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흥 지정지
푸른 하늘 아래 쏟아지는 따스한 햇살을 받아
가을이 노랗게 빨갛게 색색의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금년 3월 2일 강진 사초호에서 시조회를 시작으로
주말만 되면 비가오고 바람이 불어도 좋고,
심지어는 천둥번개가 치는 폭우 속에서도 출조를 한 날이 엇그제 같은데
벌써 납회 날(11월 2일) 입니다.
아직 어둠이 깨어나지 않고 있는 새벽 6시,
여수를 출발해서 보성 금강 휴게소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8시 30분경 장흥 지정지에 도착하니
저수지는 바람 한 점 없는 고요 속에 잠겨 있습니다.
▲ 장흥 지정지 아침 풍경
날씨도 좋고, 물색도 좋고
씨알 좋은 붕어만 물어 준다면 금상첨화요,
거기다 운만 좋으면 상품도 푸짐하게 걸려있다고 합니다.
입이 딱 벌어집니다.
오늘 납회 날을 위해 준비한 행사 용품과 개인별 낚시 장비를
타고 온 4대의 차량에서 꺼내 제방 둑에 올려놓고 보니
엄청나게 많습니다.
▲ 아직 절반도 올라오지 않았는데
포인트가 따로 없습니다.
수초는 다 삭아 바닥으로 가라앉아서
아무데나 내가 정한 자리가 명당 포인트입니다.
과연 누가 명당 포인트를 잡을지는
낚시를 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것
열심히 낚시채비를 하면서 궁금하기도 합니다.
▲ 모든 회원이 제방에 채비를 완료하고
전 회원이 채비를 마치고 나서
오랜만에 만난 회원 상호간의 우의와 화합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병어 찜에 막걸리 한 사발을 앞에 두고
다양한 화제를 주제삼아 이야기 꽃이피더니
얼굴은 불그스레하게 달아오르고
금 새 화기애애 해집니다.
▲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끄떡 없을것 같습니다.
▲ 사커님이 준비해 온 병어찜
▲ 모두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그려
저수지의 기상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바람과
바로 앞에서 부서지는 햇빛 때문에
찌를 제대로 쳐다 볼 수가 없지만
드디어 11시 20분경
가을 햇볕에 반짝이는 수면 위로
7치급 붕어가 옥수수 미끼를 물고 첫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 옥수수 미끼에 낚인 7치급 붕어
계속되는 잔챙이 입질에 짜증이 나기도 하고,
출렁이는 물결에 햇빛이 부서지면서 찌를 쳐다보기가 힘들어
회원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나 한바퀴 돌아봅니다.
요즘 늙으나 젊으나 생각은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햇빛으로 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검게 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이 눈물겹습니다.
▲ 다혜콩콩님
▲ 사커님
▲ 아쭈리님
▲ 붕어사랑님
▲ 구름다리님
▲ 월척도사님
▲ 둠벙님
천관산을 마주 바라 보며
저수지 제방에 자생하고 있는 억새 이삭이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은
마치 백마의 은빛 갈기가 흩날리는 것 같은 멋진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잠시나마 나를 유혹합니다.
천관산은
지리산, 내장산, 월출산, 변산과 함께 호남 5대 명산으로 일컬어지고,
신라시대 김유신과 사랑하는 천관녀가 숨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산으로
가을이면 다도해를 배경으로 춤추는 은빛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곳입니다.
▲ 천관산이 바라보이는 지정지 제방의 억새
▲ 은빛 이삭을 흩날리는 억새
오후 내내 새우, 지렁이, 떡밥, 옥수수 등
미끼를 총동원해서 공략해 보지만
7치급 이하의 잔챙이들 놀음에 놀아나다 보니
어느덧 구름이 잔뜩낀 서쪽하늘이 붉게 물들어 가자
벌써 날이 어둑어둑 해지면서
마음속에서는 얼른 밤낚시 준비를 하라고 종을 칩니다.
▲ 오늘따라 볼품없는 석양입니다.
어둠이 내리고 있는 수면에 캐미 불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오늘도 어김없이 하늘에는 별들이,수면 위에는 캐미 불이 반짝거리며
태공들의 마음을 훔치고 있습니다.
월척이다!
초저녁 입질을 기대하며
캐미 불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 자리한 다혜콩콩님이 외치는 소리에 달려 가보니
눈짐작으로는 월척이지만 자로 재보니 28.7cm 입니다.
▲ 캐미불의 행렬
▲ 단 한번의 입질에 9치급을 한 다혜콩콩님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제방 위에 설치한 텐트에 불을 켜자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노란 궁전에 불이 들어 온 것처럼
신비스럽고 아름답습니다.
노란 궁전에 성대한 잔치가 벌여졌습니다.
닭백숙에 묽은 김치를 곁들여 먹고 또먹어도 질리지도 않고,
닭다리를 뜯느라 입가에 기름이 범벅이 되어도
게걸스럽게 먹느라 웃는 사람이 없는 환상의 궁합입니다.
▲ 밤이 되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 먹고 또먹고
새벽 5시경 깨어나 멀리서 바라보니
지난밤 남겨 두고 간 4개의 캐미 불 중
1개만 반짝거리고 있고 3개는 보이지 않습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하고
재빠르게 제방을 내려가 확인해 보니
다행히도 낚시대는 그대로 있는데 캐미 불만 사라진 상태로,
낚시대를 들어보니 9치급 붕어가 낚시대 3대를 걸고 나타납니다.
낚시 바늘에 걸려있는 붕어는 좋은데
어둠속에서 얽인 줄을 풀려고 생각하니 한숨만 나오고
다 풀고 나니 새벽 여명이 밝아오고있습니다.
▲ 지정지의 새벽 여명
▲ 꿈결에서 낚은 27.2cm 붕어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해뜰 무렵부터 시작된 입질은 해가 뜨고 나서도 간간히 이어져
7~8치급 20여수를 했습니다.
그러나 아침 10시경이 되자 입질은 뚝 끊어지고,
옥수수 미끼를 떡밥으로 전체를 바꿔보지만
오후 1시경 계측 할 때 까지 감감 무소식입니다.
▲ 지정지의 일출
어제 밤에 월척급을 놓쳤다는 회원님도 2~3명 있고,
다른 지역에서 온 꾼들 중에는 1m가 넘는 가물치를,
5짜가 넘는 붕어를 잡았다는 소문도 있지만
내 눈으로 보지 않아서 소문은 소문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아침에 아쭈리님이
월척을 낚았다는 소리는 따끈따끈한 소문으로
나중에 계측을 해봐야 알 것 같지만
갑자기 마음이 허탈해 집니다.
다어상은 둠벙님이,
대어상은 아쭈리님이,
계측을 하나마나 둘러리나 서고 박수나 쳐야 할 것 같습니다.
▲ 지난 밤 5짜가 낚였다는 포인트
1박 2일 동안의 일정으로 실시한 납회에서
회원들 모두가 많게는 30여수를, 적게는 10여수 씩을
골고루 손맛도 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대어상은 나오지 않았지만
7치~8치급 50여수를 한 둠벙님이 다어상을,
회원들 모두가 행운상을 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
▲ 풍성한 둠벙님 살림망
▲ 대어상 해프닝으로 끝난 아쭈리님(29.7cm)
▲ 시상품과 행운상품
▲ 다어상을 받은 둠벙님
▲ 모두다 행운상에 즐거워하고
▲ 우리는 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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