
마지막으로 고흥 계매지로 향합니다.
예전에는 4짜 붕어가 곳 잘 낚이는 곳으로 유명 했으나
블루길의 번성과 여름철이면 무성한 마름수초로
낚시꾼들의 발길이 뜸했지만,
최근들어 블루길의 개채수가 감소하고 있어
마름수초가 삭아드는 가을철부터 시즌이 시작되면서
옥수수 미끼에 월척은 물론 4짜도 낚인다고 합니다.
오후 4시경 계매지에 도착하여
무너미 쪽 제방 뗏장 수초대 좌 쪽에는 다혜콩콩님이
오른쪽에서 소석이 둥지를 틀었습니다.
▲ 고흥 계매지
뗏장 수초 대를 따라
8대(3.6칸 2대, 3.2칸 4대, 3.0칸 2대)를 편성 하고 나니
해가 서쪽으로 뉘였뉘였 넘어가고 있습니다.
낚시 대를 펴자마자
밤낚시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 되어
파라솔 텐트를 쳐야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있는데
3.6칸대 찌가 고물거리자
갑자기 몸이 경직되면서 신경이 곤두서고,
찌가 시야에서 사라지려는 순간 챔 질을 하자
묵직한 중량감과 함께 물을 박차면서 앙탈부리는 소리가 월척급 입니다.
▲ 해질녁 낚은 월척급 붕어
해질 무렵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초저녁,
8개의 캐미 불을 바라보며 잔뜩 기대를 했지만
3번의 입질에서 너무 빠른 챔질에 헛챔질만 하고 말았습니다.
초승달은 서산에 걸려 있고,
수많은 별들이 차갑게 빛을 발하고 있는 늦은 밤이지만
낮 동안 포근했던 날씨에다 바람 한 점 없어 그런지
파라솔 텐트도 치지 않고 난로만 피웠는데 별로 춥지를 않습니다.
▲ 8개의 캐미 불을 밝히고
새벽 6시라고 하지만
오늘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 여명이 나타나려면
아직도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 깜깜한 밤입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텐트에서 나오니
새벽공기가 차갑지 않고 상쾌하게 느껴지면서
감미로운 향이 가득한 따끈따끈한 커피 생각이 납니다.
지난밤에 서리가 하얗게 내렸습니다.
헤드라이트를 낚시 대에 비춰보니
불빛에 반사된 서리가 반짝반짝 거립니다.
▲ 서리가 하얗게 내려 앉은 낚시대
새벽 여명이 붉으스레 밝아오자
저수지에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면서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새벽풍경에 취해
찌들이 춤을 출 것 같기도 한데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아침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 계매지의 새벽 여명
▲ 보는 사람은 낭만적인 보트 낚시
▲ 새벽 물안개
▲ 하얗게 내려 앉은 서리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갈 길을 재촉하는 무심한 해가 떠오르자
매번 바라보는 일출이지만 오늘은 다른 느낌입니다.
이제 강아지풀에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도
보석처럼 반짝이다 물방울이 되어 땅으로 떨어지면 철수를 해야 하는데
입질 한번 받지 못한 마음은 허전하기만 합니다.
▲ 계매지 일출
▲ 강아지풀에 매달린 보석
어디서 된장국을 끓이는 냄새가 코 끗을 자극합니다.
다혜콩콩님이 아침밥을 먹자는 소리에 갔더니
구수한 시래기 된장국을 끓여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향 냄새가 물씬 나는 된장국에 아침밥을 먹고 나서 그런지
눈앞에 펼쳐진 추수가 끝난 황량한 들판 너머 시골마을 풍경이
무척이나 한가롭고 행복해 보이는가하면
어디를 저렇게 바쁘게 가는지
저수지를 가로질러 종종거리며 가고 있는 물오리 모습에서
잠깐이나마 지난밤의 피로를 잊어 봅니다.
▲ 전형적인 농촌 마을
▲ 어디론가 바쁘게 가는 물오리
눈앞에 아른거리는 저 곳을 바라보며
낚시 대를 접으려고 하니
손이 더듬거립니다.
▲ 낚시대를 접고 있는 다혜콩콩님
삭아서 말라비틀어진 풀밭이지만
새하얀 서리로 융단을 깔고 누워있는 토종붕어는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 계측결과 29.8cm
겨울이 깊어져 가고 있습니다.
12월이 가기 전에 얼음이 얼지만 않는다면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 마음이 두근거리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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