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조행기

은빛 억새가 반짝이는 가학지

소석(笑石) 2013. 10. 15. 14:05

 

   ▲ 장흥 가학지의 억새

 

10월 둘째주 토요일 새벽 5시,

어디를 가느라고 꼭두새벽에 집을 나섰냐구요?

가는 곳은 장흥 가학지요,

가는 목적은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가을 붕어 낚으러 갑니다.

 

1층 아파트 승강기 문을 열자

오늘 함께 출조할 다혜콩콩님이 진즉 와서 기다리고 계시다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아직은 어둠에 잠겨있는 새벽 공기가

밤사이 기온이 뚝 떨어진데다가 찬바람까지 불어

몸이 움츠러듭니다. 

 

여수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심하게 바람이 불어

오는 내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바람 한 점 없이 적막감이 감돌던 저수지는

막 떠오르는 아침 해와 함께 깨어나고 있습니다.

 

   ▲ 바람 한 점 없는 가학지

 

지난번 출조에서 옥수수 미끼로 월척 급을 낚은 경험이 있어

이번만큼은 4짜를 기필코 낚아 보겠다는 심정으로

나만의 옥수수 채비를 준비해서

 

8대의 낚시대중

4대는 옥수수를, 4대는 새우를 달아 찌를 세워놓고

비장한 마음으로 기다려 보지만 9시가 되도록 입질은 들어오지 않고

이제야 배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납니다. 

 

제방 둑에 않아 늦은 아침을 먹으면서도

눈은 자꾸만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맨 끝의 30cm 간격으로 나란히 세워둔 2개의 찌가

서서히 간격이 벌어지더니 하나가 사라집니다.

 

밥이고 뭐고 모두 다 내팽개치고

달려가서 챔 질을 했더니 옥수수 미끼에 9치 급이

아침햇살에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모습을 드러냅니다.  

 

   ▲ 옥수수에 낚인 9치급 붕어

 

따스한 가을 햇살이 쏟아지자

저수지를 집어 삼킬 듯이 하품을 연신 해대고 있는데

옥수수를 단 3.6칸대 찌가 한 마디 슬그머니 올라오더니

옆으로 살살 끌려가자 챔 질을 했더니 9치급 입니다.

 

예전에는 새우 미끼에 씨알 좋은 붕어들이 심심치 않게 낚이곤 했는데

최근 들어 새우 미끼에 입질은 없고,

옥수수에 입질을 보이고 있어 투덜대고 있는데

12시 20분경 다혜콩콩님이 새우미끼에 월척(34cm)한 수를 했습니다.  

  

   ▲ 월척을 낚은 다혜콩콩님

 

오늘은 식사 중에 이상한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점심을 먹던 중 아래를 내려다 봤더니

낚시대 하나가 공중을 향하고 있어 불이 나게 내려갔더니

새우를 단 낚시대 3개가 입질을 했는데 1대에서 동자개가 낚여 나옵니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는 중에도

다헤콩콩님 낚시대 찌가 춤을 추고 있어 달려가서 챔 질을 했더니

8치 급이 대롱대롱 매달려 나왔습니다.

 

   ▲ 7치급 동자개

 

오후가 되면서 바람이 심상치 않게 붑니다.

처음에는 북풍이 불더니, 남풍으로 바뀌었다,

어느새 동풍이 부는 등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앞에서 세차게 불어대는 북풍 때문에

너울이 심해 찌를 제대로 볼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파라솔 텐트가 날아갈듯 울어대는 소리에 정신이 없습니다.

 

   ▲ 세찬 북풍이 부는 가학지 

 

가을날 오후가 빠르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어느새 햇볕이 약해지면서 기온도 빠르게 내려가자

제방 둑에서는 밤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입니다.

  

오후에 도착한 붕어사랑님이 대편성을 마치고 나서

텐트를 치는데 열중하고 있고,

다혜콩콩님은 저녁 준비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 오늘 밤을 위해서

 

이곳에서는 모양이 비슷해서 많은 사람들이 구분을 못하는

물가에서 자란다는 갈대와

산이나 비탈에서 자란다는 억새를 함께 볼 수가 있습니다.

 

물이 빠져 바닥을 보인 저수지 안에서는 갈대를,

제방 둑에서는 억새들이 은빛으로 반짝이며 

부는 바람에 따라 출렁이고 있습니다.

 

   ▲ 갈대와 억새

 

이를 두고 금상첨화(錦上添花)라고 하지요.

다혜콩콩님이 두 번째 월척(32cm)을 이번에는 옥수수로 낚고 나서

얼마 후 나는 첫 번째 월척(31.2cm)을 새우로 낚았습니다.

 

낮 낚시에 벌써 월척이 3수나 되니

오늘밤 밤낚시에 대한 기대감이 은근히 높아만 가고,

4짜에 대한 열망 또한 저버릴 수가 없습니다.

  

 

   ▲ 해질 무렵 낚은 월척 붕어 

 

저녁 해가 서산에 걸리자

낮 동안 반짝 반짝 빛나던 은빛 억새도 석양 빛으로 물들어 가면서

또 하나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억새꽃은 그 색깔이 백발과 비슷해서 황혼의 꽃이라고 하지만

해질녘 보드랍고 새하얀 꽃에 붉은 빛을 머금은 자태는

황홀하기만 합니다.

  

   ▲ 가학지의 석양

 

오늘은 음력으로 9월 8일입니다.

낮에 동쪽 하늘에 나타났던 반달이

해가 지면서 초저녁이 되자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어는 통계에 의하면

5년간 월광별 월척통계를 분석해 보니

반달 일 때가 50%를 상회하고, 다음이 초생달, 보름달 순이었고,

꾼들이 좋아하는 무월광 일 때가 제일 저조 했다고 합니다.  

  

   ▲ 낮에 나온 반달

 

이번 출조에 참여를 못한다던 아쭈리님이

다헤콩콩님의 월척 사진 소동에 현혹되었는지

오후 늦게 도착해서 저녁식사 시간이 늦었습니다.

 

거기다 버너가 말썽을 부리는 바람에

우여곡절 끝에 홍어삼합에 막걸리를 곁들이고 나니

저녁 7시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 8개의 캐미불을 밝히고

 

해질 무렵부터 잠잠하던 바람은 다시 북풍이 불기 시작하지만

붕어사랑님과 다헤콩콩님은 8치 급을 한 수씩 한 것 같은데

전혀 입질이 없습니다.

 

밤 10시경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야식을 먹고 나서 붕어사랑님과 아쭈리님은 낚시를 더 하기로 하고,

소석과 다혜콩콩님은 잠자리에 듭니다.

  

   ▲ 뭐가 저리 좋을까?

 

새벽 5시경 일어나

미끼를 새것으로 갈아 주고 나서

어슴푸레한 빛이 산 너머로 스며들도록 입질은 없습니다. 

 

   ▲ 새벽 여명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한로(寒露)가 지나서인지

새벽녘에 기온이 많이 내려가서 제법 쌀쌀해

금년 들어 처음으로  난로에 의지해 봅니다.

 

날이 밝아 오면서

따끈 따끈한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나니 

추위가 눈 녹듯이 사라집니다. 

  

   ▲ 추위를 녹여주는 커피 한 모금

 

오늘도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는 하루가

시간이 흐르면서 날짜만 바뀐 채

떠오르는 아침 해와 함께 시작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어제 아침만 같아라하면서

정성들여 찌를 세워봅니다. 

  

   ▲ 가학지의 일출

 

새벽 2시까지 자리를 지켰던 붕어사랑님!

9치 급에 만족해야 했지만

아침 낚시에 월척을 노리고 있고,

 

월척(32cm)을 낚아놓고 한껏 여유를 부리던 아쭈리님!

인증 샷을 찍으려다 본의 아니게 방생 아닌 방생을 하고나서

입맛을 쩍~ 하고 다십니다. 

 

   ▲ 월척은 못했어도 마리수로는 다어상감인 붕어사랑님 

  

   ▲  본의 아니게 월척을 방생한 아쭈리님

 

하늘은 맑고, 햇살을 따스하고,

곳곳에 먹거리가 널려있는

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저 황금빛 들판도

머지않아 추수가 끝나고 나면

허허벌판이 되어 황량하게 변할 것 같습니다.

  

   ▲ 추수가 한창인 가학지 들녘

 

이번에도 4짜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다음이라는 기회가 있기에

오늘에 만족하며 철수를 합니다.  

  

   ▲ 다혜콩콩님 조황(월척급 2수, 9치급 1수, 8치급 3수) 

 

   ▲ 소석 조황(월척급 1수, 9치급 2수, 7치급 1수)

 

가학지 제방에 지척으로 널려있는 "도꼬마리"로

열매가 옷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아

도둑놈이라고 불렀던 도꼬마리 효능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옛 부터 기관지 질환 예방이나 치료제로 사용되어 왔으며,

비염 및 축농증 치료에 아주 효과적이며,

특히 알러지비염에 아주 좋다고 합니다.

 

그 외 에도 신체 면역력 증진과 노화 예방,

관절염과 치통 치료, 숙취해소 등에 좋다고 하니

꾸준히 복용해 주시면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도꼬마리